<문화> 빌라숲 사이의 진짜 숲 (한성대신문, 525호)

    • 입력 2017-09-04 00:00

 빌라와 아파트 사이에 있는 철길을 본 적이 있는가. 심지어 철길 옆에 칸막이도 없다면? 그런데도 누구나 안전하게 걸을 수 있다면? 시골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시 구로구 천왕역에 살고
있는 주민이라면 누구든지 아는 얘기다. 천왕역 주민은 바람 쐬고 싶을 때, 아이와 재밌게 놀고 싶을 때, 속이 더부룩해 산책을 하고 싶을 때 이 장소를 이용한다. 지역주민에게는 일상에서 숨 쉬듯 당
연한 일이지만, 외지인은 생각조차 해본 적 없는 생소한 일일 것이다.
 천왕역 2번 출구로 나와 ‘지구촌 학교’ 방향으로 걸어가다 보면 주변에 펼쳐져 있는 빌라숲과 어울리지 않는 철길이 눈에띈다. 철로를 따라 빌라 사이를 거닐다보면 어느새 하늘색 간판의 포토존과 ‘사색과 공감의 항동철길’이란 문구를 볼 수 있는데, 이 철길이 바로 ‘항동철길’이다.
 항동철길은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서 경기도 부천시 옥길동까지 이어지는 단선 철도로 1950년대 비료 회사의 원료와 생산물을 운송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부정기적으로 군수물자를 운반하는 열차가 지나갈 뿐이다. 항동철길은 마을 주민들의 산책로로, 가족 단위의 방문객의 나들이 장소로,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종종 이용되고 있다. 그래서일까. 앞서 말한 포토존을 제외하고도 여러 장식품과 문구, 시 등 눈요기를 할 만한 여러 장식이 즐비해있다.
 철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철길 오른편에 나무 울타리가 쭉 이어져있다. 울타리 안쪽에는 다양한 종류의 식물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데, 이 장소가 천왕역의 또 다른 휴식처 ‘푸른수목원’이다. 이곳은 2013년에 개원한 곳으로 서울특별시 최초의 친환경 수목원이다. 자연생태공간을 보전하기 위해 농약, 화학비료를 일절 쓰지 않으며, 쓰레기 발생을 줄이기 위해 수목원에서 지정한 장소에서만 취식이 가능하다. 푸른수목원 입구에 있는 주차장을 지나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방문객을 위한 안내서가 있는데, 한국어뿐만 아니라 중국어, 일본어, 영어 총 4종류의 언어로 구성되어있다. 안내서에는 푸른수목원의 지도, 기르고 있는 식물의 종류, 이용 안내, 교통편 등 수목원 이용에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다. 푸른수목원 입구에는 주민들을 위한 쉼터와 간단한 음료를판매하는 카페, 주민들이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북카페가 있다. 북카페는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10월까지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목원 곳곳에 스탬프를 찍을 수 있는 장소가 있는데 6가지 종류의 스탬프를 안내서에 있는 식물도장칸에 찍어오면 씨앗으로 교환해준다. 다만 선착순이므로 조기 종료될 수 있다.
 시골에서나 해 볼 수 있는 철길 걷기를 하고 싶다면, 빌라숲 가운데 있는 진짜 숲을 발견하고 싶다면, 가끔은 천왕역에서 휴식을 갖는 건 어떨까.

김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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