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행동하지 않는 자, 주권을 논하지 말라 (한성대신문, 527호)

    • 입력 2017-10-16 00:00

 올해 초, 개강 전부터 학교 SNS가 떠들썩했다. 수강신청에 대한 문제였다. 이에 학생들의 건의사항을 수렴하고 학교와 의견을 조율하고자 총학생회는 지난 2월 21일 낙산관 대강당을 빌려 학생 간담회를 열었다.그러나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놓던 것과는 다르게 간담회에 참여한 학생은 40명 정도에 불과했다. 결국 수강신청에대한 안건은 큰 개선사항 없이 구렁이 담 넘어가듯 어물쩍 넘어가버렸다.
 이번 학기 초에도 비교과 포인트 제도 변경, 신규 출결 시스템 도입 등 여러 변화가 있었다. 이에 따라 학생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여론이 일었고, 불편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비교과 포인트 제도 변경’에서도 불만사항은 나타났다. 그도 그럴 것이 학교가 방학 중에 SMS를 통해 ‘비교과 포인트 제도가 변경됐으니 세부사항은 학교 홈페이지에서 확인하기를 바란다’고 일방적으로 통지했기 때문이다. 이에 변경 대상자인 16학번 이전 학생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그렇다고 학교가 이를 번복하는 일은 없었다.
 위와 관련해 취재했을 당시, 담당자에게 조심스레 ‘학생들의 불만이 있을 것 같다’는 질문을 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을 듣고 난 후에는 더 이상 질문할 수 없었다.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려고 해도 학생들의 관심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부 학생들이 학교에서 제공하는 SMS 서비스를 스팸 처리해두어 문자가 반송되고 있으며, 그 비율이 30%에 이른다는 것이다. 또한 학교에서 제공하는 여러 강연, 프로그램 등에 참석하는 인원도 정원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정원이 찬 경우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담당자가 프로그램 참여 학생에게 전날 안내 전화를 했는데도 행사 당일 무단 결석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담당자는 “이번에 시행한 비교과 포인트 제도 변경 대체 강좌의 수강 대상자는 2,700명이었지만, 그중 참가자는 온·오프라인을 합쳐 150여 명밖에 안 됐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우리학교 학생들은 SNS를 통해서는 여러 의견을 내놓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침묵한다. ‘학교의 주권은 학생에게 있다’는 말이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주어진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우리학교의 주권이 우리 학생들에게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번처럼 학교에 주권이 학생에게 있다는 말이 회의감이 든 적이 없다.

김종민 기자
[email protected]

댓글 [ 0 ]
댓글 서비스는 로그인 이후 사용가능합니다.
댓글등록
취소
  • 최신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