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회 한성문학상 - 시 가작> 오랜 뒤의 발신인으로부터

    • 입력 2017-12-04 00:00

글: 염민경
일러스트: 김지윤(회화 2)

오늘도 비가 내리고 공허한 마음은
 
당신 머물던 곳은 이제 다시 겨울입니다
오늘은 작은 씨앗이 곧 얼을 싹을 틔웠는데도 나비가 한 마리 와 앉았습니다
향내 배인 소매 끝 많은 사람들 사이로
내일은 어제 당신 웃음이 보일 것만 같습니다
 
당신 가신 곳에는 나비가 가 앉았는지요
온 세상 꽃이 다 그곳에 있어 걸음마다 꽃이 피는지요
그도 아니라면 이 들판 어딘가에는 계시는지요
손을 잡아주지도 다정한 말 한마디도 건네잖고 서 계시는지요
 
당신 이름 불렀더니 나비가 날아갑니다
저 나비는 당신인가
 
오늘도 비가 내렸고
공허한 마음은 무엇으로도 채울 재간이 없어
간신히 생을 연명하던 한 방울로 당신 이름만
마른 냄새 풍기는 꽃과 함께 접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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