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특별한 공간에는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 (한성대신문, 533호)

    • 입력 2018-04-16 00:00

<독립영화란?>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에 따르면 “독립영화는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상업영화와 달리, 예술적 의도나 주관이 더 많이 드러나는 영화”를 말한다. 물론 예술과 수익을 완전히 분리할 수 없고, ‘예술성이 드러난다’는 것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이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손지현(에무시네마) 프로그래머에 따르면 “영진위에서 정해놓은 기준이 있지만, 사람에 따라 다르게 구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영화를 직접 보고, 다른 영화보다 예술성이 더 돋보인다는 생각이 들면 예술·독립영화, 그렇지 않다면 상업영화로 판단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라고 전했다.

 바야흐로 영화의 전성시대다. 현재 상영 중인 <곤지암>과 같은 영화의 홍보글이나 후기는 SNS에서 관심받고 있고, 과거 감히 쳐다보기도 힘들었던 ‘천만 관객’의 허들을 넘긴 작품들도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또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데드풀2>와 같은 기대작은 개봉 전부터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처럼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같은 대형 영화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상업영화’는 폭넓은 계층에서 활발하게 소비되고 있지만, 이러한 번영이 무색하게도 ‘독립영화’의 존재감은 희미하기만 하다.
 대형 영화관에서 독립영화만을 다루는 독립영화 전용관을 개관하고는 있지만, 그 수가 매우 적다. 게다가 독립영화를 상영하더라도 시간대가 매우 제한적이거나 좌석이 많지 않아, 대중이 독립영화를 접하는 것은 사실상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독립영화를 마음껏 관람할 수 있는 영화관은 없는 걸까? 보통은 그렇지만, 운 좋게도 우리학교 근방에는 곳곳에 ‘독립영화관’이 자리잡고 있다.

나누고 누리는 아리랑시네센터
 아리랑시네센터는 2004년 지방자치단체에서 최초로 설립한 독립영화관으로, 아리랑고개 부근에 위치해있다. 사실 아리랑시네센터는 처음부터 영화관 용도로 건축된 것은 아니었다. 아리랑고개는 1926년 개봉된 나운규 감독의 <아리랑> 영화 촬영지였고, 이를 기념하기 위한 공간으로 꾸며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건축 과정에서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만드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나와 현재의 모습을 띄게 된 것이다.
 아리랑시네센터는 총 3개 상영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1·2관은 상업영화를 상영하는 곳이다. 3관은 독립영화전용관으로, 이곳에서는 하루 평균 6회 독립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아리랑시네센터는 성북문화재단이 운영하고 있어 다른 영화관에 비해 가격(성인 기준 7,000원)이 저렴한 편이다. 뿐만 아니라 이곳은 도서관, 카페, 마을방송스튜디오 등 지역주민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도 애용되고 있다. 실제로 아리랑시네센터는 다양한 문화행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유럽단편영화제다. 매년 상반기에 유럽 각국의 단편 영화를 하나의 주제로 모아 무료로 상영하는 행사다. 또한, 감독이나 평론가를 초청해 관객과의 대화를 열기도 한다. 약 10일간 진행되는 이 행사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심희장(아리랑시네센터) 센터장은 “지역주민에게 더 좋은 문화시설을 제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꼭 아리랑시네센터에서 영화를 관람하지 않더라도 학생들이 영화를 더 많이 보고, 영화라는 문화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수다쟁이들의 핫플, 에무시네마
 복합문화공간 에무는 2016년 5월 종로구에 개관했다. 이곳은 지하 2층과 지상 4층, 총 6층으로 이뤄져있다. 이 중 2층은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에무시네마로, 다른 층은 북카페, 공연장, 갤러리, 옥상정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에무시네마는 상영관이 하나뿐이고 좌석도 51개가 전부인 소규모 극장이어서, 사실상 단체로 찾아가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상영관이 작다는 사실을 감수하고도 찾아갈만큼 이곳에서는 독특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시네마 토크(애프터눈 토크)’와 ‘살롱dé뷰’가 바로 그것이다. 먼저, 시네마 토크는 영화 상영 종료 후, 프로그래머(상영작을 선별하고, 상영 일정을 계획하는 사람)에게 영화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 해설, 감상평 등을 듣고, 프로그래머와 관람객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행사다. 시네마 토크는 별도의 신청 없이 참여할 수 있다. 
 살롱dé뷰는 영화 상영 후 1층 카페로 이동해 프로그래머의 진행에 따라 다른 관람객들과 영화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시간이다. 행사 종료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몇 시간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덕분에 시네마 토크보다 더욱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단, 이 행사는 SNS를 통해 별도로 참가 신청을 해야 한다. 두 행사는 매일 진행하는 것은 아니어서 참여를 원한다면 홈페이지에 게시된 상영스케줄을 미리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다.
 또한, 에무시네마는 같은 건물에 위치한 북카페, 갤러리 등과 연계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개봉했을 당시, 북카페에서 ‘플로리다 스무디’ 메뉴를 개발해 해당 영화관람객에게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기도 했다.
 손 프로그래머는 “복합적인 문화활동을 하고 싶을 때 한번 방문해주었으면 한다. 학생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밝혔다.

우리 손으로 만드는 인디스페이스
 인디스페이스는 국내 최초의 민간 독립영화전용관이다. 2007년 11월, 명동에 위치한 중앙시네마에서 처음으로 개관했다. 그러나 2009년 정부 지원금이 끊겨 3년간 운영을 중단해야 했다. 이후 2012년,
영화인과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을 통해 광화문에서 다시 개관했고, 종로3가에 있는 서울극장 6관으로 이전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앞서 소개한 곳들과는 다르게 이곳은 영진위, 서울영상위원회의 지원금과 회원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인디스페이스 회원들은 2가지 방식으로 후원한다. 매달 일정 금액을 후원하는 CMS 방식의 정기 후원과 인디스페이스 좌석을 구매하는 ‘나눔자리’ 후원이 바로 그것이다. 나눔자리 후원은 영화관 좌석에 있는 명패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는 것으로 후원 금액은 200만 원이다. 개인 명의로만 후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단체 이름을 새길 수도 있다.
 이은지(인디스페이스) 팀장은 “소수자를 대변하는 영화, 사회를 여러 시선으로 바라보는 영화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며 “인디스페이스가 관객의 삶의 시야를 넓히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데드풀2> 등의 상업영화도 좋지만, 가끔씩은 주변에 있는 독립영화관을 찾아가보자. 평소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김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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