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청년들은 왜 방에 갇혔나 (한성대신문, 539호)

    • 입력 2018-11-19 00:00
취업길 ‘턱’ 막힌 청년, 대책 없이 ‘멍’한 정부

 최근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허비하는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이 15~29세 미취업 청년들의 주된 활동을 조사한 결과, ‘그냥 시간 보냄에 응답한 사람이 200823만 명(전체 응답자 중 약 15%)에서 201829만 명(전체 응답자 중 약 19%)으로 증가했다. 미취업 청년 5명 중 1명은 구직활동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는 셈이다.
  이병훈(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단순히 사회 부적응자를 의미했던 은둔형 외톨이가 최근 한국 청년들 사이에서 자의가 아닌 타의로 인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은둔형 외톨이란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그냥 시간 보냄에 응답한 모든 청년이 은둔형 외톨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그 숫자는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 10년간 15~29세 미취업 청년 중 주된 활동 문항에 ‘그냥 시간 보냄’이라고 답한 응답자 추이 (출처: 통계청)

 청년층 은둔형 외톨이가 양산된 원인에 대해 이 교수는 청년기는 사회로의 진출을 준비하는 세대다.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청년들이 은둔형으로 전환됐다. 지속된 취업난에 수많은 좌절을 겪으며 사회 진출을 포기하고 집에서만 생활하는 은둔자가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일규(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의 사회시스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한국 청년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과도한 경쟁에 내몰려 개성이 무시된 채 오로지 성과만으로 평가받고 있다실패하면 낙오자라는 낙인을 찍어버리는 시스템이 원인이라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청년층 은둔형 외톨이 문제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지만, 이와 관련한 정부의 대책은 미비한 상태다.
 윤 의원은 이번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 정부의 통계자료를 조회해 보니, 대략 212천여 명의 은둔형 외톨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공식적인 국가 통계가 아니라 정확한 수치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전했다.
 이처럼 청년층 은둔형 외톨이의 추정치만 갖고 있을 뿐, 정부 차원의 조사를 시행해본 적이 없어 공식 통계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정부는 현 상황에 대해 마땅한 대응책도 마련해놓지 못한 실정이다. 지난해 서울특별시의회가 은둔형 외톨이를 지원(지원센터 설립, 직업훈련 등)하는 조례안을 제출했으나,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이에 현재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아닌 은평구, 강동구 등 몇몇 개의 관내에서만 자체적으로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한편, 현 정부의 관련 정책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일부 지자체의 복지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정부는 노동시장의 문제 해결을 위해 단순히 일자리만 지원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노동시장에서 실패를 맛본 사람은 패배감과 좌절감을 느껴 심리적 상처를 받기 마련이기에 일자리 정책만 지원하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은둔형 외톨이의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심리치료, 활력 회복을 위한 종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윤 의원 역시 청년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각종 지원정책을 강화하고, 나아가 실패해도 빈곤에 빠지지 않도록 복지제도를 두텁게 갖춰야한다고 강조했다. 일자리만 늘릴 것이 아니라, 사회로부터 등을 돌린 그들을 좌절의 늪에서 구출해낼 수 있는 실질적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해외 주요국들은 우리나라와 달리 은둔형 외톨이의 실태를 조사하고 국가에서 관련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비교적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일본은 2010년부터 은둔형 외톨이 실태조사를 시작했고, 프랑스는 지난 10월 조사를 통해 정부 통계에 추산되지 않았던 청년 46만 명을 파악해내는 데 성공했다. 일본 정부는 67개의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지원센터를 설치했고, 유럽연합은 실질적 문제 해결을 위해 새로운 청년 보장 사업인 ‘Youth Guarantee’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기헌(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아동청소년청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크지만 정책적으로 볼 때 우선순위가 높지 않고 종합적으로 접근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그는 해외 선진국들이 자라나는 세대에 대한 사회적 투자를 최우선 순위로 정해 정책을 추진하는 것에 비해, 우리나라의 사회적 투자 수준은 매우 미약한 상황이다. 이러한 부분을 향후 개선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장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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