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스탠다드가 아니어도 나는 행복해.” (한성대신문, 549호)

    • 입력 2019-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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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19-10-13 17:11



만약 ‘위스키’와 ‘담배’, ‘집’ 중 하나를 완전히 포기하고 살아야한다면 당신은 어떤 것을 포기할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연히 위스키나 담배를 포기할 것이다. 그러나 영화 <소공녀>의 주인공 미소는 집을 포기한다. 일당으로 인상된 월세와 담배값을 감당할 수 없자 집을 포기하고 담배를 선택한 것이다. 그녀는 대학시절 친구들을 만나 자신을 재워줄 것을 부탁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그들의 동정어린 눈빛이었다. 자신의 선택이 그렇게 이상하냐는 미소의 물 음에 한 친구는 이렇게 답한다.

“스탠다드는 아니지.”

친구의 대사에 등장하는 스탠다드는 ‘집’을 의미한다. 미소처럼 돈이 없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집을 선택하는 것은 ‘정상’, 집 대신 담배와 위스키를 선택하는 것은 ‘비정상’이라는 생각에서 기인한 것이다. 친구들은 집을 포기한 미소의 삶이 당연히 불행할 것이라 짐작했지만, 정작 그녀는 불행을 느끼지 않았다. 미소는 자신의 취향에 따라 집이 아닌 담배를 선택한 것이지만, 친구들은 집이 없다는 이유로 멋대로 그녀의 삶을 판단한 것이다.

집은 하나의 예시일 뿐, 우리사회가 누군가의 삶을 판단하는 척도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학교는 졸업했는지, 회사는 다니는지, 결혼은 했는지 등… 우리사회는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정해놓고, 이와 다른 길을 걷는 순간 그 사람의 삶이 불행할 것이라 단정 짓는다.

기자 또한 사회가 정해놓은 행복을 위해 살았다. 고등학생 시절, 어른들의 말에 따라 성향과 맞지 않음에도 ‘취업이 잘된다’는 이과를 선택했다. 달콤한 미래를 꿈꾸며 공부 했지만, 이과 공부는 정말이지 고역이었다. 물론 부모와 교사에게 이런 고통을 지속적으로 호소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조금만 참으면 행복할 것’이라는 말뿐이었다.

하지만 결국 기자는 스스로가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했다. 좋아하는 공부를 하기 위해 문과로 전과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온갖 ‘충고’에 시달린 것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지금까지 공부한 것이 아깝다’, ‘취업 준비를 할 때 이 선택을 뼈저리게 후회할 것이다’ 등 사람들은 멋대로 미래를 점지했다.

그들이 걱정한 미래에 와있는 지금, 나는 행복하다.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있고, 전공을 살릴 수 있는 활동도 마음껏 하고 있다. 누군가가 “너의 인생은 스탠다드는 아니야”라고 말하더라도 당당하게 외칠 것이다.

“스탠다드가 아니어도 나는 행복해.”

이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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