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성(性)> 나는 남성도, 여성도 아닌 ‘간성’입니다 (한성대신문, 548호)

    • 입력 2019-10-1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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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19-10-14 15:00

우리는 매일 남성과 여성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인다. 공중화장실을 이용하거나, 인터넷상에서 회원정보를 입력할 때처럼 말이다. 대다수는 아주 쉽게 선택을 하지만, 여기 한 가지만을 고르기 어려운 사람이 있다. 바로 ‘간성(Intersex)’을 가진 사람이다. ‘제3의 성’이라고도 불리는 간성은 태어날 때부터 염색체·유전자·호르몬·성기 등 성을 구별하는 4가지 요소의 발현 정도가 전형적인 남성·여성과 다르게 태어난 사람을 말한다. 즉, 신체적인 특징을 통해 성별을 나누는 ‘성별 이분법’으로는 쉽게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성별은 성을 구별하는 4가지 요소의 상호작용으로 결정된다. 그중 어떤 생식세포가 분열되는지에 따라 1차적으로 성별이 결정된다. 이때 성염색체 중 난자가 갖고 있는 X염색체와 정자의 Y염색체가 만나 XY염색체가 형성되면 남성, 난자의 X염색체와 정자의 X염색체가 만나 XX염색체를 가지면 여성이다.

그러나 ‘SRY 유전자’와 ‘DAX1 유전자’를 논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SRY 유전자는 보통 Y염색체 내에 있는 생식기능 유전자로, 남성의 고환과 전립선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즉 일반적인 남성은 Y염색체 내의 SRY 유전자를 가진다. 그러나 Y염색체를 갖고 있더라도 SRY 유전자가 없으면 겉모습은 남성이지만 여성의 생식기를 가진 채로 태어나는데, 이 경우가 바로 간성이다. DAX1 유전자는 X염색체가 갖고 있는 생식기능 유전자로 여성의 자궁과 음핵 등을 만드는데, 일반적인 여성은 2개의 DAX1 유전자를 갖고 있다. 즉, 여성의 난소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DAX1 유전자 2개가 필요한데, 만약 1개가 부족하면 겉모습은 여성이지만 남성의 생식기를 가진 채 태어나 간성이 되는 것이다.

한편, 성염색체에 따라 분류되는 과정에서 간성은 약 30가지의 유전적 변이를 동반한다. 대표적으로 남성에게 주로 발병하는 ‘클라인펠터 증후군’과 여성에게 발병하는 ‘터너 증후군’이 있다. 클라인펠터 증후군은 일반적으로 남성이 갖고 태어나는 성염색체 XY 한 쌍에 X염색체를 하나 더 갖고 있는 유전병이다. 예를 들어 XXY, XXXY 등의 성염색체를 일컫는다. 클라인펠터 증후군에 걸린 사람은 겉모습은 남자지만 고환이 작고 여성형 유방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정자 수가 적어 남성 불임의 가능성이 있다.

이와 반대로 터너 증후군은 여성이 정상적으로 갖고 있어야 할 2개의 X염색체가 부족해 발생하는 유전병을 말한다. 터너 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난소의 형성이 제대로 이뤄져 있지 않아 유방 또는 자궁 등의 성기발육부전이 생기고, 2차 성징이 더디다. 특히 심장에 결함이 있거나, 신장에 이상이 있는 등 여러 가지 신체 기형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와 같이 간성은 출생 직후에 성기 모양으로 판단되기도 하지만, 2차 성징의 과정 혹은 성인이 된 이후에 알게 되거나 평생 자신이 간성임을 모르고 살아갈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정연보(성공회대학교 사회학부) 교수는 “대부분의 간성으로 태어난 사람은 태어났을 때 ‘모호한 성기’를 가졌다고 판단되면 부모가 성기 성형수술을 단행해 남성과 여성 둘 중 하나의 성으로 살아간다”며 “이러한 수술은 본인이 원하는 성별을 선택할 기회를 방해하며, 건강상에도 위험할 뿐만 아니라 향후 성적 생활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정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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