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회 한성문학상 - 시 부문 수상소감> "늘 겪고 있어 쉽게 넘어가는 작은 변화를 발견하고 싶습니다"

    • 입력 2019-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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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19-12-01 20:35

김예영(인문 3)

수상의 순간은 늘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그리고 시를 창작할 때 잊어서는 안 되는 마음가짐을 상기시키는 기회인 것 같습니다. 저는 고등학생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는 서툴렀어도 늘 하고 싶은 말이 많았고, 백지를 채워나가는 것에 용감했습니다. 그런데 시를 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용감함은 두려움으로 바뀌기도 하더군요. 이전에 제가 쓴 시들과 비교하면서 그때보다 못 쓴 것 같으면 다시 지워버리기도 했습니다.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면서 창작의 방향에 대해 많이 고민했는데, 오랫동안 고민해서 내린 결정은 ‘잘 쓰는 것보다 일단 쓰기’였습니다. 어설프더라도 계속 글을 써 내려갔던 때처럼 말입니다. 그렇게 일단 쓰는 연습을 하면서 나온 시로 문학상을 받으니 고민으로 내린 결정이 괜찮은 것이었음을 확인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날이 점점 추워집니다. 해가 바뀌거나 계절이 바뀌면 제가 시로 담았던 모든 것들이 새로 태어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강한 생명력이 느껴지네요. 또 겨울에만 볼 수 있는 귀한 풍경들을 시로 쓸 생각에 설렙니다. 저는 앞으로도 늘 겪고 있어 쉽게 넘어가는 작은 변화를 발견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 죽어있다고 생각하는 사물들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말을 대신하는 글을 쓰고 싶네요. 이런 마음가짐을 잊지 않는다면 제 시를 읽는 분들께 마음의 울림을 줄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올 한 해 제 주변에 아픈 사람이 많았습니다. 특히 사랑하는 할머니가 암 투병 중이신데 얼른 신문 한 부 들고 찾아뵙고 싶습니다. 수상의 기쁨이 할머니와 할머니 간호에 온 힘을 쏟는 가족들에게 닿아서 조금이라도 따뜻한 겨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할머니와 나누었던 대화들도 시로 녹여내서 쓰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시를 쓰는 데 많은 조언해주신 선생님들과 가족에게 영광을 돌립니다. 덕분에 시 쓰는 것을 멈추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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