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화폐는 더 이상 ‘돈’이 아니다 (한성대신문, 517호)

    • 입력 2016-10-11 13:52
『화폐의 몰락』, 출처 : Yes24
책제목 : 화폐의 몰락
저자 : 제임스 리카즈
출판사 : 율리시즈
출판일 : 2015.09.10.
책소개 : 화폐의 몰락은 수십년간 금융분야에서 일해왔던 저자가 현재 세계의 금융질서의 불안전성을 지적하고 새로운 대안을 물색하는 책이다. 책에서 저자는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새롭게 경제대국으로 떠오르는 중국, 굴지의 입지를 가진 EU는 물론 국가들이 모인 초국가단체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문제를 분석하고 해답을 찾는다.


단 한번이라도 달러없는 국제시장을 생각해본 적 있는가? 총과 폭탄 대신 증권을 손에 쥐고 미국을 공격하는 테러리스트는? 아니, 화폐가 더 이상 돈이 아니라는 상상만이라도 해본 적 있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대부분의 대답은 아니오일 것이다.
이 책은 자본이 인간들의 손에 수월하게 통제되고 있다고 믿는 이런 현대인들의 오만을 단도직입적으로 꼬집는다. 화폐는 더 이상 돈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어떠한 병기보다도 세련된 방식의 전쟁병기이며, 세계 금융시장이 자초한 괴물일 뿐이다.
이 책의 저자는 단순히 금융계의 사실만이 아니라, 정치·사회·역사적인 부분까지 되짚어보며 달러 중심의 세계 금융질서의 붕괴와 새로운 질서의 부상에 주목한다. 먼저 이 책은 더 이상 자본이라는 괴물이 인류의 통제를 벗어났다고 지적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특정 회사의 주가가 어떤 사건이 발생한 뒤에 폭락한다고 생각하지만, 월가의 상황은 생각보다 더 영악하다. CIA와 같은 정보당국조차 모르는 극비정보를 이미 증권가는 사건 전에 눈치 채고 주가를 움직인다. 흔히 나비효과로 대변되는 복잡계 이론을 통해 이미 인간의 인지를 아득히 뛰어넘은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더불어 이 자본은 국가간의 금융전쟁의 주요한 전쟁병기로서, 무엇보다도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나 적성 국가에게도 유효한 합법적인 수단임을 경고한다. 이 책은 이러한 세계위기를 검토하고, 이미 신뢰를 잃은 현 금융질서를 대체할 대안으로 새로운 금융질서를 제시한다. 새로운 세계통화와 금본위제 등이 바로 그것이다.
다만 저자의 경력이나 식견에 짓눌려 이 책을 단순히 순진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일단 이 책은 불친절하다. 예를 들어 브레튼 우즈 체제를 알지 못하는 이상 미국이 금본위제를 포기했다는 소리는 이해하기 힘들다. 또한 노골적인 편들기 역시 비판해야할 점이다. 중국에는 굉장히 비판적이지만 독일에는 의아하리만치 호의적이다. 마지막으로 오직 끊임없는 자본의 실패만을 말할 뿐, 결국 세계가 이 자본의 실패를 극복하고 세계경제를 정상화시켰다는 것은 별로 언급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책을 추천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이 책이 던지는 의미심장한 물음이 있기 때문이다. 과연 미래에는 인류가 자본을 지배할까, 아니면 자본이 인류를 지배할까?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은 머지않은 미래의 우리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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