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학송> 학내 성범죄 근절, 열쇠는 인권센터 (한성대신문, 594호)

    • 입력 2023-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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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3-11-06 00:00

수도권의 한 대학 캠퍼스 내에서 동급생을 성폭행하려다 창밖으로 떨어뜨려 숨지게 한 사건이 작년 7월 벌어졌다. 해당 사건의 가해자는 지난 26일에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사건은 대학생에게 집이나 다름없는 캠퍼스조차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대학 내 고충처리창구를 통해 접수된 성희롱·성폭력은 2016년 245건이었지만 2018년에는 551건으로 증가했다.

대학과 교육당국은 성범죄가 발생하고 공론화될 때마다 CCTV 확충 등의 캠퍼스 보안을 강화하는 방안만을 덧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보안 설비나 인력을 보강하는 조치는 결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CCTV를 설치하지 못하고 야간 시간대 출입을 막지 못한 곳의 불안전성을 키울 뿐, 성범죄 발생 그 자체를 막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대학 내 성범죄를 예방하려면 ‘인권센터’가 대학 안에서 발생하는 성범죄의 근본 예방책을 수립하고 이행하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인권센터는 대학 내에서 성범죄를 비롯한 인권침해 문제를 예방·대응할 목적으로 설립되는 기관으로, 『고등교육법』에서 모든 대학은 인권센터를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대학 안에서 어떤 기관보다도 먼저 나서서 성범죄 등 인권침해에 관한 해결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 곳이다.

현재 인권센터의 역할은 예방보다 사후 대처에 치우쳐 있는 실정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자료를 보면, 2019년 대학 인권센터에 재직 중인 직원 98명에게 인권센터 근무 이전에 어떠한 활동을 했었는지 묻자 45명(45.9%)이 진로·심리상담 등 상담 업무를 맡았었다고 답했다. 인권센터 업무의 초점이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한 근본적 대책 마련보다는 사후 대처에 맞춰져 있음을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지금의 인력구조로는 인권센터가 성범죄 예방책 ‘싱크탱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인권센터는 대학 내 성범죄와 성교육 등과 관련한 연구를 주도해야 하고, 현재 대학 내에서 어떠한 유형의 성범죄 및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는지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 연구·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성범죄 등이 발생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실체적인 방안을 대학본부에 제언하는 단계까지 나아가야 한다. 근본적인 차별과 폭력의 구조를 개선하고 인권을 지향하는 대학을 만들기 위해, 학내에서 인권·성평등 보장의 주축으로서 기능해야 한다.

각 대학이 인권센터 운영에 열의를 보일 날을 기다리겠다. 인권침해 문제, 특히 성범죄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곳이 미래 사회를 이끌 인재의 산실이 될 수는 없다. 안심하고 학교를 다닐 권리가 지켜질 수 있도록, 인권센터가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정상혁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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