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진학할 때 많은 학생들은 자신의 전공이 미래 직업을 결정지을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학과를 선택한다. 부모님과 교사들도 “좋은 직업을 가지려면 알맞은 학과를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하곤 한다. 하지만 실제 사회에 나와 보면 전공과 직업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때로는 아예 전혀 다른 길을 걷는 사람들도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다. 과연 대학 전공은 직업 선택에 얼마나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일까.
현실적으로 보면, 전공이 직업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경우는 의사, 간호사, 교사, 약사 등 국가 고시 자격증이 필요한 일부 전문 직종에 한정된다. 이러한 직업은 관련 학과에서 특정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국가 자격시험을 통과해야만 종사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직업군에서는 전공보다 개인의 역량, 경험 그리고 성향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예를 들어, 국문학과를 졸업한 사람이 IT 기업에서 기획자로 일하거나 철학 전공자가 마케팅 분야에서 활약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는 전공이 무용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전공 외의 다양한 요소들이 직업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대학에서 배운 지식보다도 실무 경험, 인턴십, 대외활동, 소프트 스킬 등이 취업과 커리어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제는 하나의 직업만을 평생 이어가는 시대가 아니다. 변화하는 산업에 맞춰 자신을 유연하게 재설계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이 과정에서 처음 선택한 전공은 방향을 잡는 나침반일 수는 있어도 그것이 평생을 결정짓는 굴레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전공은 자기 자신을 탐색하는 기회로 활용될 수 있다. 특정 전공을 통해 어떤 분야에 흥미가 있는지, 어떤 일에 몰입할 수 있는지를 경험해보고 커리어의 방향을 설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공이 흥미롭지 않거나 직업과의 연결고리가 약하다고 느껴진다면 과감히 방향을 전환하거나 다른 역량을 쌓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전공이 아니라, 무엇을 잘하고 어떤 일을 할 때 의미를 느끼는가에 대한 이해다. 전공은 인생의 출발선이지 종착점이 아니다. 전공과 무관한 길을 걷더라도 그것이 자신의 길이라면 이는 충분히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결정일 테다.
김태우(인문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