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학송> 방향 잃은 교육, 제 궤도에 안착하려면 (한성대신문, 616호)

    • 입력 2025-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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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5-11-10 00:00

취업난, 인력난, 경제난. 수많은 난관 속에서 본교가 그 해답을 내놓겠다는 듯 야심찬 교육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이름하여 ‘창업트랙’이다. 융합 교육을 표방하던 본교가 이번 학기 학생이 직접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자기설계전공을 신설한 데 이어, 또 하나의 융합 트랙을 더했다. 취업률 경쟁과 실무 교육에 발맞추려는 대학의 움직임은 그 자체로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다. 그러나 그 속에는 교육의 방향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혼란도 엿보인다.

한때 ‘창업 열풍’이 불었던 것은 사실이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식·기술·아이디어와 같은 자원을 결합해 우리 사회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였다. 창업교육은 단순히 회사를 세우는 과정보다, 학생이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실천적 학습의 장으로 자리해왔다. 실제로 대학가에서 창업 관련 특강이 열리고 교양 교과목에 창업과정을 다루는 수업이 개설되는 등의 변화가 이어졌다.

그러나 본교의 창업트랙은 인공지능에 잠식당한 듯 보인다.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기본 교양을 쌓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겠다는 의지보다 AI라는 도구를 활용하는 데에 치중돼 있으니 말이다. 실제로 살펴본 「한성대학교 창업트랙 소개 및 교과구성(안)」 내 ‘모든’ 교과구성에는 AI라는 단어가 포함돼 있었다.

창업을 교육과정 내로 끌어들이며 ‘상품화된 교육’에 그칠까 괜스레 걱정이 앞서기까지 한다. ‘업(業)’이란 말 그대로 결과를 내야 하는 활동이다.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구조다. 이는 교육의 본질과 다르다. 교육은 사유를 넓히는 과정이지만, 창업은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과정이다.

사회를 읽는 감각을 기르려면 그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기본 교양이 먼저 자리해야 하지 않을까.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가 어떤 문제 속에 놓여있는지 바라보는 눈이 필요하다. AI와 기술을 수단으로 활용하면서도 사회적 맥락과 윤리적 책임을 함께 탐구하는 수업 구조가 필요하다. AI 기술을 넘어 ‘사람과 사회를 이해하는 창업’으로 나아갈 때, 우리는 비로소 사회가 필요로 하는 가치를 깊이 돌아볼 수 있을 테다.

본교는 그간 ‘미래형 창의융합인재’ 발굴을 내세워왔다. 그러나 진정한 융합이란 서로 다른 학문의 경계를 허물고 그 안에서 사유의 깊이를 넓히는 일이다. 취업시장에 내보낼 인재를 빠르게 길러내는 것이 융합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우리는 현재 사회에 신속히 인력을 배출하는 일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이제는 빠르게 자라나는 한 그루의 나무보다, 더 멀리 내다보는 숲의 시간을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그 길 위에서, 본교가 숲을 밝히는 등불이 되길 진정으로 염원한다.

이승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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