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텅장의 행복 (한성대신문, 532호)

    • 입력 2018-03-26 00:00

 욜로, 시발비용, 탕진잼….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져 나가는 단어다. ‘욜로 (You Only Live Once, YOLO)’는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를 말하고, ‘시발비용’은 비속어인 ‘시발’과 ‘비 용’을 합친 단어로 스트레스를 받아 홧김에 지출하게 된 비용을 뜻한다. ‘탕진잼’은 재물 따위를 흥청망청 다 써서 없앤다는 뜻의 ‘탕진’과 재미를 뜻하는 ‘잼’을 합쳐 소소하게 탕진하는 재미를 일컫는다.
 이처럼 2017년 한 해 동안 주목받았던 신조어와 유행어 중에는 유독 ‘소비’와 연관된 표현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이를 “저성장 시대에 국민들이 불안과 스트레스를 소비를 통해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이같은 신조어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저성장 시대’, ‘N포세대’, ‘청년 불황’으로 대표되는 현대에서, ‘절약’과 ‘저축’ 은 청년들에게 막연한 메아리로 다가올 뿐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돈을 모으는 것보다 당장의 소소한 행복을 찾는 ‘쁘띠 사치’가 청년들에게 대두되는 것은, 이러한 흐름에서 보면 이해하지 못할 일도 아니다.
 그렇다고 청년들이 가격조차 보지 않고 맹목적인 소비만을 반복하는 것은 아니 다. 단지 ‘절약’과 ‘미래’만 있던 고민의 과정에 ‘나’와 ‘현재’를 추가했을 뿐이다. 필자 역시 최근 아메리카노보다 1,500원 비싸서 결제를 망설이던 음료를 망설임 없이 마시 고, 평소 눈여겨보던 뽑기 기계로 달려가 주머니에 있는 동전을 탈탈 털어내는 ‘쁘띠 사치’를 즐기고 있다. 그리고 정말 ‘쁘띠’한 변화가 매일 아침 눈꺼풀을 가볍게 한다.
 일각에서는 욜로 라이프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욜로족의 마인드를 허세 라고 칭하며 현실도피라 말하고, 이들의 현재를 한심하게 생각하고, 이들의 미래를 대신 걱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는 ‘탕진 잼’의 진가를 모르는 이들에게 마음속으로 외쳐본다. “짜릿해! 늘 새로워. 돈쓰는 게 최고야!”

박금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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