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학송> 핑계에 갇힌 등록금 (한성대신문, 559호)

    • 입력 2020-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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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0-09-20 13:35

지난 학기 예상치 못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산으로 우리학교는 실습·실기 수업을 제외한 나머지 수업을 대부분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교수는 강의 시간을 채우지 않거나 수업을 과제로 대체하는 모습을 보였다. 몇 년 전 영상을 소위 재탕하는 강의도 있었다. 학생이 직접 사비를 들여 노트북과 웹캠 등 기자재를 구매해, 비용을 이중으로 부담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실습·실기가 중심인 강의를 듣는 학생은 학교 시설을 사용하지 못했다.

학생들은 학습권 침해, 학교 시설 이용 제한 등을 이유로 등록금 부분 환불을 요구했다. 실습·실기 위주의 강의를 듣는 디자인대학 및 회화과 학생회는 시국선언문을 냈다. 이들은 예산안, 등록금 차등 반환 등을 주장했다. 지난 6월 30일, 대학본부는 요구를 수용해 모든 재학생에게 20만 원씩 특별 장학금을 지급했다. 지급되는 돈은 한성희망장학금 모금 운동과 예산 절감을 통해 마련됐다. 온라인 강의로 인한 학생의 어려움이 해결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2학기 시작을 앞두고 잠잠해지던 코로나19가 다시 무서운 속도로 확산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본부는 9월 1일 계획했던 블렌디드 강의를 취소하고, 전면 온라인 강의로 전환됨을 알렸다. 이번 학기 코로나19 대책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온라인 강의 3시간 중 1~2시간을 실시간으로 진행하는 것 외에는 1학기 온라인 수업 대책과 다른 점이 없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상황에 따라 2학기 후반부에 블렌디드 수업이 진행될 수 있다는 변수가 있지만, 아직까지는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학생들이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이유 역시 지난 1학기와 비슷하다. 온라인 강의가 진행되면서 학습권 침해, 시설 이용 제한 등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이하 전대넷)가 지난 8월 12일부터 16일까지, 2,95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2020년 하반기 등록금 재책정(인하)’에 동의하는 학생들은 무려 93.6%에 달했다. 1학기 99.2%의 대학생들이 등록금 반환을 요구했던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2학기 등록금 반환 논의 과정은 지난 학기와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지난 8월 28일 진행된 5차 간담회를 통해 본교는 공개하기로 했던 등록금 사용 내역 공개가 어려워졌으며, 2학기 등록금 반환도 확답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일부 학생이 등록금 반환 소송에 참여했기 때문에 소송의 결과가 나와야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본교의 입장이다. 결국 본교의 대답은 그 결과가 나오기까지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본교가 말한 등록금 반환 소송은 지난 7월 1일 전대넷의 주도로 이뤄진 등록금 반환 집단 소송이다. 46개 대학 3,362명이 소송인단에 이름을 올렸으며, 본교 재학생도 256명이 참여했다. 해당 소송은 민사 소송으로 진행됐다. 민사 소송은 통상적으로 최소 1~2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결국 우리 대학은 문제에 대한 대응을 긴 시간 유보한 셈이다.

본부의 대책, 학생의 요구 등 2학기로 넘어오면서 달라진 것은 거의 없지만, 등록금 부분 반환만 유보된 상황. 등록금 반환 요구를 더 강하게 관철하기 위해 제기한 소송이, 대학의 대응을 뒤로 미루는 핑계가 돼버린 아이러니. 학교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당혹스럽다. 책임을 회피하려는 대학의 태도는 학생의 불만을 더욱 가중시킬 뿐이다. 정말 학생을 위한다면 등록금 반환을 원하는 학생들의 목소리에 좀 더 귀기울여야 할때다.

박희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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