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청년안심주택, 안전할 듯한 이름의 허상 (한성대신문, 614호)

    • 입력 2025-09-2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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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5-09-22 00:02

일명 ‘청년 로또’로 불리는 청년안심주택은 서울특별시(이하 서울시)가 시세보다 저렴하게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청년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해 주는 사업인 만큼 최고 경쟁률 86 대 1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일부 ‘공공지원 민간임대(이하 민간임대)’에서 보증금 미반환 등의 사태가 벌어지며, ‘안심’이라는 이름과 달리 ‘근심’을 유발한다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서울시 혹은 민간임대 사업자는 각각 공공·민간임대 방식으로 청년과 신혼부부 등에게 대중교통 역세권과 같은 중심지에 저렴한 청년안심주택을 제공한다. 청년층을 위한 거주지인 만큼 나이·재산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입주 신청이 가능하다. 공통 요건에는 ▲만 19~39세 ▲무주택자 ▲차량가액 3,803만 원 이내 등이 있다. 이강훈(주택세입자 법률지원센터 세입자114) 센터장은 “임대료 상승으로 지옥고라는 형태의 청년 주거지가 형성이 되는 등 주거 대책 필요성이 제기되며 2016년부터 청년안심주택 사업이 도입됐다”고 부연했다.

입주 조건이 충족되면 청년 입주자는 공공임대와 민간임대의 주택 유형을 선택할 수 있다. 공공임대의 경우 서울시장이나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직접 서울시 소유의 주택을 공급·운영하는 형태를 띤다. 반면 민간임대는 개인 사업자가 주체가 돼 개인의 건설·주택을 임대한다. 박효주(참여연대 주거조세팀) 팀장은 “서울시는 민간임대 사업자에게 용적률* 상향 등 혜택을 제공하는 대신 주택의 일부를 기부채납** 받아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유형에 따라 청년안심주택의 임대료와 거주기간도 달라진다. 공공임대는 시세 대비 30~50%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최장 10~20년까지 거주가 가능하다. 민간임대는 시세의 75~85% 수준으로 최고 8년 동안 거주할 수 있으며, 추후 임대료와 거주기간을 조정할 수 있다. 김기성(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은 “청년안심주택은 공공적인 성격을 띠는만큼 민간임대이더라도 입주자들의 소득 기준에 맞춰서 시세보다 조금 낮게 장기간 동안 공급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러한 청년안심주택의 이점을 내세워 민간임대 사업자의 참여를 장려하며 공급을 늘려가고 있다. 청년안심주택 홈페이지의 「청년안심주택 공급현황 및 계획」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총 2만 5,100가구가 공급됐으며, 공공임대와 민간임대는 각각 7,555가구, 1만 7,545가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임대 공급 물량이 공공임대를 넘어섰으나, 서울시가 자격이 부실한 민간임대 사업자를 걸러내지 못한 채 사업에 참여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민간임대 사업자는 ‘보증보험’에 의무 가입해야 한다. 대개 민간임대 사업자는 주택 공급 과정에서 준공비 등 수십억 원의 비용을 대출에 의존한다. 채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보험사가 손해를 대신 보상하는 장치가 보증보험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거나 이미 재무건전성이 떨어져 반려당한 사업자를 사업에 참여시키며 사업 운영의 부실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차규근(조국혁신당) 의원실이 서울시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7월 기준 전체 청년안심주택 가구 1만 9,277가구 중 3,150가구가 보증보험 미가입 상태로 확인됐다. 김 연구원은 “투자할 자기자본금이 부족한 상태에서 신규 입주자들의 보증금으로 사업을 하는 현상은 한국 임대차 시장에서 흔한 관행”이라고 말했다.

저렴한 임대료에 비해 높은 보증금이 청년에게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청년안심주택 중 민간임대의 경우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를 유지하기 위해 보증금의 비율이 타 임대주택에 비해 높다. 이는 재산이 많지 않은 청년 입주자에게 부담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이 센터장은 “현재 청년안심주택 보증금의 비율이 임대료보다 더 높은 현상은 매우 기형적”이라고 덧붙였다.

높은 보증금을 지불함에도 불구하고 청년안심주택에 입주한 청년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상술한 부실 민간임대 사업자가 주택을 준공하면서 건설비를 마련하기 위해 담보대출을 받으면 주택이 담보로 잡힌다. 이때 입주 청년이 들어와 보증금을 납부한 후 사업자의 채무 등으로 주택이 가압류될 시 해당 주택의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사업자들이 건축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청년안심주택을 담보로 삼고 대출을 받으면 주택에 자연스럽게 저당 잡히게 된다”고 밝혔다.

민간임대 사업자의 채무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청년 입주자를 구제할 수단이 서울시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피해 청년은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스스로 전세 사기 피해자로 인정받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사당역 코브에 입주한 윤여진(29) 씨는 “현재 사당 코브에서는 가압류 가구가 계속해서 추가되는 상황”이라며 “이런 환경에서 스스로 전세사기로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이 큰 압박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관리·감독 체계가 없어 자격 부실 민간임대 사업자가 청년안심주택 사업에 참여했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지자체가 인허가 과정에서 민간임대 사업자의 재무건전성을 판단하지만, 자본력이나 운영 능력을 증명하는 재무제표 같은 서류 제출에 대한 의무 규정이 없어 제대로 된 감독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지자체가 보증보험 가입 여부 등의 관리·감독 절차를 갖추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임대료를 낮추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보증금 비율을 높게 책정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수익성이 낮은 청년안심주택에 참여하는 민간임대 사업자들을 임대기간이 끝난 후 시세차익을 노린다. 이들은 자기 자본 대신 높은 보증금으로 건물을 지어 주식을 올리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민간임대 사업자가 수익성을 갖추기 위해 보증금의 비율을 올렸다는 분석이다. 이 센터장은 “청년안심주택은 청년 입주자들의 거주를 보장하는 햇수가 정해져 있다”며 “민간임대 사업자들은 오랜 기간 동안 개인 자본이 묶여있는 셈이니 건설 과정에서 자기자본 비율을 줄이려 보증금을 올린다”고 전했다.

청년 입주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원인으로 청년안심주택 입주자들이 대부분 후순위 채권자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존재한다. 민간임대 사업자의 파산 등으로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면 그 주택을 판 돈은 선순위 채권자에서 후순위 채권자 순으로 나눠 가진다. 이때 후순위 채권자는 마지막 순서로 돈을 가져가기에 금액이 모자랄 경우 보증금을 전액 회수할 수 없다. 이 센터장은 “서울의 경우에 아파트형은 보통 90~95% 정도로 낙찰이 되지만 보증금이 높으면 5~10% 정도에도 큰 손해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청년안심주택은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지만, 사적 재산에 해당하므로 임대료 부과 및 관리 책임이 개인에게 있다는 점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사회주택은 서울시가 토지를 제공하고 그 토지에 민간임대 사업자가 건설하는 구조로 이뤄진다. 이와 달리 청년안심주택의 소유권과 재무 책임은 전적으로 민간임대 사업자에게 있다. 이에 준공 이후 발생하는 보증금·재무 문제에는 서울시가 직접 개입할 권한이 없다는 의견이다. 서동규(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서울시는 민간임대 주택이 사적인 영역이라 개입할 수 없다는 식의 답변을 계속해 왔다”고 주장했다.

재무적 상태에 대한 검토를 통해 적정한 민간임대 사업자가 들어오도록 관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견해가 존재한다. 인허가 과정에서 필수로 어떤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규정을 마련해 자격 부실 민간임대 사업자를 사전에 검열하는 방식이다. 박 팀장은 “서울시는 청년안심주택 사업자에 대한 신용과 재정건전성을 철저하게 심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민간임대 사업자 가입 조건에 일정 이상의 자기자본률을 넣는 방안이 제시된다. 이는 사업자의 자기자본률을 높이게 되면 경매로 넘어갈 시 대출이 줄어 보증금 회수율을 올릴 수 있다는 견해다. 이 센터장은 “사업구조를 안전하게 하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 민간임대 사업자의 자기자본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세입자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사들여 세입자에게 먼저 보증금을 지급하고, 이후 경매 절차에서 회수 가능한 금액을 공공이 돌려받는 해결책 역시 존재한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청년 입주자들에게 보증금을 우선적으로 돌려주고 이후 서울시가 경매에 참여해 세입자 대신 매각대금을 돌려받는 방식이다. 김 연구원은 “공공이 채권을 사서 세입자한테 돌려주고 이후 경매 진행 과정에서 공공이 돌려받는 식으로 진행을 하는 것이 현실적인 해결 방안”이라고 역설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에서 공공임대 비중을 늘리는 형태의 청년안심주택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공공임대 비중을 늘리면서 임대사업자의 자금흐름을 높여 재무건전성을 올리고 정부의 개입 범위를 높인다는 방안이다. 서 위원장은 “서울시는 청년안심주택을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운영하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한다”고 제언했다.

*용적률 : 건축물 총면적의 대지면적에 대한 백분율로, 지상면적의 총합을 대지면적으로 나눈 값으로 건물을 얼마나 높게 지을 수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

**기부채납 : 기부자가 그의 소유재산을 국유재산 또는 공유재산으로 증여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무상으로 재산을 받아들이는 것

김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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