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에 올라> 최고가 아니어서 더 멋진 위로 (한성대신문, 567호)

    • 입력 2021-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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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1-05-09 18:38

“나는 ‘최고’, 그런 말이 참 싫어요. 그러지 말고 다 ‘최중’되면 안 돼요, 그냥?”

지난 4월 25일, 미국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인의 이름이 불리는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그의 이름은 ‘윤여정’. 젊은 세대인 우리에게 영화, 예능 프로그램 등 수많은 스크린에서 얼굴을 비춰온 할머니이자 오래된 배우였다. 한국 이민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미나리’의 따뜻한 할머니 역할로 상을 탔다는 것 이상으로 한국인들은, 특히 한국 청년들은 윤여정에 푹 빠졌다. 이들이 그에게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

현재 청년은 전례 없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정국 속 스스로를 지키는 것조차도 어려운 현실에 처해있다. 매번 최악을 갱신하는 취업률, 끝없는 스펙 경쟁 등이 이를 방증한다. 자신의 행동을 책임지는, 진정한 어른으로 가는 과정은 막막하기만 하다. 그런 청년에게 윤여정은 진정한 어른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그는 솔직하고 당당하지만, 겸손을 잃지 않는 모습을 청년에게 보여줬다.

화려했던 젊은 시절의 영광을 뒤로한 채 바닥부터 다시 시작했던 중년의 그는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었다. 드라마 단역 제의가 왔을 때에도 새로운 경험이라며 도전했다. 회가 거듭될수록 배역의 비중이 커지던 순간을 그는 이렇게 회고했다.“한 계단씩 오르다 보면 멋진 기회가 온다.” 삶의 오랜 축적으로부터 비롯된 그의 통찰과 말은 청년에게 큰 위로와 배움이 됐다.

또한 그는 오히려 세상을 다 아는 듯 조언을 일삼는 꼰대와는 다르게 자신의 불완전하며, 아쉽고 불안한 인생을 인정했다. “세상은 서러움 그 자체고 불공정하지만 내가 극복해야 하는 것 같아. 나는 내가 극복했어”라는 말을 통해 그런 삶 또한 극복할 수 있다고,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줬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며, 겸허한 태도로 삶을 받아들이는 그의 모습은 이 시대 청년들에게 큰 귀감이 된다. 최고가 아닌 최중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같이 좋은 어른으로 성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지금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를 다시 고민해 본다.

이정현(인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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