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켜져 있는 불빛을 뒤로하며 (한성대신문, 573호)

    • 입력 2021-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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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1-12-05 08:15

‘한성대신문사는 학우님과 함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작년 4월, 수습기자로 합격했을 당시 받은 문자 메시지다. 비록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대학 생활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지만, 신문사 활동 덕분에 활기를 찾을 수 있었다.

2년여간의 기자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를 꼽자면 대학 내 육체노동자의 삶을 다룬 사회 기사다.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을 목도한 후, 대학 내 육체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 아이템 발제부터 기사 작성까지 심혈을 기울였다. 독자에게 육체노동자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알리고자 현직자와 컨택을 시도했고, 대학 내 육체노동자가 보이지 않는 갑질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그들 중 일부는 언론사와 취재에 응하거나 노동조합에 소속됐다는 이유로 대학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고, 이 같은 사실은 가슴 한 켠을 아리게 만들었다.

50여 개의 기사를 작성하면서 겪은 신문사는 생각보다 더 순탄치 않았다. 기사 작성을 위해 교수, 단체 등에 인터뷰를 요청하면 대부분 거절당하기 일쑤였고, 일면식 없는 사람과 대화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인터뷰가 끝난 후에는 정확한 기사 작성을 위해 곧바로 속기 작업에 돌입하는데, 그 과정에 쏟는 시간과 노력도 상당했다.

무엇보다 마감 주와 시험 기간이 겹칠 때가 가장 힘겨웠다. 수습기자부터 정기자, 부장기자를 거치는 동안 계속해서 떨어지는 성적 탓에 신문사를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그럼에도 활동을 지속한 이유는 남아 있는 기자들을 위해서였다. 적은 인력 탓에, 필자가 그만둔다면 다른 기자가 나의 몫을 짊어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버티기’에 가까웠던 기자 생활이 드디어 마무리된다. 하지만 나의 동료들은 앞으로도 학내 구성원에게 필요한 정보를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이다. 본인이 맡은 기사를 마무리하고자 밤을 지새우는 기자들을 뒤로한 채, 홀로 퇴임하는 것이 마냥 상쾌하지만은 않다.

오늘도 자정이 넘도록 신문사의 불은 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학생 신분의 기자로서 어쩌면 신문사를 본업으로, 학업을 부업으로 삼는 이들이 한 자 한 자 적어낸 신문을 꼭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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