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학송> 많은 걸 바라는 걸까요 (한성대신문, 586호)

    • 입력 2023-02-2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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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4-03-11 19:54

<한성대신문>이 빠르게 동나고 있다. 작년부터 수업 방식이 대면으로 조금씩 전환되면서 생긴 꽤나 반가운 변화였다. 이번 학기는 모든 학생이 등교해야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므로, 더욱 기대된다. 하지만 마냥 기뻐하기에는 찝찝함이 불쑥불쑥 고개를 내민다. 개강을 앞두고 고민거리가 늘어난 학생도 분명 있을 테니 말이다. 그중에서도 인간 생활의 3대 요소인 의(衣)·식(食)·주(住)에 대한 고민을 가진 청년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 씁쓸하게 다가왔다.

본교 기숙사 입주자가 발표되던 당일, 학내 커뮤니티에는 불합격한 학생들의 염려가 담긴 글들이 올라왔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등장하기 전처럼 대면수업이 주를 이룬 올해의 상상빌리지 정규모집 경쟁률은 남녀평균 2.43:1을 기록했고, 삼선학사와 우촌학사 역시 정규모집에서 각각 2.07:1과 1.52: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는 지원한 학생의 절반가량이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는 해석을 가능케 해준다. 기숙사 입주에 실패한 학생들은 급히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모색했을 것이다.

비단 본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2022년 10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일반 및 교육대학 194개교의 기숙사수용률은 23.1%다. 수도권으로 범위를 좁혀보면, 18.4%가 도출됐다. 10명의 학생 중 기숙사가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2명 내외라는 이야기다.

물론 광역자치단체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하는 ‘재경기숙사’,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운영하는 ‘행복기숙사’, 한국장학재단이 운영하는 ‘대학생 연합생활관’ 등이 존재해 주거가 만족스러운 학생도 분명 있을 것이다. 다만, 이마저도 연이 닿지 않은 학생은 대부분 원룸에서 월세와 관리비 등을 부담하며 생활해야 한다. 실제로 2021년 기준 가구주가 만 19세 이상, 만 34세 이하인 청년 가구의 81.6%는 임차로 거주 중이다. 일정 수입이 없는 학생이 학업과 동시에 월세 등의 생활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청년 주거 사안은 곪을 대로 곪은 문제 중 하나다. 국가에서 기숙사 형태뿐만이 아니라 청년주택 등을 공급하는 데에도 힘을 쏟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 청년을 위한 듯한 이러한 정책에는 불편한 진실이 존재한다. 바로 ‘최저 주거기준’이다. 2011년을 끝으로 10년 넘게 개정되지 않고 있는 법에서 정한 1인 가구의 최소 주거면적은 부엌과 화장실을 포함해 14㎡(약 4.2평)이다. ‘원룸’이라고 불리는 주거지는 대부분 이 기준대로 4평에서 5평 사이다. 대다수 대학생이 거주하는 원룸이 4평, 혹은 5평 정도의 규모라는 점에서 최저 주거면적은 평균 주거면적이 돼 버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히 이런 방을 공급하는 것만으로 청년에게 쾌적하고 살기 좋은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말할 수 없지 않을까. 심지어 이보다 열악한 상항에 놓인 이들도 있다. 2021년 기준 최저 주거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청년 가구는 7.9%였다.

여기서 근본적 물음은 ‘과연 현행 최저 주거기준이 국민의 주거 질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로 적절한가’이다. 이제는 청년 주거에 대한 패러다임이 전환돼야 할 때다. 몸 하나 누울 수 있는 공간만 공급해대지 말라는 이야기다. 어떻게 하면 청년이 방 한 칸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어른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5평조차 되지 않는 방 한 칸에서 쾌적하고 살기 좋은 생활을 이어 나갈 수 있나요? 이 질문이 시작이다.

한혜정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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