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기록
평소 일상을 기록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제게 사진이 특별한 취미가 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올해 초, 매일 해야 할 일들이 쌓여 지겹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문득 제가 사진을 찍는 일에 큰 행복과 재미를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처음으로 카메라를 장만하게 되었는데, 그 렌즈를 통해 담아낸 첫 사진이 최우수상이라는 결과로 이어져 더욱 뜻깊고 기쁘게 느껴집니다.
<열리는 중>은 오랜만에 방문한 할머니 댁에서 마주한 순간을 기록한 사진입니다. 그곳은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예전의 모습들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어릴 적 기억에 비해 크게만 느껴졌던 문틈이 유난히 작게 보였고, 그 순간 묘한 감정이 밀려왔습니다. 세상의 속도에 맞춰 나 혼자만 서둘러 어른이 되어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문틈 사이로 서서히 스며드는 햇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오랫동안 머물러 있던 공간 안으로 아주 천천히 들어오는 빛은 강하지 않았지만, 이상하리만큼 오래 시선이 머물렀습니다. 일상을 반복하다 보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채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도 조금의 빛이 공간을 바꾸듯,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삶과 우리 자신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으며, 이미 변화의 문이 열리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완전히 밝아지지 않은 순간이었기에 오히려 더 오래 바라보게 되었고, 그 순간을 붙잡고 싶다는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셔터를 누르게 됐습니다.
나만의 취미를 찾기 위해 시작한 카메라였지만, 단순한 재미를 넘어 더 큰 행복과 소중한 순간들, 그리고 때로는 위로까지 선물받은 것 같습니다. 이번 수상 역시 제게는 오래 기억에 남을 또 하나의 큰 선물처럼 느껴집니다. 앞으로도 우리 삶 주변에 존재하는 따뜻한 빛들과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순간들을 차근히 기록해 나가고 싶습니다. 좋은 기회를 주신 관계자분들과 심사위원분께 감사드립니다.
이송이(서양화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