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과 시점
사진을 찍을 때 저는 늘 한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집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풍경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는 것들,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 속에 무언가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항상 마음 한편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날도 별다를 것 없는 밤이었습니다. 비가 내리고 있었고, 빗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거리였습니다. 걷다가 문득 발밑을 내려다보았을 때, 보도블록 위에 고인 빗물이 가로등 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문득 우주가 떠올랐습니다. 검게 가라앉은 바닥은 끝없이 펼쳐진 밤하늘 같았고, 빛을 머금은 작은 물방울들은 저마다의 자리에서 조용히 빛나는 별들처럼 보였습니다. 시선을 조금만 낮추면, 발 아래 전혀 다른 차원의 세계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혼자 간직하려 했던 사진이었습니다. 그런데 들여다볼수록, 이 작은 반짝임들을 다른 분들과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용기를 내어 공모전에 제출하게 되었습니다.
촬영할 때는 그 느낌을 최대한 살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배경이 우주처럼 보일 수 있도록 밝기를 낮추되, 이곳이 길바닥이라는 사실이 완전히 지워지지 않도록 보도블록의 선이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게 조절했습니다. 현실과 환상 사이, 그 경계를 담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수상 소식을 접하게 돼 기쁩니다. 특별한 준비나 남다른 장소 없이도, 비 오는 날 밤 길 위에서 포착한 순간이 누군가에게 닿았다는 것이 만족스럽습니다. 사진에 대한 저의 작은 철학, 즉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라보는 시선이 인정받은 것 같아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 작품을 통해 한 가지를 전하고 싶다면, 거창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요즘 많은 분들이 각자의 사정으로 바쁘고 지친 나날을 보내고 계실 텐데, 가끔은 시선을 조금 달리해보셨으면 합니다. 늘 보던 길, 늘 걷던 거리도 어느 순간 전혀 다른 풍경이 돼 있을 수 있습니다. 평범함 속에서 특별함을 발견하는 그 짧은 순간이, 바쁜 일상 속 작은 쉼표가 돼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진이 그런 계기가 돼 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비가 내리고 있다면, 잠깐 멈춰 발밑을 한번 내려다 봐 주시길 바랍니다.
백찬열(컴공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