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공모전에 출품된 작품들은 대학생들의 시선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높은 완성도와 감각적인 표현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이번 작품들에서 공통으로 드러난 특징은 ‘빛과 어둠’을 단순한 노출의 개념이 아니라 감정과 분위기를 전달하는 언어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피상적인 장면의 기록을 넘어, 사소한 일상과 익숙한 공간 안에서 자신만의 정서를 발견하려는 태도가 인상 깊게 드러났습니다.
전체적으로 이번 출품작들은 단순히 ‘잘 찍은 사진’을 넘어 자신만의 감정과 시선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합니다. 기술적 완성도뿐 아니라 사진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잘 드러났으며, 작품마다 서로 다른 감성과 해석이 존재했습니다. 특히 빛을 다루는 감각, 프레임 안에서 여백을 활용하는 능력, 그리고 평범한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태도는 매우 인상 깊습니다.
최우수 작품 <열리는 중>은 일상의 매우 사적인 공간을 통해 ‘빛’과 ‘시간’ 그리고 ‘정서’를 섬세하게 포착한 사진입니다. 어두운 실내와 희미하게 스며드는 창가의 빛 사이에서 형성되는 미묘한 긴장감은 관람자로 하여금 사진 속 공간을 오래 응시하게 만듭니다. 단순히 사물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간에 남겨진 감정과 기억의 흔적까지 화면 안에 담아낸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유와 감성을 균형 있게 담아낸 수작이라고 판단했으며, 빛과 공간을 해석하는 뛰어난 시선, 절제된 표현력, 그리고 깊은 정서적 울림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또한 이 작품은 ‘보여주는 것’보다 ‘숨기는 것’을 통해 더 많은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선풍기, 의자, 창틀와 같은 화면 속 사물들은 명확히 드러나지 않지만, 오히려 그 불완전한 정보가 관람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침묵의 힘’입니다. 화려한 장면이나 강한 메시지를 앞세우지 않으면서도, 보는 이의 감정을 천천히 끌어당기는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현대 사진이 쉽게 소비되는 이미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은 가운데, 이 작품은 느린 호흡으로 공간과 감정을 응시하게 만드는 사진의 본질적인 힘을 보여주었습니다.
어둠 속 빗물에 젖은 바닥과 보도블럭을 포착한 <또 다른 우주>는 익숙한 일상의 공간을 전혀 다른 감각으로 환기하는 작품입니다. 작품은 강한 명암 대비와 빛의 반사를 활용해 평범한 도시의 한 장면을 마치 심연의 우주처럼 느끼게 만듭니다. 특히 보도블럭 주변으로 번지는 빛의 질감은 별빛이 흩어진 은하를 연상시키며, 관람자로 하여금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들게 합니다. 일상에서 또 다른 세계를 발견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인상 깊게 전달되며, 절제된 색감과 구도가 작품의 몰입감을 높입니다.
<숨>은 차가운 공기와 따스한 수온이 만나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대기의 호흡을 시각화한 압도적인 회화미를 갖습니다. 짙은 어둠에 잠긴 배경과 빛을 받아 하얗게 일렁이는 물안개의 강렬한 명암 대비는 프레임 전체에 신비롭고 묵시적인 분위기를 불어넣습니다.
<엄격함의 틈>은 대칭과 균형이 지배하는 수직·수평의 프레임 속에서 삶의 생생한 찰나를 길어 올려 화려한 장식과 규칙적인 차양, 반복되는 로고가 만들어내는 화면은 제목 그대로 어떠한 오차도 허용하지 않을 듯한 ‘엄격함’을 드러냈습니다.
<그럼에도>는 통제된 스튜디오 조명과 인체의 곡선, 그리고 천(布)이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의 실존적 고뇌와 이를 극복하려는 내면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시각화했습니다. 인물의 배후에서 흘러나오는 역광은 천을 들어 올리는 역동적인 인물의 손짓과 단단하게 버티고 선 실루엣은 자신을 에워싼 한계와 어둠을 걷어내고 나아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대변합니다.
<수평선 위의 여명>은 짙은 구름 사이로 스며드는 새벽빛을 통해 자연이 지닌 숭고한 순간을 인상적으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어두운 구름과 그사이를 뚫고 퍼져 나오는 빛의 대비가 긴장감과 희망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공간감과 서정성을 형성합니다.
<전해지지 못한 동심>은 낡고 거친 도시의 풍경 속에 홀로 놓인 작은 오리 인형을 통해 순수함과 고독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붉게 녹슨 철제함과 회색 콘크리트의 거친 질감은 시간의 흔적과 삭막한 현실을 상징하며, 그 위에 노란 오리 인형은 잊힌 동심의 존재를 은유적으로 드러냅니다.
이번 사진공모전은 단순한 기술 경연의 자리를 넘어, 오늘날 대학생들이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어떻게 세계를 바라보고 해석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던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출품작들은 화려한 시각적 효과보다 자신만의 감정과 경험, 그리고 일상에서 발견한 미세한 감각들을 진정성 있게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특히 빛과 그림자, 공간과 여백, 침묵의 분위기를 활용해 감정을 전달하려는 시도는 매우 인상적이었으며 사진이 단순한 기록을 넘어 하나의 예술적 사유가 될 수 있음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창의적이고 진정성 있는 시도들이 지속돼, 한국 사진예술이 더욱 폭넓고 풍부한 방향으로 성장해 나가기를 기대하며 응원합니다.
<약력>
•여상현 스튜디오 대표실장
•재능대학교 사진영상미디어과 겸임교수(현)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외래교수(전)
•계원예술대학교 사진예술과 초빙교수(전)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패션예술학부 외래교수(전)
•서울모드패션전문학교 패션예술학부 외래교수(전)
•2020 인천문화재단 예술지원사업 사진부문 심사위원
•2018 인천건축문화제 사진대전 심사위원
아쉬운 작품들
숨
안송현(패션 3)
엄격함의 틈
공지현(컴공 4)
그럼에도
윤지환(문콘 2)
수평선 위의 여명
엄태규(사회과학 4)
전해지지 못한 동심
차성욱(컴공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