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에 올라> 예술가보다 작가로 불리고 싶다 (한성대신문, 528호)

    • 입력 2017-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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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2-05-31 17:17

우리나라에는 자신을 예술가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마구잡이로 그린 그림에 창의성이라는 단어를 끼워 넣어 의미부여를 합니다. 그 그림은 그가 마련한 전시장에서, 그의 지인들에게 수백, 수천만 단위의 값어치가 매겨져 팔립니다. 전시장을 마련하고 지인을 초청할 수 있는 누군가는 예술가라는 호칭을 기세등등하게 거머쥐고, 그렇지 못한 누군가는 수십 권의 크로키노트에 손톱이 갈라질 정도로 연습을 해도 예술가라는 호칭은 여전히 멀리에 있을 뿐입니다. 상황이 이러한데 누구를 예술가라 불러야 할까요? 예술가라는 말의 기준에 의문이 듭니다.
“한국예술에 한 획을 긋는 예술가가 될 거야!”라는 마음으로 3년간의 입시를 버텨내고 4년제 회화과에 들어온 학생이 있습니다. 집안사정을 생각해 학자금대출을 받아 대학을 졸업합니다. 기초연습만도 수십 번, 지금까지 쓴 크로키 노트만 몇 권인 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순수예술을 전공한 이 학생에게 예술은 고사하고 졸업 후 학자금 대출을 갚으며 생계를 유지하기란 버겁기만 합니다. 결국 버티고 버티다 공무원을 선택합니다. 이후론 때때로 그림을 끄적거리며 과거 땀을 흘리며 열정적으로 매달렸던 그 때의 작품을 매만질 뿐입니다.
노력과 열정만으로 도달하기에 예술가라는 직업은 너무 먼 신기루 같은 나라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해외에 반해 문화예술 산업이 발달되지 않은 우리나라는 금전적 여유가 없는 예술가들이 설 자리가 없습니다. 그나마 최근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같은 SNS를 통해 개성 있는 작품을 공개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대중들은 이들을 ‘예술가’가 아닌 ‘작가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작품세계와 개성을 표현해내는 사람을 ‘작가’라 부른다면, 우리나라는 예술가보다 작가가 더 많은 곳이 되기를 바랍니다.

김지수(패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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