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입신고 안 하는 대신 월세는 싸게 받잖아요”. 지난 2월, 월세로 새 집을 얻은 대학생이 임대인에게 들은 말이다. 전입신고는 임차인이 보증금을 안전하게 돌려받고 퇴거 요청을 거부하는 등의 주거권을 보장받기 위해 꼭 필요한 절차다. 그러나 임대인이 전입신고를 의도적으로 막는 사례가 늘면서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거 나, 정책 수혜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각종 피해에 노출되고 있다.
전입신고는 거주지를 옮긴 사람이 해당 관할 행정기관에 주소를 신고하는 제도다. 임차인은 『주민등록법』에 따라 새로운 거주지로 이동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신고해 야 한다. 전입신고는 새로운 거주지의 관할 행정기관을 직접 방문하거나 정부24를 통해 온라인으로 가능하며, 신고가 완료되면 주민등록상 주소가 새롭게 변경된다.
임차인은 전입신고를 함으로써 기본적인 주거권을 보장받는다. 대표적으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이에 해당하는데, 대항력은 임대인이 바뀌더라도 임차권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다. 우선변제권은 주택이 경매 등에 넘어갔을 때 보증금을 우선해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에 해당한다. 김선주(경기대학교 일반대학원 부동산자산관리학과) 교수는 “전입신고는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 임차인의 주거권을 보호하는 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임대인이 의도적으로 전입신고를 막아 이득을 취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본지는 부동산 거래 플랫폼 ‘다방’에서 지난 24일 기준 거래 가능한 서울시 내 오피스텔 월세 매물 1,190건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전입신고 가능 여부가 표기된 매물 142건 중 ‘전입신고 불가’를 내건 매물 24건을 확인했다.
임대인이 건물의 용도를 속여 계약을 체결한 뒤, 임차인에게 전입신고가 불가능하다고 통보하는 경우도 있다. 오피스텔 등의 건물은 『건축법』에 따라 용도가 주거시설과 업무시설 등으로 구분한다. 업무시설로 등록된 경우 전입신고가 제한된다. 그러나 일부 임대인은 이를 알리지 않고 주거시설 매물로 안내한다. 규정을 빌미로 전입신고가 불가능하다고 통보한다. 엄정숙(법도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서류 상으로는 업무시설, 실제로는 주거시설이라는 이중 상태를 유지해야 임대인의 세제상 이익이 유지돼 전입신고를 막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임대인이 담보대출을 갚지 못해 거주지가 경매에 넘어갈 경우,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대인이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은 뒤 이를 상환하지 못하면 금융기관이 담보권을 실행해 해당 주택이 경매에 부쳐질 수 있다. 이 경우 임차인은 경매 배당절차에 참여해 보증금의 변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금융기관의 담보권이 임차인의 권리보다 우선 설정되면 배당 순위에서 밀려 보증금을 변제받지 못할 위험이 크다. 엄 변호사는 “이러한 방식은 전세사기의 전형적 수법으로도 꼽힌다”고 지적했다.
전입신고를 위한 증명 절차가 행정기관마다 달라 임차인의 혼란을 초래하기도 한다. 『주민등록법 시행령』 제23조에 따르면 전입신고를 위한 준비물은 신고 당사자의 신분증만 명시돼 있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한성대학교 인근 ▲성북동 ▲삼선동 ▲동선동 주민센터 등은 신분증과 임대차계약서가 준비물에 포함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숭실대학교 컴퓨터학부 2학년에 재학 중인 김태경 학생은 “숭실대학교 인근 상도1동 주민센터는 신분증만 가져가면 됐지만 청림동 주민센터는 신분증과 임대차계약서까지 요구했다”고 말했다.
전입신고를 하지 못한 임차인은 실거주지의 지역 정책에서도 원천 배제되는 실정이다. 지역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정책은 실거주지와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동일해야만 사업 수혜 대상으로 선정된다. 그러나 임대인의 강요로 전입신고를 하지 못하면 실거주지와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달라 지역 정책의 수혜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 실제 서울시에서 시행하는 ‘청년월세 특별지원’ 사업의 경우, 주민등록상 서울시에 거주하는 청년을 대상으로 월 최대 20만 원을 지원하지만 전입신고를 완료해야만 수혜 대상이 된다.
임대인이 건물 용도를 속여 계약을 체결하는 배경에는 낮은 세제 부담이 있다. 『지방세법』에 따르면 오피스텔 등 건축물을 보유한 임대인은 재산세 등의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때 오피스텔을 업무시설로 신고하면 세금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주거시설에 비해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배준형 (밸류업이노베이션) 대표는 “오피스텔은 용도에 따라 적용되는 세금이 달라져 임대인이 세금 부담이 적은 용도를 선택할 유인이 생기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임차인이 보증금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문제는 임대인이 전입신고와 근저당권* 의 효력 발생 시점 간 공백을 악용하는 데서 비롯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임차인의 우선변제권은 주택을 인도 받고 주민등록을 마친 다음날부터 발생한다. 반면 근저당권은 등기가 완료되면 등기 신청이 접수된 때부터 효력이 나타난다. 이에 임대인이 전입신고를 한 당일 담보대출 등을 받으면 임차인의 대항력보다 근저당권이 먼저 발생해 배당 순위에서 앞선다. 김 교수는 “대항력의 효력을 다음 날부터 인정하는 것은 부동산등기와 주민등록이라는 서로 다른 공시제도 간 권리 순서를 명확히 하기 위함이다”고 설명했다.
신고 절차가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점이 복잡한 신고 절차의 원인이 된다. 전입신고의 경우 실제 거주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담당 공무원의 재량 심사를 통해 수리된다. 그러나 상술한 『주민등록법 시행령』 32조에는 신분증 제시 외에는 구체적인 기준이 법률에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 이에 따라 건축물대장, 관리비 고지서 등을 추가 요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배 대표는 “정부에서 배포 하는 전입신고 지침 등이 존재하지만 원칙적 권고에 그쳐 개별 담당자의 판단에 의존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지역 행정기관이 주민의 실거주 여부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도 임차인이 지역 정책에서 배제되는 문제의 원인으로 꼽힌다. 지역 행정기관은 ‘주민등록 사실조사**’ 등을 통해 실제 거주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비대면으로 서류만 확인하는 방식으로 조사가 이뤄져 실거주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다. 따라서 임대인의 요구 등으로 전입신고를 하지 못한 임차인은 실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정책 대상에서 제외된다. 김 교수는 “서울에 실거주하더라도 주민등록이 다른 지역에 돼 있다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말했다.
전입신고가 불가능한 오피스텔 계약을 예방하기 위해 임차인이 계약 전 건물의 용도와 전입신고 가능 여부를 직접 확인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임차인은 계약 전, 등기사항증명서와 건축물대장을 확인해야 한다. 또한 임대인이나 공인중개사에게 전입신고 가능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엄 변호사는 “서류상 업무시설, 실제로는 주거시설이라는 이중 상태를 유지할 때의 부담은 임차인에게 전가된다”며 “법적 다툼의 여지를 떠나 전입신고 불가 매물은 처음부터 계약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고 피력했다.
임대인의 추가 담보권 설정을 제한하는 특약도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안으로 활용할 수 있다. 계약 당시의 권리관계를 임차인의 대항력이 발생하는 시점까지 유지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계약 해제나 손해배상 등의 책임을 지도록 약정하는 방식이다. 김 교수는 “계약 이후 임대인이 새로운 담보권을 설정하지 않도록 특약을 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고 절차의 확립을 위해 기관별 구비서류와 확인 기준을 통일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주거 형태에 따라 요구할 수 있는 서류와 실제 거주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사전에 유형화해 담당 공무원의 재량에 따른 차이를 최소화해야 한다. 배 대표는 “주거 형태별로 요구 가능한 서류 목록을 사전에 유형화해 담당자의 재량 범위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등록 사실조사의 실거주 확인 절차를 강화해 명확한 실거주지 파악을 가능케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비대면 조사에 의존하는 방식이 아닌 임대차계약서나 월세 납부 내역 등을 활용해 실거주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실거주 여부가 확인된 임차인에게는 일부 지원 정책의 신청 자격을 인정하는 방안 역시 필요하다. 김 교수는 “전입신고가 제한된 경우 임대차계약서, 공공요금 납부 자료 등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실제 거주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고 역설했다.
*근저당권 : 계속적인 거래관계로부터 발생하는 불특정 다수의 채권을 일정한 한도까지 담보하기 위해 다른 채권자보다 자기채권의 우선변제를 받을 권리
**주민등록 사실조사 : 실거주지와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일치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 단체가 매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행정 조사
김산 기자
김가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