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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가 꼭 알아야 하는 경제 상식’ ‘경제 초보를 위한 경제 개념 10분 요약’ 인터넷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경제 관련 콘텐츠들이다. 대학생이 됐으면 경제개발 상식 정도는 쌓아야겠다고 다짐했는데, 까다로운 경제 용어가 발목을 잡기 일쑤다. 경제주체로서 현명한 자산 관리를 위해서는 경제 흐름을 이해하고, 나아가 경제 원리를 사회 문제에 적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가상자산 거래소에 ‘거래가뭄’이 찾아왔다. 정부가 세 차례의 유예 끝에 가상자산 과세를 2027년 1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특히 비트코인, 도지코인 등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청년층이 늘어난 가운데 소액 투자자에게도 같은 과세 기준이 적용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가상자산 과세가 투자자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문제까지 알아봤다.
김혜윤 기자
조세 굴리는 효율의 톱니바퀴
조세란 정부가 사회 전반의 경제·사회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경제주체로부터 거두는 재원이다. 정부는 경제주체가 납세한 자원을 확보해 사회에 복지·교통·교육 등 공공서비스를 제공한다. 개별 경제주체가 직접 마련하기 어려운 공동체 유지에 필요한 비용을 함께 분담하고 정부가 이를 사회적 필요에 따라 배분한다는 점에서 조세는 사회적 합의에 기반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김우철(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조세는 사회가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공공서비스와 행정 기능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조세는 조세의 부담이 납세자에게 직접 귀속되는지 여부에 따라 ‘직접세’와 ‘간접세’로 나뉜다. 직접세는 소득세처럼 납세의무자와 실제 조세 부담자가 동일한 조세를 의미한다. 반대로 간접세는 부가가치세처럼 납세의무자와 실제 조세 부담자가 다른 조세를 뜻한다. 정부는 조세의 목적과 과세 대상, 경제적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직접세와 간접세를 선택적으로 부과한다. 이은경(이음세무노무컨설팅) 대표는 “이러한 차이는 조세가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할 때도 중요하다”며 “현실에서 직접세는 조세 부담을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는 반면 간접세는 동일한 세율이 적용돼 저소득층에게 상대적으로 부담이 더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주체는 자신이 부담해야 하는 조세의 규모에 따라 노동·소비·투자 등 경제활동 과정에서 의사결정을 변화시킨다. 이를 조세의 경제적 유인이라고 하며, 경제주체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조세의 특징을 일컫는다. 정부가 조세를 부과하면 경제주체는 세금으로 인한 비용 변화를 고려해 소비나 투자와 같은 경제활동을 조절한다. 경제주체의 의사결정 변화는 사회 전반의 경제 변화로 이어진다. 이 대표는 “경제주체는 의사를 결정할 때 세액을 포함한 세전 비용과 세후 수익을 고려한다”며 “세금을 통한 비용 변화에 따라 경제적 행동도 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조세를 통해 경제주체들의 행동을 사회적으로 필요한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친환경 제품에 대한 조세를 낮추거나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활동에 대해 조세를 부과해 경제주체가 사회의 전체 비용을 고려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처럼 조세제도는 경제활동에서 발생하는 효용성을 조정하고 사회적 목표를 달성하는 정책수단으로 활용된다. 이 대표는 “환경오염 등 경제활동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시장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며 “관련 활동에 세금을 부과해 경제주체가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세제도를 통한 정부의 정책은 경제의 사회적 후생을 감소시킬 수 있다. 사회적 후생이란 사회 구성원이 경제활동을 통해 얻는 만족과 편익의 총합을 의미하는 개념이다. 세율이 높아질수록 경제주체는 최적 노동·소비·투자 수준에서 이탈한다. 이에 따라 정부가 거둬들이는 조세수입보다 이탈하는 손실이 더 커지면서 사회 전체의 경제적 효율성이 낮아진다.
이탈로 인한 손실은 특정 경제주체에게 이전되지 않고 시장에서 사라진다. 이를 ‘사중손실’이라 말한다. 쉽게 말해 본래 성사될 거래가 세금으로 인해 이뤄지지 않으면서 소비자와 생산자가 얻을 편익은 물론, 정부가 거둘 수 있었던 세수까지 함께 사라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근로소득에 대한 세율이 높아지면, 근로자는 노동의 추가적인 보상이 줄어든다고 판단해 근로시간을 감축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이러한 이탈은 세율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세율이 오를수록 더욱 가파르게 커지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조세로 인한 사회적 후생 변화는 경제주체가 경제 요인을 얼마나 민감하게 받아들이는지에 달려있다. 이러한 정도를 경제학에서는 ‘탄력성’이라 한다. 탄력성은 가격 변화에 따른 수요나 공급의 변화량을 나타내는 개념이다. 수요량이나 공급량의 변화율을 가격 변화율로 나눠 계산한다. 단위탄력적이란 가격의 변화율과 수요량, 공급량의 변화율이 정확히 일치하는 상태다. 이 값이 1보다 크면 가격 변화에 비해 수요나 공급의 변화가 큰 탄력적 상태이고, 1보다 작으면 변화가 작은 비탄력적 상태이며 1이면 단위탄력적이라고 한다. 이 대표는 “일반적으로 수요나 공급의 가격탄력성이 클수록 동일한 세율이라도 거래량과 사회적 후생이 더욱 크게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탄력성은 조세의 적정 수준을 결정하는 ‘최적조세이론’에도 적용된다. 최적조세이론은 조세로 인한 형평성을 고려해 사회적 후생을 극대화하는 효율적인 조세 수준을 찾는 이론이다. 주로 수요가 비탄력적인 재화에는 높은 세율을, 탄력적인 재화에는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일례로 생필품은 소비량을 줄이기 어려워 수요가 비탄력적인 반면, 사치품은 소비를 쉽게 조절할 수 있어 수요가 탄력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필품에 높은 세율을, 사치품에 낮은 세율을 부과하는 것이 조세로 인한 경제적 왜곡을 줄일 수 있다. 이 대표는 “효율성과 형평성을 완벽하게 만족시키는 정답은 없기에 조세 수준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결국 가치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고 술회했다.
정부는 조세제도의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면서도 경제주체의 의사결정을 지나치게 왜곡하지 않는 ‘균형’을 고려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매년 조세제도를 검토하고 필요에 따라 세제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다. 정책적 목적과 조세의 본래 기능 사이의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목적이다. 김 교수는 “정책 수단으로 조세를 남용하게 되면 조세 본래의 기능을 위협하는 경우가 많아 정부 차원에서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과 과세의 엇박자
정부가 세 차례의 유예 끝에 2027년 1월부터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시행한다. 이번 가상자산 과세 제도를 두고 가상자산 투자자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준비 부족 과세제도’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유석(인천대학교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시행하기에 앞서 과세 시스템을 충분히 구축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과세 도입과정에서 소액 투자자의 조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투자 규모에 따른 기본공제 활용도의 차이로 인해서다. 기본공제는 일정 한계점까지의 소득을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제도다. 가상자산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250만 원의 기본공제가 적용된다. 이때 청년 등의 소액 투자자는 투자 규모가 작아 큰 수익을 얻기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소액 규모인 250만 원 초과 이익부터 과세돼 투자 규모에 비해 조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 교수는 “이러한 차이로 소액 투자자가 대규모 투자자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세 부담을 지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투자에서 발생한 순이익을 계산하기 어려워 실질적으로 이익이 없는 투자자도 조세를 부담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가상자산은 가격 변동성이 높아 연도별 투자성과의 낙폭이 크다. 그러나 현재 가상자산에는 주식과 달리 손실을 다음 연도로 이월해 이후 발생한 이익에서 공제하는 제도가 적용되지 않아 전체 투자성과에 비해 조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내용이다. 강민정(인천대학교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특정 연도의 이익보다는 일정 기간의 손익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실제 투자성과를 적절하게 반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과세제도 준비 과정에서 인프라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목된다. 가상자산은 국내 거래소뿐만 아니라 해외 거래소와 개인 지갑*을 통해서도 거래할 수 있어 정부가 거래 내역과 이익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여러 거래소를 이용하거나 취득한 지 오래된 가상자산의 경우 상세 내역을 확인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 교수는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시행하기에 앞서 과세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은 점이 유예의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소액 투자자의 조세 부담이 커지는 원인으로 가상자산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있는 점이 꼽힌다. 가상자산은 실제 투자 목적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많지만 제도 도입 당시 기존 금융투자상품과 법적·경제적 성격이 다르다고 판단돼 기타소득으로 분류됐다. 강 교수는 “가상자산 거래가 반복적인 투자 형태로 이뤄질 경우 가격 변동성도 크다”며 “기타소득의 과세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투자에서 손실 이월공제가 적용되지 않는 원인으로 기타소득의 과세체계를 따르고 있다는 점이 지목된다. 손실 이월공제란 손실을 다음 연도로 이월해 이후 발생한 소득에서 조세를 줄여주는 제도다. 기타소득은 과세기간에 발생한 소득을 기준으로 과세하기에 가상자산도 손실 이월공제가 적용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강 교수는 “가상자산에 대해서만 특별히 이월공제를 금지한 것은 아니다”며 “가상자산의 양도·대여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한 현행 과세체계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부담한 비용이 과세소득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문제는 필요경비 인정 범위와 증빙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필요경비란 세금을 매길 때 총수입에서 제하는 사업 및 활동비용을 뜻한다. 현재 가상자산 소득을 계산할 때 취득가액과 일정한 부가비용을 필요경비로 인정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 특히 해외 거래소 등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증빙과 산정이 어렵다. 이에 실제 투자자가 지출한 비용을 과세소득에서 충분히 차감하기에 명확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가상자산의 부대적인 수수료나 매입 비용, 취득가액 등을 필요경비로 인정하는 것은 당연한 처사다”고 말했다.
소액 투자자의 조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기본공제 수준을 조정하고 다른 투자자산과 유사한 과세체계를 마련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을 명확히 정립한 뒤 소득 규모에 따른 차등 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인 셈이다. 강 교수는 “소득분류 변경뿐만 아니라 기본공제와 손실 이월, 납세자의 신고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투자자의 장기적인 실제 손익을 과세에 반영하기 위해 손실 이월공제 제도를 마련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가격 변동성이 높은 가상자산의 특성을 고려해 특정 연도의 이익만을 기준으로 과세하기보다 일정 기간의 손익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손실을 일정 기간 이월해 이후 발생한 이익에서 공제할 수 있도록 하면 장기간의 실제 투자성과에 보다 근접한 과세가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정 교수는 “미국, 일본 등의 나라에서는 대부분 이월공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상자산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실제 순이익에 반영하기 위해 필요경비 인정 범위와 증빙 기준을 구체화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이를 통해 투자자가 실제로 얻은 경제적 이익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견해다. 강 교수는 “가상자산 거래나 대여를 위해 실제로 지출한 거래 수수료와 관련 비용을 필요경비로 인정하는 것은 실제 투자자가 얻은 순이익에 과세한다는 측면에서 합리적인 방향”이라고 답했다.
*개인 지갑 : 사용자가 비밀번호를 알고 있어 가상 자산을 직접 소유하고 관리할 수 있는 도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