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화정> 불확실성의 시대, 우리는 과연 AI의 주인인가 (한성대신문, 624호)

    • 입력 2026-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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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6-08-31 00:00

최근 한 협회로부터 ‘AI 활용을 통한 프로젝트 관리와 미래’ 발표를 요청받았다. 그동안 프로젝트 관리의 주체는 언제나 ‘인간’이었다. 이 오래된 전제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AI가 등장한 이후로 사람만 관리하던 시대에서, AI를 함께 관리하는 시대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1926년 생리학자 월터 캐넌은 ‘항상성(homeostasis)’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는데, 외부 환경의 변화에도 생명체가 내부 상태를 일정 범위 안에서 유지하는 상태를 일컫는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동일함’의 homo가 아니라 ‘비슷함’의 homeo를 골랐다는 점이다. 아마 항상성은 정지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는 조정으로 유지되는 안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프로젝트 관리를 위한 간트 차트, CPM, PERT는 사람을 예측하기 위한 문법이었으나, 에이전틱AI의 확산으로 생산성의 차이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AI 없이는 일을 못 하겠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런데 이 고백에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진술이 섞여 있다. 하나는 실행의 의존이고, 또 하나는 판단의 의존이다. 문제는 판단의 의존, AI가 틀렸을 때 틀렸음을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다. 흔히 사람이 단계마다 승인하는human-in-the-loop을 안전 장치로 이야기하지만, 그 사람은 이미 사이클의 내부에 있다. 그렇다면 실행은 위임하고 사람은 위에서 감독하는 human-on the-loop은 답이 될까? 에이전트가 초 단위로 일하는 시대에 하루 삼백 건의 결재가 올라오면, 어느 순간 내용을 보지 않고 도장만 찍게 된다. 그 순간 승인은 통제가 아니라 요식이 된다.

다시 항상성으로 돌아가면 조절 시스템은 기준값 설정, 이탈 감지, 조정 실행으로 이루어진다. 실행의 위임은 생명체가 늘 해온 일이고, 주인과 부품을 가르는 것은 나머지 둘이다. AI가 기준을 정하고 이탈을 감지하며 인간은 승인만 한다면, 그는 조절자가 아니라 말단 기관, 곧 부품이다.

캐넌이 homo가 아니라 homeo를 고른 이유를 다시 생각해보면 우리도 이전과 같을 수는 없고, 같을 필요도 없다. 다만 좋은 결과를 스스로 정의하고 어긋남을 알아보는 능력만은 지켜야 한다. 이 능력이 있는 한 우리는 AI의 주인이고, 잃는 순간 루프 위에 있어도 부품이 된다. 우리는 과연 AI의 주인인가? 이 질문은 자신의 판단 능력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를 묻는, 우리 자신을 향한 질문이다.

전준현(문학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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