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도의 눈속임
우리가 지금껏 봐왔던 지도는 세계의 크기를 제대로 담고 있었을까? 지난 9월 4일 유엔 총회에서 ‘이퀄어스(Equal Earth) 도법’의 사용을 권장하는 결의안이 채택됐다. 이퀄어스 도법은 기존에 널리 사용되던 메르카토르 도법과 달리 지도상에서의 면적 왜곡을 줄인 지도 제작법이다. 이퀄어스 도법은 어떤 과정을 통해 면적의 왜곡을 줄였는지 그 원리를 알아보자. 세계지도는 3차원 구 형태인 지구를 2차원 평면 위에 옮긴 결과물이다. 사용하는 도법에 따라 대륙과 바다를 지도에 표기하는 과정도 상이하다. 어떤 도법을 써도 왜곡은 불가피하다. 3차원인 지구의 곡면을 2차원인 평면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지표면을 늘리거나 줄이는 등의 변형이 발생해 각도나 면적의 왜곡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바라본 세계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도법은 ‘메르카토르 도법’이다. 메르카토르 도법은 세계지도를 만들기 위해 ‘정각 도법’을 사용하는데 정각 도법은 지구상의 각도를 지도에서도 유지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각도를 유지하면 방향과 국지적인 지역의 형태를 보다 정확히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메르카토르 도법은 ‘원통형 투영법’도 쓰인다. 원통형 투영법은 지구본을 원통 모양의 종이로 감싼 뒤, 지구본 내부에서 빛을 비춰 지표면의 모습을 종이에 투영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경선은 일정한 간격의 수직선으로, 위선은 경선과 직각으로 만나는 수평선으로 표현된다. 해당 구조는 지구상의 방향과 위치를 파악하기 쉽도록 할 수 있지만 실제 지구의 곡면을 평면에 옮기는 과정에서 면적 왜곡이 발생한다. 최진무(경희대학교 지리학과) 교수는 “투영 과정에서 고위도로 갈수록 지표면이 지도상에 넓게 투영돼 실제 면적과 지도상 면적 사이에 차이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구는 적도에서 멀어질수록 경선 사이의 거리가 좁아지지만 메르카토르 도법으로 만든 지도에서는 고위도로 갈수록 위선 사이의 간격을 넓힌다. 고위도의 경선을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하기 위함이다. 이로 인해 고위도 지역의 대륙이 실제 면적보다 확대되는 결과를 낳는다. 메르카토르 도법을 이용한 지도에서 그린란드와 아프리카의 면적이 비슷한 크기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프리카가 그린란드보다 무려 14배나 더 큰 것이 일례다. 이상일(서울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는 “메르카토르 도법은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위선의 간격을 더욱 떨어뜨리기 때문에 극지방으로 갈수록 면적이 왜곡된다”고 전했다.
이러한 면적 왜곡은 ‘축척계수’를 통해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축척계수는 지구 표면의 실제 길이에 비해 지도상 길이가 얼마나 확대되거나 축소되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메르카토르 도법에서는 위도가 높아질수록 축척계수가 커지며 가로·세로 방향의 축척계수가 같아 면적 확대율은 축척계수의 제곱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적도에서 축척계수는 1로 면적 확대율도 1배지만, 위도 80도에서는 축척계수가 약 5.76으로 면적 확대율이 약 33.16배에 달한다. 이를 바탕으로 대륙과 해안선의 윤곽을 그리면 메르카토르 도법 세계지도가 완성된다. 황철수(경희대학교 지리학과) 교수는 “경선 간격을 일정하게 표현하면 동서 방향으로 확대된다”며 “각도를 보존하려면 남북 방향도 같은 비율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르카토르 도법은 면적보다 각도를 유지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항해에 유용하다는 장점이 있다. 지도에 나타나는 각도로 항해하면 실제 지구에서도 그 방향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인철(부산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는 “메르카토르 도법은 정각도법이기에 방향을 정확하게 유지하는 것에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메르카토르 도법은 적도에서 멀어질수록 면적 왜곡이 심해진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특히 극지방에 가까운 지역일수록 이러한 면적 왜곡 현상이 두드러진다. 실제 면적이 아프리카보다 작은 그린란드가 아프리카와 비슷한 크기로 보이는 것이 그 일례다. 이로 인해 대륙과 국가의 실제 크기를 직관적으로 비교하기 어렵게 된다.
우리가 바라볼 세계
이퀄어스 도법은 메르카토르 도법과 달리 면적을 보존하는 도법인 ‘정적 도법’이다. 지구상의 실제 면적 비율을 유지하면서 대륙의 형태가 지나치게 왜곡되지 않도록 설계됐다. 면적의 정확성을 확보하면서도 지도의 형태와 배열을 함께 고려한 것이 이퀄어스 도법의 핵심이다.
이퀄어스 도법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위도와 경도를 ‘평면 좌표’로 변환해야 한다. 지구상의 위치는 위도와 경도로 나타나지만 평면 지도에서는 가로축과 세로축에 해당하는 x·y 좌표를 사용한다. 즉 위도와 경도를 지도상의 좌표로 바꾸는 수식을 설계하는 것이다.
평면 좌표로 변환하기 위해서는 ‘보조각’을 구해야 한다. 보조각은 경선과 위선의 형태를 조절하는 역할을 맡는다. 보조각을 구하기 위해서는 특정 수식에 실제 위도를 대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북극의 실제 위도는 90도지만 이퀄어스 도법에서의 보조각은 60도로 변환된다. 이상일 교수는 “실제 좌표를 변환 없이 대입하면 형태가 왜곡된다”고 말했다.
보조각으로 실제 좌표의 변환이 끝난 후 위선의 위치를 나타내는 특정 수식을 구성한다. 이때 수식의 계수에 따라 위선의 위치가 달라지므로 의도한 지도 형태에 맞게 계수를 설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여러 지점에서 계산한 위치와 기준 위치의 차이를 줄이는 방법을 사용한다.
여기서 활용되는 것이 ‘최소제곱법’이다. 최소제곱법은 실제값과 예측값 사이에서 발생하는 오차의 제곱합을 최소화해 가장 적합한 값을 구한다. 이퀄어스 도법에서는 실제 지구상의 위치와 이를 지도에 투영했을 때 나타나는 위치 사이의 오차를 최소화하는 데 활용된다. 이상일 교수는 “시각적으로 가장 좋은 형태를 구현하기 위해 최소제곱법을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보조각과 수식의 계수를 설정하면 위도에 따른 지도상의 위치를 계산할 수 있다. 여기에 경도에 따른 위치 계산을 결합해 위도와 경도를 입력하면 평면상의 x·y 좌표를 산출하는 최종 수식이 완성된다. 이 수식에는 연구진이 설정한 면적과 배열 등의 조건이 반영되는 원리가 적용된다. 조대헌(경북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는 “산출된 좌표들의 위치를 연결하면 지도가 완성된다”고 전했다.
위와 같은 과정을 거친 뒤 최종적으로 컴퓨터에 적용해 지구상의 각 지점에 해당하는 위도와 경도를 입력하면 평면상의 x·y 좌표가 계산돼 지도 위에 배치된다. 컴퓨터로 그래프를 만드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로써 결과적으로 이퀄어스 도법 세계지도가 완성된다.
이퀄어스가 만들 미래
이퀄어스 도법은 기존의 왜곡돼 있던 지도를 바로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메르카토르 도법보다 상대적 크기를 실제에 가깝게 표현해 그동안 면적이 작아 보였던 저개발 국가를 중심으로 지지를 얻었다. 아프리카 인식 개선을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 단체인 ‘아프리카 노 필터(Africa No Filter)’와 ‘스피크 업 아프리카(Speak Up Africa)’ 등도 이퀄어스의 도입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최 교수는 “이퀄어스 도법의 도입은 남반구 저개발 국가의 인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번 결의를 통해 이퀄어스 도법은 더 널리 퍼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는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VANK)’에서 1만 곳의 학교에 지도를 배포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황 교수는 “이퀄어스 도법을 통해 세계를 보다 균형 잡힌 시각으로 이해하고 복잡한 지리적 문제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적절한 상황에 알맞은 지도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도법마다 보존하는 지리적 특성이 다른 만큼, 지도의 제작 목적에 따라 적합한 도법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통계지도*와 주제도**에서는 면적의 왜곡이 독자의 해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특정 도법이 반드시 옳은 도법이라거나 모든 지도를 대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통계지도 : 통계자료를 지도 위에 표현해 지역별 분포나 차이를 보여 주는 지도
**주제도 : 인구·민족 등 특정한 부문을 주제로 해 만드는 지도
황수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