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이 대세다. 전국 어느 대학에서나 융합을 내세운 교육과 연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융합연구를 수행하는 대학부설연구소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연구소의 양적 증가가 실질적인 융합연구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대학부설연구소는 대학이 지식 탐구와 연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설치·운영하는 연구기관이다. 기존 학과 중심의 연구 체계를 넘어 여러 학문 분야를 아우르며 대학의 학술 역량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대학이 자체적으로 설립하는 기구인 만큼 설립과 지원, 연구과제 설정 등은 대학의 학칙에 따라 관리된다. 한국연구재단의 「2025년도 대학연구활동실태조사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대학부설연구소는 2020년 5,457개에서 2024년 5,900개로 8.1% 증가했다.
그러나 연구소의 증가세가 연구 역량의 강화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연구를 수행할 인력부터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곳이 많기 때문이다. 상술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부설연구소의 평균 전임연구원 수는 약 0.9명에 그쳤다. 연구소 한 곳당 전임연구원이 한 명도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연구소의 수가 늘어나는 동안 연구를 지속하고 발전시킬 인적 기반은 충분히 마련되지 못한 셈이다.
본교 역시 다르지 않다. 본교의 부설연구소 20곳 가운데 19곳에는 전임교원이 없다. 연구소가 실질적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경우 통폐합 등 후속 조치가 필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관리 체계도 미흡하다. 본교 학칙은 부설연구소의 설립과 지원에 관한 기준을 두고 있지만 설립 이후 연구소의 운영과 연구과제 설정, 성과 관리 등을 포괄하는 체계는 미비한 상황이다. 연구소가 제 기능을 수행하는지 점검하고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기보다 설립 자체에 무게가 실린 것이다.
융합연구는 단순히 여러 학문 분야를 한데 모으는 일이 아니다. 하나의 질문을 더 깊고 넓게 이해하기 위해 서로 다른 학문이 관점과 방법을 나누는 과정이다. 대학은 다양한 전공과 연구 인력이 모이는 지식의 상아탑인 만큼 서로 다른 학문이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대학은 연구소의 인력 확보와 연구 활동, 성과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그에 따른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정부 역시 대학의 자율성에만 기대지 말고 연구소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연구성과를 축적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보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연구소가 단기적인 과제 수행에 머무르지 않고 학문 간 협력을 통해 새로운 연구 질문을 발굴하고 성과를 축적할 수 있는 장기적인 연구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융합을 내세우면서 정작 지원하고 관리하는 기반조차 마련하지 못한다면 과연 이를 융합이라 할 수 있을까? 실질적인 뒷받침 없는 융합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이제는 숫자를 늘리는 데 그치지 말고, 서로 다른 학문이 만나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할 때다.
김혜윤 편집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