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불 꺼진 자리에 이름만 남은 대학부설연구소 (한성대신문, 626호)

    • 입력 2026-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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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6-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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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부설연구소(이하 부설연구소)가 ‘유령 연구소’로 전락하고 있다. 부설연구소는 학과(부), 학문 간 경계를 넘어 특정 분야나 융합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대학 내에 설치·운영되는 연구기관이다. 대학에서 개별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한다. 또한 여러 전공의 연구자가 함께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그러나 학술 연구의 중심이 돼야 할 부설연구소는 연구 인력과 재정 지원 등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실질적인 연구 활동을 수행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부설연구소는 『기초연구진흥 및 기술개발지원에 관한 법률』, 『고등교육법』 등에 따라 기초연구를 활성화하고 학문·기술 발전을 도모한다. 이를 위해 대학이 자체적인 심의를 거쳐 설치한다. 이후 대학별로 연구 분야와 운영 계획 등을 마련해 연구를 진행한다. 연구과제는 부설연구소의 연구 방향에 따라 발굴하거나 외부 연구 지원사업 공모를 통해 결정하는 방식이다. 임희성(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부설연구소는 학과나 학부에서 진행하기 어려운 연구를 전문 연구 인력을 통해 수행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역시 부설연구소의 연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대규모 지원 정책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올해 7월부터 국가연구소(NRL 2.0) 사업을 통해 선정 대학에 10년간 매년 최대 100억 원을 지원하며 대학 내 대형·융복합 연구 거점 육성에 나섰다. 송혁기(고려대학교 글로벌인문학연구원) 원장은 “대학의 연구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정부가 연구지원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부설연구소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대학 내 연구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의 「2025년도 대학연구활동실태조사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의 부설연구소는 2025년 5,900개로 2020년 5,457개보다 약 8.1% 증가했으며, 전임연구원도 같은 기간 4,950명에서 5,494명으로 11.0% 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설연구소가 연구활동 없이 방치되는 실정이다. 『고등교육법』 제 28조에 따르면, 부설연구소는 대학의 본질적인 기능 중 ‘학술 연구’를 전문·체계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본지가 대학알리미에서 수도권 4년제 대학 76개 대학을 전수조사한 결과, 전체 부설연구소 2,777개 중 한 해 동안 학술행사를 개최하지 않은 부설연구소는 1,901개로 전체의 약 68.5%에 달했다.

부설연구소가 대학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지 못하고 자금 마련에 급급한 상황도 대다수다. 상술한 한국연구재단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대학의 연구소 예산 중 교내 지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5.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부설연구소가 외부 지원사업 유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송 원장은 “대부분의 대학이 연구소에 연구비를 직접 지원하고 있지 않다”고 토로했다.

학제간 연구라는 부설연구소의 본 목적과는 달리 학과 중심의 연구가 반복되는 문제도 존재한다. 교육부의 「2024년 이공분야 학술연구지원사업 종합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부설연구소의 연구가 학과 중심으로 운영돼 타 학과와 연계한 대형·융복합 연구에서 경쟁력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보고(국립부경대학교 글로벌자유전공학부) 교수는 “학과 위주의 연구가 반복될 경우 한 차원 이상의 발전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학술 생태계 내에서 도태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도출된 연구성과가 후속 연구로 이어지지 못해 연구가 단절되는 한계도 확인된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연구성과 관리·활용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대학 부설연구소 소속 응답자 41.8%가 ‘연구 종료 후 도출된 연구에 따른 성과를 활용하는 활동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연구 성과가 세미나 개최, 추가 연구 진행 등 후속 활동으로 이어지지 못해 연구의 연속성이 저해된다는 분석이다.

부설연구소가 방치되는 문제는 연구 활동의 점검·관리 규정이 미흡한 점에 기인한다. 대학은 학칙에 따라 부설연구소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 활동을 점검하고 실적이 부진한 연구소를 관리하는 기준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대학별로 관련 규정을 두고 있더라도 운영 실적에 대한 평가나 부실 연구소에 대한 제재 기준 등이 미흡해 실질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 임 연구원은 “운영실적 등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어 관리가 부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부설연구소의 연구비 미지원 문제는 대학의 연구소 본연의 역할에 대한 인식 부족에서 기인한다. 부설연구소가 융복합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다각도로 연계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학이 다른 분야의 연구 사업이나 성과에 치중하다 보니 연구소에 대한 지원이 미뤄지고 있다. 이에 연구소 운영에 필요한 재정 지원의 필요성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보고 교수는 “연구소 지원 여부 및 규모는 대학의 자율에 맡겨진 상황에서 연구 진행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저조하다”며 “이 같은 상황이 지원 미흡으로 이어진다”고 부연했다.

부설연구소의 수동적인 인력 모집 구조가 학과 중심 연구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부설연구소는 교수가 소속 학과 학부생, 동료 교수 등을 추천·섭외해 연구 인원을 모집하는 구조를 띤다. 이로 인해 연구 인력이 기존 학과와 인적 관계를 중심으로 구성돼 대학이 총체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융합 연구라는 목적이 달성되기 어려운 것이다. 이보고 교수는 “학과 내 연구인력은 연구소 소속이 아닌 경우가 많아 연구의 필요성과 책임감이 결여된 채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후속 연구 단절 문제는 부설연구소의 연구성과를 관리하고 후속 활동으로 연계하는 주체가 모호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연구 지원사업 등을 통해 연구비를 지원하고, 대학은 부설연구소의 설립·운영을 관리한다. 그러나 연구성과를 공유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해 후속 연구로 나아가는 단계에서는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1년도에 발표한 「제4차 연구성과 관리·활용 기본계획」에 따르면 성과등록, 성과관리, 성과활용 주체 간 연계가 미흡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부설연구소의 내실있는 운영을 위해 정기적인 평가 및 관리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연구소의 논문 게재, 학술행사 개최 등 연구 실적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일정 기간 실적이 미흡한 연구소에는 개선 계획 제출을 요구하거나 운영 지속 여부를 심의하는 방식이다. 임 연구원은 “대학은 내실있는 연구소 운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과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연구소 규정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부설연구소가 안정적으로 연구비를 마련할 수 있도록 대학 차원에서 부설연구소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학은 다른 사업들과 동시에 부설연구소 역시 다각도의 지원이 필요한 기관으로 인식해야 한다. 부설연구소의 기본 운영에 필요한 최소 예산을 책정하고 대학에서 재원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골자다. 송 원장은 “수주 사업별로만 지급되는 연구비 외에 대학별 연구진흥기금을 지급해 부설연구소를 실질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과 중심 연구가 반복되지 않도록 대학별로 전담 연구 인력을 배치하는 방안이 해결책으로 꼽힌다. 연구소 설립 단계에서 여러 학과 소속 연구자가 참여하도록 하고 학과 간 공동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독립된 인력을 구성해야 한다는 견해다. 이보고 교수는 “인력 배정을 제도화해 다양한 전공 간 협력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담 기관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연구 진행에 대한 지원만이 이뤄지는 현행 제도에 더해 정부가 연구성과를 지속적으로 관리한다. 연구 종료 단계에서 성과 활용 계획과 후속 연구 계획을 수립하고 대학이나 연구소 내 주체를 지정해 성과의 활용 현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방식이다. 이보고 교수는 “2차 연구 및 후속 활동의 계획 수립과 점검을 담당하는 기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부설연구소가 실질적인 연구 거점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연구소의 양적 확대보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부설연구소의 수와 정부 지원 규모를 늘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인력과 학술 활동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송 원장은 “학문 생태계의 활성화와 연구 경쟁력 제고를 위해 부설연구소들이 장기적인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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