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학가 등록금 반환 요구, 봇물처럼 터져 나와 (한성대신문, 555호)

    • 입력 2020-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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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0-04-26 01:14

▲지난 4월 7일, 숙명여대 총학 ‘모두’는 숙명여대 프라임관 앞에서 ‘코로나19 대학가 재난시국선언’을 진행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발생한 대학생 재난 해결을 정부와 각 대학에 요구했다. (사진 제공 : 숙명여대 총학생회)

지난 2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가 지역사회에까지 전파됐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같은 달 5일, 전국 대학에 ‘개강 시점을 4주 이내 연기할 것’을 공식적으로 권고했다. 이에 각 대학은 개강 연기를 발표했고 온라인 강의를 진행했다. 그런데 3월 2일, 교육부가 『2020학년도 1학기 대학 학사운영 권고안』을 발표해 온라인 강의가 재연장됐다. 권고안에는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 집합수업을 지양하고 재택수업을 권고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온라인 강의가 연장되자 대학가 곳곳에서 학생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숙명여자대학교(이하 숙명여대) 임지혜 총학생회장은 “온라인 강의 기간의 연장으로 실험·실습 과목이 갑자기 폐강되거나 등록금에 상응하지 못하는 질 낮은 강의가 업로드 된다”며 “갑작스런 기숙사 퇴사 공지와 자취방 계약해지에 대한 불안정한 상태도 대학가의 문제”라고 밝혔다. 성신여자대학교(이하 성신여대) 전다현 총학생회장은 “주거 문제·경제 문제·온라인 강의 플랫폼 문제 등 대학생들에게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나 온라인 플랫폼 문제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학생들이 제대로 된 강의를 수강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가의 문제가 끊이지 않자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이하 전대넷)는 교육 당국에 ▲등록금 반환 ▲수업 문제 해결 ▲대학생 주거 불안 및 생계 대책 등의 내용을 요구했다. 4월 6일에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요구안 관철’이라는 목적 하에 ‘코로나19 대학가 재난시국선언’을 시작했다. 이들은 “대학생들은 지금 재난 상황입니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전대넷에 소속된 각 총학생회(이하 총학)가 릴레이로 재난시국선언을 발표해 그 열기를 더해갔다. 릴레이 재난시국선언의 첫 주자로 성신여대 총학 ‘다원’이 나섰다. 이어 숙명여대, 이화여자대학교, 서울여자대학교 총학도 차례로 재난시국선언을 이어갔다.

등록금 반환 요구가 계속되자 4월 7일,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는 대학 등록금 반환 관련 현안을 논의했다. 대교협은 대학의 등록금 반환이 아닌 장학금 지급을 교육부에 제안했다.

하지만 전대넷은 “학생들의 요구는 장학금 지급이 아닌 등록금 반환”이라며 반대했다. 그들은 ‘#대학생들은_지금_재난상황입니다’, ‘#코로나19대학가대책마련’이라는 해시태그를 게시함과 동시에, 지난 14일 전국 203개의 대학과 21,784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등록금 반환 및 대학생 경제 대책 수립을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99.2%가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그 이유(중복응답)로 ▲원격수업(온라인 강의) 질이 떨어져서(82%) ▲시설 이용이 불가능해서(78.6%) ▲경제적으로 부담돼서(37.4) 등을 들었다.

임 회장은 “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를 ‘시혜적인 혜택’ 차원에서 제공하는 장학금 지급이 아닌 등록금에 대한 반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 회장은 “대학의 특별장학금은 본질을 흐린다”며 “학생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학에 책임을 묻고 있지만, 대학은 ‘장학금’이라는 명칭으로 그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등록금 반환 문제에 대학가와 다른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효은(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에 대해 만족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시스템 구축과 고정 비용 등 대학에는 다양한 지출이 있었을 것”이라며 “등록금 반환이냐 장학금 지급이냐가 중요한 문제라기보다는 학생들의 재정적인 손실을 어느 정도 보존해 줄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여전히 대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해지(전대넷) 집행위원장은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침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학생들의 누적된 고통을 이해하는 태도가 우선돼야 한다”며 “학생들의 권리가 지켜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의견을 수렴하겠다. 필요하다면 법적 대응까지 염두에 둘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교육부는 등록금 반환을 대학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4월 23일, 박백범(교육부) 차관은 “대학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정부가 대응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제 등록금을 반환할 것인지 장학금으로 지급할 것인지는 각 대학의 판단에 달렸다. 대학가의 끊임없는 등록금 반환 요구에 각 대학이 어떻게 반응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안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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