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조교도 꽃길을 걸을 수 있을까? (한성대신문, 558호)

    • 입력 2020-08-31 00:00
    • |
    • 수정 2020-08-30 13:09



처우 개선을 가로막는 세 가지 문제



2017년 11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동국대학교 한태식(보광) 총장이 학생 조교를 대상으로 급여 보장법을 위반한 혐의로 고발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이후 대학의 일방적인 조교 정원 감축과 정부의 미온적인 후속조치가 이어지면서 대학과 조교 간의 갈등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이외에도 2018년 성균관대 학교 조교 대량해고, 성신여자대학교 조교 갑질 등 조교와 관련된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조교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먼저 해결 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첫 번째 문제는 국가나 교육부 수준에서 조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법적인 근거가 미비하기 때문에 대학이 조교의 권익을 보장하려는 노력도 적을 수밖에 없다. 현재 『고등교육법』 제14조제3항과 제15조제2항 그리고 조교의 자격기준을 명시한 『대학교원 자격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제외하고는 조교에 대한 어떠한 규정이나 법령이 존재하지 않는다.

법적 근거 마련을 어렵게 하는 가장 큰 걸림돌은 조교의 업무 범위가 너무 넓다는 점이다. 이전까지 조교는 교원의 일부로 자리매김하고 있었으나, 1998년 『고등교육법』 제정 이후 처음 별개의 직군으로 독립했다. 조교의 역할은 더 포괄적인 내용으로 바뀌었다. ‘조교는 교수와 부교수의 지도를 받아 학술에 관한 사무를 보좌한다’고 서술했던 구 『교육법』과 달리, 『고등교육법』에서는 ‘조교는 교육·연구 및 학사에 관한 사무를 보조한다’고 명시했다. 학술에 관한 사무가 학사에 관한 사무로 변경되면서 조교가 할 일이 많아졌고, 각자 맡은 역할에는 많은 차이가 생겼다.

조교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이 어려워지면서 모든 대학의 조교 운영방식은 각 대학 의 재량에 맡겨졌다. 현재 대학별 조교 운영 방식을 살펴보면 총신대학교, 울산대학교와 같이 조교의 급여 명목이 임금인지 장학금인지에 따라 구분해서 운영하는 곳도 있고, 업무에 따라 나누어 운영하는 경우도 있 다. 특히 업무로 나누어 운영하는 경우 부르는 명칭까지 천차만별이다. 학사·사무·행정을 업무로 하는 조교는 각 대학별로 부르는 명칭이 199개나 되지만, 사실상 비슷한 업무를 하고 있다.

두 번째 문제는 조교의 신분이 불안정하 다는 것이다. 112개의 사립대 중 94개의 학교가 조교의 임기를 1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49개의 대학교가 연임 제한을 2년으로 두고 있다. 대부분의 조교가 1~2년 후에는 학교를 무조건 떠나야한다. 직업으로서 지속성이 전무하고, 학교에 남아있는 시간도 짧기 때문에 조교 스스로 조교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없다.

김병국(전국대학노동조합) 정책실장은 “조교가 대학평의원회 등에 참여하면 학내에서 정치적인 영향력이 생길 수도 있다. 하 지만 조교의 계약기간이 1~2년으로 짧은 편이라 신분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 문제는 대학이 노동자 신분인 ‘비학생조교’와 학생 신분인 ‘대학원생 조교’로 나눠서 조교를 운영한다는 것이다. 전국 112개 대학 중 비학생조교를 두는 곳은 99개 대학으로 대부분의 대학이 비학생조 교와 대학원생 조교를 같이 운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학과 고용계약을 맺은 비학생조교는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받을 수 있다. 반면에 대학원생 조교는 근로자가 아닌 학생으로 구분이 된다. 근로자가 아닌 학 생이기 때문에 피해를 보는 부분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대학원생 조교의 근로 임금은 장학금으로 처리된다. 대학원생 조교는 임기 중간에 면직 될 경우 받았던 장학금을 다시 대학에 환급해야 한다. 근로자가 일한 날만큼 임금을 받고 퇴직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불리한 처사다.

법적 근거의 미비, 불안정한 근로 환경, 근로자와 학생으로 나뉘는 신분의 차이는 조교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김래영(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 사무국장은 “『고등교육법』 등 관련법 개정을 통해 현재 혼란스러운 관련 규정을 재정비하고 교육당국의 조교 관련 재량권을 입법으로 축소시켜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2005년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은 국회에 <대학조교 실태보고서> 를 제출했다. 보고서 속 조교와 현재 조교의 모습은 거의 동일하다. 15년이 지났지만 바뀐 것은 별로 없다. 2018년, 본사와의 인터뷰에서 한 학내 조교는 이렇게 답했다.

“학과 업무 중 조교의 손이 미치지 않은 곳은 하나도 없다. 우리는 많은 업무에 시달리지만 학내구성원으로도 대우받지 못 한다.” 절절한 하소연은 과연 해결될 수 있을 까?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안이라는 근거지가 마련됐지만 갈 길은 아직도 멀다.

최성훈 기자

[email protected]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안, 조교 처우 개선의 시작?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안 통과로

평의원회 구성에 조교 포함 의무화

교육부의 관리·감독 강화,

평의원회 구성 절차 민주화 등 보완 필요해

조교 집단이 처우 개선 문제에 관심 가져야



지난 2월 28일 교육부는 『사립학교법 시행령』(이하 시행령)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대학평의원회(이하 평의원회) 구성원에 교원·직원 및 학생과 더불어 조교를 포함하는 내용을 추가한 것이다. 평의원회는 대학교 운영과 발전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하고 이사회가 위임한 교육 및 연구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다.

시행령 개정안이 발의된 이유는 시행령의 규정 사항과 『고등교육법』의 평의원회 구성원 관련 규정이 서로 모순되기 때문이다. 『고등교육법』 제19조2는 평의원회를 교원·직원·조교 및 학생 중에서 각각의 구성단위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으로 구성할 수 있다고 명시한 반면, 기존의 시행령은 조교를 제외하고 교원·직원 및 학생만 가능한 것으로 명시했다.

사립대학은 사립학교이면서 동시에 고등교육기관이기 때문에 2019년까지 두 법령의 규정이 모두 적용됐다. 법제처는 법령해석에 『고등교육법』을 따라야한다고 명시했지만, 현재 국내 사립대학 174개교 중 33개교를 제외한 모든 대학이 평의원회 구성원에 조교를 포함하지 않는다.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면 『고등교육법』과 시행령의 간극이 사라진다. 법 해석에 따른 혼란이 없어지기 때문에 각 대학은 조교를 평의원회 구성원으로 포함시킬 의무가 생긴다. 임은희(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원래 평의원회 구성원에 조교가 포함하는 것은 당연한 사항”이라며 “시행령 개정안이 공포되면 평의원회에 조교를 포함하는 규정이 의무화되어 과거보다 조교의 평의원회 참석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교가 평의원회에 참석하게 되면 학사의 조교 관리 체계를 심의하고 자문하는 실질적인 논의의 장이 열린다. 조교의 업무 규정과 조교 관련 행정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건의해 기존 조교 처우 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평의원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된다고 해서 조교의 처우가 반드시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시행령 개정안 이외에도 대학의 법적 의무를 관리·감독하기 위해 교육부의 새로운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임 연구원은 “대학 재정에 제재를 가하거나 모집정원을 감축하는 등 보다 강제성을 띠는 관리 규정을 도입하면 학교의 의무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현재 평의원회 구성원은 총장이 위촉하고 있다. 일각에선 평의원회 구성을 구성단위 내에서 선출하는 방식으로 바꿔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학 본부의 의도대로 평의원회 논의 사항이 조정될 수 있기 때문에 민주적인 절차를 도입해야 된다는 것이다. 임 연구원은 “구성단위에서 민주적으로 대표를 선출하게 되면 실질적인 학내 구성원 처우 개선은 물론 구성원들의 책임감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무엇보다도 조교 집단 내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립대학의 조교는 계약직 신분이며, 소수 집단이다. 그들은 학내 정치적 영향력보다는 계약 연장, 취업 등 개인적 문제에 더욱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조교의 평의원회 참여는 조교 처우 개선의 시작이지만, 조교 집단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면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임 연구원은 “대학 본부의 투명한 학사 행정 처리, 평의원회 등의 대학논의위원회 내 공정성 강화가 학내 민주주의의 발전에 큰 기여가 될 것”이라며 “조교를 포함한 학교 교직원들의 관심과 여론이 많이 형성돼야 학내 구성원의 민주적인 집단 조직을 활성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슬비 기자

[email protected]



댓글 [ 0 ]
댓글 서비스는 로그인 이후 사용가능합니다.
댓글등록
취소
  • 최신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