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묻고 현장이 답하다> 기약 없는 철창 속 기다림 (한성대신문, 559호)

    • 입력 2020-09-21 00:00
    • |
    • 수정 2020-09-21 07:51

<편집자주>

나 말고 다른 사람. 그의 문제를 알기 위해서는 그에게 묻는 것보다 그가 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지 않던가. 종이에 적힌 자료보다 한 번의 경험이 더욱 현실적이다. 나를 그로 바꾸기 위해 신문사 밖으로 향한다.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생생한 문제를 발견하기 위해.

이번에는 동물 유기 문제를 조명한다. 안락한 집에서 살다가 주인에게 버려져 한 평도 안되는 보호소의 견사로 들어가기까지. 동물을 함부로 버리는 것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알아 보기 위해, 개들의 고아원이라 불리는 유기동물 보호소로 직접 가 봉사를 해보았다.

김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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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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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버린 개, 다신 아프지 않'개'

1평 남짓도 안 되는 견사, 그마저도 부족한 상황이다.

오전 7시, 파주에 위치한 유기동물 보호소 ‘행동하는 동물 사랑’으로 향한다. 버스를 타고 보호소 근처 정류장에서 내려 600미터쯤 걸어가니 보호소가 보인다. 개들이 짖는 소리가 고막을 뚫고 들어온다. 보호소는 비닐하우스 형식의 동이 열 동 정도 있고, 각 동에는 개가 지내는 공간인 견사가 여러 개 있다. 보호소에 들어서자 입구 쪽에 있는 별채 동의 개들이 마구 짖는다. 개가 짖는 것은 새로운 사람에 대한 경계심과 두려움을 나타낸다.

버려진 개는 시민의 신고로 인해 시청으로 옮겨진다. 이후 입양이 안 돼서 안락사의 위기에 처하면 보호소로 간다. 행동하는 동물 사랑 보호소 역시 그런 곳 중 하나다. 건강상 문제가 있어 다른 개와 같이 생활하는 게 어려운 개는 보호소가 아닌 위탁처로 가게 된다.

보호소에는 약 400마리의 개가 있다. 길가에 버려져 교통사고가 나서 한쪽 눈이 안 보이는 개도 있고, 피부병에 걸려 병원에 갔다 왔던 개도 있다. 사료, 물, 병원비 등 보호소의 모든 물자는 후원을 통해 마련된다.

개들의 밥을 주기 위해 야외 1동으로 향한다. 동과 견사의 문은 개가 탈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고리 형식으로 돼있고, 펜스가 설치돼 있다. 열 마리가 넘는 개들이 보인다. 향비, 태동, 무강, 컴멜··· 개들의 이름을 다 보기도 전에 직원이 재빨리 그릇에 사료를 담는다. 그를 도와 각 견사에 있는 물그릇에 물을 따른다. 허겁지겁 개들이 밥을 먹기 시작한다.

야외 견사에 있는 개들의 밥을 다 줬을 무렵, 직원이 한 마리의 개를 데리고 나온다. 이름은 진희. 작년에 누구보다 개를 좋아하던 봉사자에게 입양됐다가 9개월 만에 파양돼 돌아온 개다. 입양인은 진희 때문에 가정불화가 심해졌다는 이유로 진희를 돌려보냈다. 진희는 보호소 내에서는 배변 활동을 하지 않아 산책 도중에 배변을 해야한다. 그래서 매일 30분 동안 정해진 길을 따라 산책을 시킨다.

영역동물인 개는 좁은 곳에 살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진희뿐만 아니라 한 평 남짓의 좁은 견사에 사는 보호소의 개는 주기적인 산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매일 산책을 하는 개는 3마리뿐. 다른 개는 봉사자가 많이 오는 날을 기약 없이 기다려야 산책할 수 있 다. 진희를 데리고 산책로로 향한다.

진희의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자 사랑이가 기다리고 있다. 산책을 나갈 생각에 펜스를 치며 폴짝폴짝 뛴다. 보호소에서 나오자마자 사랑이가 뛰기 시작한다. 덩달아 온 힘을 다해 뛴다. 더운 날씨에 등에 땀이 맺히기 시작한다. 약 2km를 뛰고 난 후, 보호소에 돌아갈 시간이다. 사랑이는 돌아가기 싫은지 다른 길로 가려한다. 어쩔 수 없이 간식으 로 사랑이를 보호소로 유인한다. 사랑이가 한 평이 안 되는 견사로 다시 들어간다.

세 마리의 개를 산책시키고 나니 12시다. 날씨가 갑자기 흐려져 소나기가 거세게 내리기 시작한다. 비가 많이 내리면 날씨가 습해져서 개의 피부에 좋지 않다. 하지만 보호소에는 습한 날씨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조금 뒤, 다행히 날씨가 갠다. 밥 먹을 시간이 되어 두 평 남짓의 컨테이너 방에 들어간다.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진숙이가 안에서 쉬고 있다. 보호소 직원이 밥을 먹으면서 보호소에 들어오는 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대부분의 개는 보호소에 들어올 때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요. 전신 피부병에 걸린 채 버려진 개도 있고, 사람을 심하게 경계하는 개도 있어요. 복래는 꼬리가 잘리는 학대 속에서 구조돼 위탁처에서 지내요. 직접 구조를 하러 갔을 때 10마리 넘는 개가 좁은 집에서 방치된 채 지내고 있기도 했어요.”

밥을 먹은 뒤 오후 일정이 시작된다. 오후에는 각 견사에 있는 개를 번갈아 운동시킨다. 동 안에 운동 공간이 마련돼있다. 개가 운동하는 사이, 쓰레받기와 삽을 들고 견사 안으로 들어간다. 개의 변을 쓰레받기에 담고, 파놓은 구멍을 삽으로 메꾼다. 개가 누울 수 있는 파렛트에 깔린 이불의 먼지를 털고 반듯이 깔아준다. 이불이 없는 견사는 파렛트 위의 먼지를 물티슈로 닦는다.

견사를 청소하다 보니 개가 견사에 들어와 나를 빤히 바라본다. “개가 자신과 놀아 달라고 하네요. 하루 중 이 시간만을 기다렸을 거예요.” 개와 함께 걸어보기도 하고, 안아도 보고 간식도 준다. 옷은 흙 범벅이 된다. 일반 가정집에 있는 개들과 다를 것 없이 노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을 잘 따르는 개들이다.

맡은 동의 개들을 운동시키고 견사 청소를 끝마치니 오후 4시다. 오후 봉사가 끝이 난다. 옷을 갈아입고 짐을 챙겨 보호소를 나서기 전, 직원이 내게 말한다. “버려지는 개들은 많아지지만 보호소의 재정적 상황과 견사 부족으로 데려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개들을 위해 SNS에 개인입양을 부탁하는 글을 올리는 것밖에 할 수 없는 게 가장 마음이 아픕니다. 하루빨리 보호소의 개들이 좋은 주인을 만나서 떠났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한 마리의 개가 평생을 함께 할 가족을 만나는 것조차도 기적과 같죠.”

집에 가기 위해 보호소 입구를 나선다. 개들이 떠나는 나를 철창 너머로 바라본다. 개들이 짖는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사진 제공 : 동물구조119

"사지 마세요, 키우지 마세요."

동물과 인간을 대등한 입장에 두고, 동물 본연의 특성을 인정해야 한다.

집을 떠나 거리를 배회하는 반려동물이 점점 늘고 있다. 지난해 거리로 내몰린 동물의 수는 13만 마리를 넘어섰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한해 동안 유기된 동물의 수는 ▲2017년 102,593마리 ▲2018년 121,077마리 ▲2019년 135,791마리로 꾸준히 수가 증가했다. 애정의 대상이었던 반려동물이 유기의 대상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대답을 찾기 위해 동물구조센터 동물구조119의 임영기 대표를 만나봤다.

Q. 동물구조119는 어떤 곳인가?

A. 시민의 신고를 받아 유기견, 길고양이 등 위험에 처한 동물을 구조하고 병원까지 인계하는 일을 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는 유기동물 입양, 정책 개발, 교육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지만 위험에 처한 유기동물을 구조하는 곳은 많지 않다. 2018년 5월에 유기동물을 전문적으로 구조하는 단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설립하게 됐다.

Q. 유기동물의 수가 증가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A. 사람들이 펫샵에서 동물을 장난감 고르듯 충동적으로 입양해 유기하는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반려동물 산업이 커지면서 동물의 수는 많아지는데, 제대로 키우려는 의식은 빠르게 팽창하는 산업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영향도 있다. 사회 전반에 경제적인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동물에게 지출되는 병원비와 사룟값이 부담돼 유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반려동물 번식업자가 폐업을 하면서 한번에 많은 동물을 유기하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동물생산업이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전환되면서 운영기준이 높아졌다. 운영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번식업자가 폐업하면서 데리고 있었던 반려동물을 한꺼번에 유기하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보호소에서 품종이 똑같은 개가 한꺼번에 발견되는 경우가 있는데, 번식업자가 버린 것이 아니라면 이런 경우를 설명하기 어렵다.

Q. 유기동물의 증가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가?

A. 시민들이 동물유기가 범죄행위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과거에는 동물유기에 대한 처벌로 과태료가 매겨졌지만 현재는 벌금을 부과한다. 국가에서도 동물유기를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은 키우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동물을 사지 말아야 한다. 반려동물을 책임질만한 충분한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

국가는 동물등록제를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동물등록제가 완비되면 유기동물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실하게 판별할 수 있다. 동물등록제 100% 실현 이후에는 동물이력제가 마련돼야 한다. 유기된 동물이 어디서 태어났고 누구한테 판매됐는지 추적할 수 있다면 사람들이 동물을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Q. 앞으로 동물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해야 할까?

A. 동물권에 대한 주장은 2000년대 초반 동물보호 활동으로 시작됐다. 보호란 강자가 약자를 돕는 행위다. 현재는 동물에 대한 보호를 넘어 동물의 권리를 인정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나아지고 있다. 동물을 인간과 동등한 존재라고 인식해야 한다.



▲무강(만 2세), 검정색 우아한 털과 하얀색 눈썹이 특징으로 사람과 놀고 장난치는 것을 좋아한다.

▲강두(만 7세), 하얀색 풍성한 털과 쳐진 눈이 특징으로 애교가 많지 않으며 카리스마가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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