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학법령 제·개정안, 사학개혁의 신호탄 되나 (한성대신문, 560호)

    • 입력 2020-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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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0-10-17 23:08

지난 9월 25일 『사립학교법 시행령』(이하 시행령) 개정안,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에 대한 특례규칙』(이하 특례규칙) 개정안, 『학교법인 임원의 인적사항 공개 등에 관한 고시』(이하 고시) 제정안이 공포됐다.

3개 법령 제·개정안은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발표한 「교육 신뢰 회복을 위한 사학혁신 추진방안」의 후속조치로 사학 회계 투명성 제고와 사학 법인 책무성 강화에 해당한다. 교육부는 사학 부정 비리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해당 추진방안에 5개 분야·26개 제도 개선 과제를 담았다. 5개 분야는 ▲사학 회계 투명성 제고 ▲사학 법인 책무성 강화 ▲사학 운영 공공성 확대 ▲사립교원 권리 보호 지원 ▲교육부 자체 혁신이다.

이번에 시행된 개방이사 실효성 강화, 이사회 회의록 공개기간 연장, 임원 간 친족관계 공시 등 3가지 과제는 책무성 강화 분야에 해당한다.

법인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은 개방이사 선임 불가

개방이사 실효성 강화의 핵심은 학교 이해관계자가 개방이사로 선임될 수 없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개정된 시행령 제7조2의 5항에서는 조건을 달아 개방이사의 자격요건을 강화시켰다. 개정안에 따르면 ‘개방이사의 자격요건은 일반이사의 자격요건을 고려해 정관으로 정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개방이사가 될 수 없다’고 명시했다. 각 호에서 말하는 조건은 ▲해당 학교법인의 설립자 ▲해당 학교법인의 설립자와 『민법』 제777조의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 ▲해당 학교법인의 임원(개방이사는 제외한다)이었던 사람 ▲해당 학교법인이 설치·경영하는 학교의 장이었던 사람 등으로 이사회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인물이 개방이사로 선임되지 못하게 했다.

해당 조항의 개정은 법의 취지와 맞지 않는 대학의 개방이사 운영에서 비롯됐다. 개방이사는 학교법인 이사 중 4분의 1 이상을 외부인사로 선임하도록 하는 제도로 사학법인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개정 전 시행령은 개방이사의 자격요건을 법인이 정하는 정관에 따르도록 했다. 정관은 법인의 가장 근본이 되는 규칙으로 법인이 임의적으로 정관의 내용을 신설하거나 개정할 수 있다. 개방이사의 자격을 법인이 스스로 정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대다수의 사학법인은 법인과 이해관계가 있던 자를 개방이사로 선임했다. 박경미(더불어민주당) 전 국회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국 242개의 사학법인 중 이해관계자를 개방이사로 선임한 법인은 106개로, 전체 43.8%에 달했다. 개방이사제의 취지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현 상황을 바꾸기 위해 교육부가 해당 조항을 개정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개정안이 개방이사제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은희(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해당 조항 개정은 개방이사제가 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조건을 더한 것”이라며 “이전보다 개방이사제의 실효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임 연구원은 “현재 개방이사 제도는 개방이사의 추천과정에서 재단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개방이사의 추천권을 대학평의원회에 넘어가도록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사립학교법』(이하 사학법) 제14조에 따르면 개방이사의 추천은 ‘개방이사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에서 이뤄지며, 추천위는 대학평의원회 또는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추천한 위원 절반과 정관에서 정하는 자로 구성된다. 추천위에 재단 측 인사가 개입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봤다.

이사회 회의록 공개기간 3개월에서 1년으로

이사회 회의록 공개기간 연장은 시행령 제8조3을 개정해, 이사회 회의록의 공개기간을 3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하는 것이다.

해당 조항을 개정한 이유에 대해 교육부는 “이사회 회의록 공개기간이 짧아 이사회의 의사 결정 적정 여부에 대한 확인이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회의록 공개기간 연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아쉽다는 반응이다. 임 연구원은 “학교 운영과 교내에서 발생한 문제의 원인을 학생들이 파악하기에 3개월의 공개기간은 충분하지 않다”며 “학생들이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선 몇 년 전의 자료도 확인해야 될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공개기간을 1년이 아닌 최소 5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전했다.

박거용(전국교수노동조합) 학문정책위원장은 “학교운영에 관심 있는 구성원이 언제든지 열람할 수 있도록 회의록의 공개기간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원 간 친족관계 공시 의무화

임원 간 친족관계 공시는 임원이 친족이사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명시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임원 간 친족관계가 공개내역에 빠져있었던 기존의 『교육부 고시 2016-92호』를 폐기하고 새로운 고시를 제정했다. 새로운 고시 2조는 ‘학교법인은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기재한 임원의 인적사항을 공개해야 한다. 1. 성명, 2. 연령, 3. 임기, 4. 현직 및 주요경력 5. 사립학교법 제21조제2항 해당 여부’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 중 사학법 제21조제2항은 ‘이사회 구성에 있어서 각 이사상호간의 『민법』 제777조에 규정된 친족관계에 있는 자가 그 정수에 4분의 1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인은 이사가 해당 조건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공시해야 한다.

해당 고시는 사학 비리의 큰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족벌 경영을 견제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다. 지난 6일 윤영덕(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4년제 사립대 및 사립 전문대학 법인 임원의 친인척 근무 현황’ 자료에 따르면 163개 대학에 근무하는 사람 중 설립자·이사장 등의 친인척은 535명에 달한다. 이 중 교수가 147명(27.5%)으로 가장 많고, 이사가 112명(20.9%), 직원이 100명(18.7%)으로 그 뒤를 이었다.

임 연구원은 “법적으로 친족이사의 비율을 4분의 1로 제한하는 상황에서 이사 간의 친족 여부를 공개하는 것은 의미가 있으나 법인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선 공개범위를 총장, 법인사무국, 교수, 직원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전했다.

사립학교의 회계 투명성과

법인 책무성 강화를 위해

이번 사학법령 제·개정안 공포돼

전반적으로 개선된 부분이 많으나 미흡한 점도 여전히 있어

사학개혁을 위해서는

국회 내에서의 논의와

사립학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해



교육부는 사학 회계 투명성 강화 부문에서 회계부정 임원승인 취소기준 강화, 교비회계 세입대상 기부금 확대 등을 시행했다.

임원 회계부정 처벌 기준 확대

회계부정 임원승인 취소기준 강화는 낮은 액수의 배임·횡령에 대해서도 처벌이 가능하도록 기준을 낮추는 것이다. 교육부는 시행령 제9조2 1항의 2호와 3호의 내용을 개정했다. 기존의 조항에 따르면 시정요구 없는 임원 승인 취소는 임원이 학교법인의 수익용기본재산의 30% 이상에 대해 회계부정한 사실이 명백히 확인되거나, 임원이 학교법인의 재산을 횡령하거나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적발돼야 이뤄졌다. 이번 개정안은 수익용기본재산의 10% 이상에 대해 회계부정하거나 임원이 학교법인의 재산이나 업무와 관련해 1천만 원 이상 횡령·배임할 경우 시정요구 없이 임원승인을 취소할 수 있게 했다.

해당 조항의 개정은 사립대학에 만연한 회계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다. 지난 2017년 9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이뤄진 교육부의 종합감사에서 적발된 총 441건 중 전체 52.83%에 해당되는 233건이 회계 등 금전 문제였다.

전문가는 해당 조항 개정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임 연구원은 “1천만 원이라는 구체적인 액수가 정해졌기 때문에 임원들이 스스로 회계투명성을 위해 노력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위원장은 “과거에는 임원이 회계부정을 했을 경우 경고조치와 시정명령뿐이었다. 이번 개정은 1천만 원이라는 조건에 해당 되면 시정명령 없이 승인 취소가 되는 원 스트라이크아웃 제도이기 때문에 사학 회계의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반기부금, 교비회계로만 세입되도록 조정

교비회계 세입대상 기부금 확대는 기부금이 가급적 교육비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교육부는 특례규칙의 별표 1과 별표 3을 개정해 일반기부금도 교비회계로만 세입 될 수 있게 조정했다. 개정 전에는 목적이 정해지지 않은 일반기부금의 경우 법인회계와 교비회계 모두에 세입할 수 있었다.

해당 개정안은 사학법인의 법인전입금을 부풀리는 사례를 막기 위해 개정된 것이다. 지난 2012년, 숙명여자대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숙명학원은 718억 원의 기부금을 재단 계좌로 이체했다가 학교에 다시 임금을 하는 방식으로 기부금을 법인전입금으로 위장했다. 같은 해 고려대학교를 운영하는 고려중앙학원이 현대자동차가 기부한 107억 원을 법인전입금으로 위장시켰다는 의혹도 나왔다.

박 위원장은 “과거에는 용도가 지정되지 않은 기부금이 대부분 법인회계로 들어갔다”며 “해당 개정안으로 재단이 기부금을 이용해 법인전입금을 부풀리는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임 연구원은 이번 제·개정안에 대해 “현재 사립학교법 개정과 같은 사학개혁 법안들이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가 되지 않고 있어, 국회의 동의 없이 할 수 있는 법령, 규칙, 고시 등의 제·개정을 통해 사학개혁 과제를 수행한 것”이라며, 21대 국회에서 사학개혁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학법인도 공익법인처럼 친인척의 비율을 5분의 1로 낮추거나, 이사장의 친인척이 총장이 될 수 없게 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개선점을 시사했다.

박 위원장은 “2013년 헌법재판소는 학교법인의 정체성은 설립자로부터 이어지는 이사의 인적 연속성보다는 설립 목적이 화체된 정관을 통해 유지·계승된다고 판결했다. 사립학교가 개인의 사유재산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사학개혁을 위해서는 사립학교가 사유재산이 아니라는 인식이 사회에 자리 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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