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에 올라> 레트로가 간직한 삶 (한성대신문, 562호)

    • 입력 2020-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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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0-12-06 15:49

레트로가 한창이다. 길을 가다 보면 레트로 콘셉트로 광고하는 상품 한 개쯤은 쉽게 볼 수 있다. 굳이 그런 상품을 찾아보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흔하게 입는 부츠컷, 와이드팬츠 등을 보면 과거의 유행이 다시 돌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극장판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 말려, 어른 제국의 역습’에서 짱구의 아버지 신형만은 현실이 힘들 때마다 꿈을 꾸며 행복했던 옛날 시절을 떠올린다.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생활에 지칠 때면 우리는 과거에 향수를 느낀다. 추억을 떠올리며 위안으로 삼는다.

과거를 찾는 사람의 심리는 곧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형성한다. 인터넷상에는 오래된 타자기나 게임기, 유리컵 같은 물품이 거래된다. 지금은 구하기 힘들다는 희소성 때문에 가격이 더 비싸다. 과거라면 거래되지 않았을 물건이 비싼 가격으로 거래된다 는 것은 놀랄만하다.

익숙한 동네 골목에는 하나둘씩 레트로한 매력의 카페가 들어섰다. 오래된 건물은 빈티지한 공간으로 재해석돼 인기를 얻고 있다. 카페에는 ‘힙함’과 ‘감성’을 느끼기 위한 2030세대와 옛 추억을 회상하기 위한 중장년층으로 가득하다.

우리가 레트로를 보며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과거를 살았던 사람들이 자신의 시간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8,90년대에 청년이었던 그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자신의 시간을 살았다. 그들의 삶을 담은 시간이 레트로라는 이름으로 지금 우리 앞에 있다.

만약 8,9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6,70년대의 정서에 머물렀다면, 우리는 레트로를 만날 수 있었을까? 과거에만 머물러있다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기 어렵다. 그리움에 젖어 과거에만 얽매이지 말고, 과거를 발판 삼아 현재의 소중함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의 현재가 몇십 년 뒤 ‘힙함’한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대부분의 것은 유한하다. 유한하기에 소중하다. 우리는 종종 지금을 당연하게 여겨 그 소중함을 망각하곤 한다. 우리가 머무르고 있는 현재는 십여 년 후, 혹은 몇십 년 후의 누군가가 그리워할 순간이다.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어떨까.

조현미(사회과학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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