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묻고 현장이 답하다> 연극계는 지금 관객과 거리두기 중 (한성대신문, 568호)

    • 입력 2021-06-07 00:01
    • |
    • 수정 2021-06-07 00:01

<편집자주>

나 말고 다른 사람. 그의 문제를 알기 위해서는 그에게 묻는 것보다 그가 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지 않던가. 종이에 적힌 자료보다 한 번의 경험이 더 현실적이다. 나를 그로 바꾸기 위해 신문사 밖으로 향한다.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생생한 문제를 발견하기 위해.

연극의 메카라고 불리는 대학로 연극 거리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여파로 조용해진지 오래다. 공연장에는 관객들의 발걸음이 뜸해졌고 배우들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코로나19 이후 연극배우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공연계의 현황을 가까이서 알아보기 위해 김종훈 배우의 하루를 밀착취재 해봤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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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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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 이상으로

줄어든 좌석조차

채워지지 않아요"

텅 빈 연극거

오후 12시 37분. 김종훈 (28) 배우는 출근을 하기 위해 송내역 2번 출구로 발길을 재촉한다. 그렇게 1시간동안 지하철에 몸을 맡기면 어느덧 혜화역에 도착한다. 혜화역 1번 출구로 온 김 씨는 공연장 ‘아트포레스트’로 향한다. 아트포레스트는 혜화역 주변 ‘대학로 연극거리’에 위치해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많은 사람이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거리에서 긴 줄을 서야 했지만, 현재는 연극을 관람하기 위해 대기하는 인파를 찾아볼 수 없다.

공연장으로 향하는 김 씨의 눈에는 거리 곳곳에 붙여진 옥탑방 고양이, 스위치, 운빨로맨스 등 여러 연극 포스터가 들어온다. 색색의 포스터와는 달리 창 너머로 보이는 공연장 내부는 어두컴컴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연 일시 중단’ 안내 종이와 함께 셔터가 내려간 곳도 있다. 불이 꺼진 한낮의 공연장을 보며 김 씨는 공연을 하지 못하고 있는 후배나 동료 배우들을 떠올린다. 공연이 적어져 오디션 기회를 얻지 못한 동료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와 연극 준비를 병행하기도 한다.

김 씨는 마음이 불안해진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 김 씨는 평일에는 두 번, 주말에는 네 번 정도 무대에 올랐다. 그러나 요즘은 하루 한 번도 무대에 오르기 힘든 상황이다. 하나의 공연을 위해 한 달에서 두 달의 시간을 연습하지만, 그나마 잡힌 공연도 언제 취소되거나 연기될지 모른다. 연습한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온라인으로라도 공연결과를 보여줬으면 하는 것이 김 씨의 바람이다.

▲배우가 코로나19 여파로 사람이 줄어든 대학로 거리를 바라보고 있다.

달라진 공연준비

공연전, 김씨는 점심을 포장하기 위해 근처 음식점으로 이동한다. 과거에는 동료 배우들과 함께 식사하는 시간이 소소한 행복이었지만 이제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지침(이하 방역지침)으로 인해 음식점 안에서 다 함께 점심을 먹을 수 없다.

오후 4시. 공연 시작까지 한 시간 정도 남았다. 김 씨와 동료 배우들이 대기실에서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챙긴다. 음향과 조명을 담당하는 오퍼레이터는 소독약을 꺼내 들고 공연장 전체에 뿌린다. 공연장은 밀폐된 공간이기 때문에 강한 소독약을 사용한다. 바로 리허설을 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김 씨는 아직 빠져나가지 않은 소독약의 독한 냄새에 코와 목이 괴롭다. 목소리가 중요한 직업인데 기관지에 해를 입지는 않을까 한편으로 걱정도 된다.

공연시작 15분 전. 김 씨는 공연 준비를 위해 대기실로 들어간다. 관객들이 QR체크인과 체온 특정, 손 소독을 진행한 후 공연장에 입장한다.

▲방역이 끝난 무대 위에서 대본을 검토하는 배우의 모습이다.

소통이 줄어든 공연

오후 5시. 김 씨는 동료배우 3명과 무대에 오른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공연장을 찾아준 관객에게 고마움을 느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다짐한다. 공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SNS 이벤트를 진행한다. 총 세 명의 관객이 이벤트에 참여한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참여율이 매우 저조한 편이다. 김 씨는 이벤트 당첨자 한 명을 뽑았다. 모두 마스크를 착용해서 누가 당첨자인지 알 수 없는 김 씨는 혼란스럽다. 이때 한 여자가 손을 들고 본인이라 말을 한다. 김 씨는 안도하며 선물을 건넨다.

공연이 시작되고 김 씨는 관객에게 연기를 선보인다. 방역지침 때문에 군데군데 비어 있는 좌석이 눈에 띈다. 관객의 호응은 예전 같지 않다. 방역을 위해 비워둔 맨 앞줄로 인해 관객과의 거리는 더욱 멀게 느껴진다.

김 씨가 공연하는 아트포레스트 공연장의 관객석은 총 200석이지만 오늘 공연을 찾아온 관객은 총 56명 뿐이다. 평일에는 평균 150석 이상, 주말 및 공휴일에는 200석 모두 매진되던 공연이었다. 이제는 관객으로 가득찬 공연장을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몰라 아쉽기만 하다.

관객의 표정이라도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얼굴을 다 가린 마스크 때문에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공연을 하는 내내 자신의 연기가 관객에게 잘 전달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김 씨의 마음 한구석에 불안함이 피어오른다. 호응을 유도하고 싶지만 얼마 전 공연 리뷰를 통해 코로나19 상황임에도 관객에게 큰 환호와 박수를 너무 자주 유도한다는 지적을 받아 조심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공연이 끝난 뒤, 관객이 공연장을 빠져 나간다. 예전에는 공연이 끝나고 관객에게 떡볶이를 나눠줬다.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제공할 수 없게 되면서 관객은 모두 빈 손으로 공연장을 나간다. 김 씨는 관객에게 좋은 추억거리를 제공하지 못해 속상하다. 공연장이 점점 조용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관객의 소리가 끊긴다. 텅 빈 공연장을 바라보며 김 씨는 하루빨리 코로나19가 끝나 제대로 된 공연을 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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