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人> 조금 색다른, MBC 조현용 기자 (한성대신문, 569호)

    • 입력 2021-08-3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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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1-08-30 00:11

“매 순간 확신은 없어요.

잘하고 있는 건지 계속 고민해요.

진심으로 최선을 다할 뿐이에요.”

‘택배 아저씨 외에 유일하게 기다려지는 남자입니다’, ‘살다 살다 기자를 덕질할 줄이야’, ‘사랑해, 형’. MBC의 인기 유튜브 채널 ‘소비더머니’ 영상에 남겨진 댓글이다. 댓글 속 주인공은 콘텐츠 이상으로 사랑받는 MBC 조현용(38) 기자다.

소비더머니는 ‘어차피 쓸 돈, 알고나 쓰자~!’라는 채널 설명처럼 우리가 소비하는 것들을 탄탄한 스토리 라인으로 전하는 영상 콘텐츠다. 구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에 힘입어 현재 유튜브 구독자 수는 27만 명을 넘어선 상태며,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콘텐츠의 조회수는 625만 회를 상회한다. MBC에서 디지털 콘텐츠의 성공을 이끈 ‘최고의 브랜드 가치를 지닌 기자’, 조현용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매체로 세상을 배우던 소년, 기자가 되다]

연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한 그는 학창시절 진로 고민을 멈추지 않았다. 법조계에 뜻이 없었던 그에게는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 사이에서의 전공 공부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취업 준비 초기, 무작정 다양한 기업의 문을 두드리던 조 기자는 과거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학창시절, 그는 매일같이 TV와 신문을 통해 세상을 알아가던 학생이었다. 그는 기사를 읽던 자신의 모습과 강점이었던 언어능력을 살려 기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언론사 시험에 집중적으로 응시한 끝에 2007년 MBC 보도기자로 입사했다.

“입사를 하고 ‘거창한 이념이나 구호 대신 사람들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기사를 쓰자’고 생각했어요. 정치적인 시비를 다루기보다는 시청자가 궁금해 하는 부분을 알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여겼죠. 기사를 쓸 때 첨예한 갈등보다는 보통 사람들의 불편함에 집중했어요.”

실제로 그는 기사를 통해, 경제적 빈곤자에게 에어컨 보급 지원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또 ‘장애아동을 위한 어린이재활병원이 추가로 건립돼야 한다’고도 보도했다. 뉴스 방송 이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 계획이 발표되는 사회적 변화도 있었다. 조 기자는 미세하더라도 사회가 변화할 수 있는 기사를 쓰고자 했다.

그가 가장 오래 몸담은 부서는 경제부였다. 경제부에서 뉴스 속 코너인 ‘머니트렌드’를 진행하며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경제 이슈를 다뤘다. 그는 “사람들이 머니트렌드를 통해 실생활과 맞닿아있는 경제 소식을 접함으로써 일주일에 커피 한 잔 값이라도 벌어들일 수 있기를 바랐다”고 말한다. ‘뉴스의 연성화’라는 비판이 가해질 수 있지만 누구라도 도움을 받았으면 상관없다는 것이 조 기자의 전언이다.

‘시청자의 필요와 관심에 집중하겠습니다. 팩트를 퍼즐 맞춰서 보다 나은 전망을 제공하겠습니다.’라는 그의 기자 소개 문구처럼, 조 기자는 담백하고 솔직한, 무엇보다 소비자를 생각하는 사람이다.

기자 생활에 어려움도 있었다. MBC가 정치적 압박에 시달려 총파업을 실시했고 그 기간 동안 기자 해직과 인사 발령이 강행된 것이다. 조 기자 역시 동료의 해고를 목격했고 파업에 참여했다.

“정치적 압박도 힘들었지만, 10년 넘게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같이 밥도 못 먹는 사이가 된 게 더 힘들었어요. ‘언론사가 아니라 일반 회사에 다녔다면 이런 문제를 겪었을까?’라는 생각도 했죠. 사실 아직도 뭐가 맞고 틀렸던 건지는 헷갈려요.”

파업 이후에도 또 다른 어려움이 찾아왔다. 조 기자가 입사할 당시만 해도 TV 매체의 영향력이 높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모바일의 영향력이 지대해진 것이다. 그는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고민을 거듭했다.

“이전에는 MBC의 영향력이 지금보다 컸고, 그에 따른 사회 전반의 반응이 있었어요. 자연스레 기자로서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죠. 매체의 영향력과 개인의 실력을 동일시하는 통념 때문에 스스로를 냉정하게 평가하기 어려웠던 거예요. 그런데 매체가 다양해지고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다 보니 반응이 전보다는 줄어들었어요. 그래서 일의 의미를 찾는 부분에서 혼란을 느끼기도 했죠.”

▲제18회 아시안게임 현장을 보도 중인 조현용

▲머니트렌드에서 경제 이슈를 전하는 조현용
▲소비더머니에서 댓글읽기를 진행한 조현용

[소비자를 생각하던 기자, 콘텐츠의 성공을 이끌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고민을 거듭하던 조 기자는 2018년 가을 MBC 디지털부에 자원했다. 세상의 변화에 따라,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체 역시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디지털부는 한직으로 여겨지는 분위기였지만, 조 기자는 더 늦기 전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는 디지털부에서 ‘소비자에게 즉각적인 반응을 얻는 것이 경쟁력 있다’고 느꼈다. 실시간으로 공개적인 도마 위에 오르는 조회수나 댓글 등의 평가는 결국 소비자를 더 생각하게 했다. 사람들의 관심과 필요에 유리되지 않기 위해 계속 노력하게 된다는 말이다.

“기성 언론은 시청자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었어요. 변화를 시도하지만 고담중론에 매몰돼 있는 경우가 많았죠. 보고 싶은 뉴스보다는 봐야 하는 뉴스에 집중한 거예요. 그러다보니 시청자의 반응보다는 사내와 업계에서의 평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요. 그런데 저는 공급자 위주가 아닌 소비자에 집중해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렇게 조 기자는 유튜브 채널 ‘엠빅뉴스’와 ‘14F 일사에프(이하 14F)’의 성장을 함께 했다. 그러던 중 그에게 14F 속 새로운 콘텐츠 구상을 위한 시간이 주어졌다. 조 기자답게 소비자는 당연히 콘텐츠의 고려 대상이었다. 그는 보통 사람들의 실생활을 바꾸는 건 ‘정치’보다 ‘돈’이라고 생각했다. 대중의 관심사 역시 돈과 관련돼 있다고 판단했다. 경제 관련 이야기를 하게 되면 그의 경제부 시절 경험도 살릴 수 있었다. 소비더머니는 이렇게 세상에 나왔다.

소비더머니는 10분 가량의 짧은 시간 동안 ‘브랜드라는 껍데기를 빌려 이야기 그 자체를 전한다. 브랜드에 얽힌 사람과 돈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 여기서 브랜드는 기업뿐만 아니라 사건, 학교, 인물 등을 포괄한다. 대놓고 말하기를 꺼리는 ‘부(富)’의 역사를 파헤치며 세상의 변화를 말한다. 매 영상에서 빠지지 않는 내용은 주제의 발전 과정이다. 사람이라면, ‘성장 과정’이 되겠다. 그 속에서의 재미있는 일화, 숨겨진 위기와 시련 등 분절된 정보를 하나의 흥미로운 이야기로 구성해 전한다.

소비더머니가 유튜브 채널 14F에 업로드 되던 당시, 해당 채널은 구독자 100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열풍을 일으켰다. 채널 독립을 요구하는 댓글도 거의 매일 달렸다. 결과적으로 ‘흡입력 있는 콘텐츠’라는 평가를 받으며 채널 독립에 성공했다.

“과분하게 좋은 평가를 많이 받았지만 인기의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이야기와 영상이 주는 힘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종종 해요. 시작 전에도 확신이 없었고 지금도 잘하고 있는 건지 계속 고민이 들거든요. 다만, 기자가 만들었다거나 제가 나와서 인기를 끄는 건 아니에요. 제가 아니어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콘텐츠의 성공은 의외의 변화를 야기했다.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났고 다른 방송사로부터 관련 문의를 받거나 광고 제의까지 들어온 것이다. 현재는 OTT 플랫폼인 ‘WATCHA(왓챠)’에도 소비더머니 콘텐츠 유통을 시작하며 발을 넓혀가고 있다. 조 기자는 이러한 외부의 관심과 평가에도 부담을 느끼지만,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이 훨씬 크다. ‘내가 정말 잘하고 있는 걸까’, ‘최선을 다했을까’, ‘왜 이건 이렇게밖에 못 썼을까’라는 생각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유튜브 콘텐츠의 주기가 길지 않은 탓에, 소비자의 반응이 미지근하면 콘텐츠가 소멸하는 과정이라 생각하지만 ‘내가 제대로 못 해서 그런가?’와 같은 괴로운 사고의 늪에 빠지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그에게 힘을 주는 존재는 다름 아닌 소비더머니의 시청자 및 구독자다. 조 기자는 이들을 ‘귀인’이라 칭한다. 영상을 꾸준히 시청하고 피드백을 해주는 사람들에게 그 나름대로의 고마움을 표하는 애칭이다. 그는 영상에 달린 댓글을 확인하고 좋아요와 답글을 남긴다. ‘영상 속에 혹시나 틀린 정보가 있을까’하고 댓글을 확인했던 과정이 고마움을 표현하는 시간이 됐다.

조 기자는 앞으로도 계속 소비자를 찾아갈 것이다. 메시지 전달 방식보다 메시지 그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성공의 길’이라 여겨지는 조직의 사다리를 오르기보다 보통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 한다.

“입사 당시, 10년 후의 본인에게 쓰는 편지가 있었어요. 제가 10년이 지나서 편지를 읽는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무언가를 만드는 색다른 존재가 되고 싶었더라고요. 지금도 색다른 기자가 돼보자는 생각은 유효해요. 저는 언론사에서 성공이라 여겨지는 천편일률적 방정식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요. 그저 ‘한 명의 인생이라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면 어떤 방식이든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요.”

한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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