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人> 호기심 많은 관찰자, 작가 임홍택 (한성대신문, 572호)

    • 입력 2021-11-1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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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1-11-15 00:01

‘내 의견에 반대한 후배에게 화가 난다’, ‘자유롭게 의견을 얘기하라고 해놓고 내가 먼저 답을 제시한다’, ‘윗사람의 말에는 무조건 따르는 것이 회사 생활의 지혜다’. 다음 중 동의하는 문항이 존재하는가? 하나 이상 동의한다면 당신은 ‘꼰대’다. 『90년생이 온다』의 꼰대 체크리스트에 따르면 그렇다. 책을 통해 세대의 특징을 분석하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방식을 제시한 그는 임홍택(39) 작가다.

▲ 임홍택 작가 [사진 제공 : 임홍택]



"무슨일이 있어도 절대 멈추지 마세요.

조금이라도 나아가야 완성에 가까워져요."



과거 그는 작가라는 직업을 생각해본 적조차 없었다. 글쓰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저 평범한 회사원이 되기를 희망했던 과거의 임 작가는 오래도록 직장생활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작성해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됐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제가 평소에 하는 생각, 경험을 책으로 남기고 싶었어요.” 임 작가는 자신이 경험한 것을 토대로 책을 작성했다. 『90년생이 온다』는 그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느낀 ‘90년생과 기성세대의 간극’에 대한 이야기다.

“과거 신입사원을 교육했던 적이 있어요. 대부분 90년생이었는데 기성세대와 다른 생각을 하는 이들이었죠. 그들의 간극을 책에 담고 싶었어요.”

직장에서 다양한 연령층과 함께 생활한 그는 90년생과 기성세대가 스스럼없이 어울릴 수 있는 회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90년생과 함께 일하며 그들이 기성세대와 너무나 다른 환경 속에 살아왔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임 작가는 그가 관찰한 결과 90년생을 ‘간단’, ‘재미’, ‘정직’ 세 가지 단어로 정의했다.

임 작가에 따르면 과학기술이 발달한 사회에서 살아온 90년생은 ‘간단’을 추구한다. 그들은 원하는 제품을 밤에 주문해도 새벽에 받아볼 수 있고 필요한 정보를 유튜브나 인터넷으로 빠르게 알아낸다.

“90년생은 다양한 기술이 발달된 환경에서 살아왔어요. 간단하게 찾을 수 있는 세상에서 살아온 90년생은 기다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요. 간단하고 바로 할 수 있는 것을 좋아하죠.”

모든 상황에서 ‘재미’를 찾는 것도 90년생의 특징이다. 여가생활은 물론 회사에서까지 재밌게 일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는 90년생이 회의에서 재밌는 아이디어를 가져오고 문제 상황을 재치있게 해결해 나간다고 말한다.

“90년생은 기존 기성세대가 채우지 못하는 지식과 경험을 말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요. 그들은 자유롭게 의견을 내면서 재미있기까지 하죠. 과거의 기성세대가 회사에서 상사 눈치를 보느라 급급했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에요.”

마지막으로 90년생은 ‘정직’을 추구하는 세대다. 차에 달린 블랙박스, 카메라가 발달된 핸드폰등 투명한 시스템이 잘 갖춰진 환경이 90년생을 정직하게 만들었다.

“과거에는 길거리 경범죄가 많았어요. 지금은 범죄가 일어나도 대부분 적발되죠. 이런 환경에서 살아온 90년생은 정직을 추구할 수밖에 없죠.”

▲임홍택 작가가 집필한 책 3권.



90년생의 특징을 담아 쓴 『90년생이 온다』로 임 작가는 유명인사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전 직원에게 그의 책을 선물한 사실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발행일로부터 약 1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책을 주문하는 사람이 급격히 많아졌고 『90년생이 온다』와 ‘임홍택’에 대한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

자신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자 했던 바람은 이루게 됐지만, 예상과 달리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책뿐만 아니라 작가에 대한 관심도 커진 것이 화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유명세와 함께 임 작가의 일상에는 큰 변화가 찾아왔다. 각종 매체에서는 그를 섭외하기 바빴고, 하루에 수십 통씩 모르는 번호로 부재중 전화가 찍혔다. 주변 사람들이 모르던 작가의 모습이 알려지면서 일부 지인은 그를 질투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심지어 인터넷에는 악플이 달리기도 했고 길에서 사인을 부탁하는 사람도 있었다.

“책에 대한 관심은 감사하지만, 당시 상황은 아주 부담스러웠어요. 작가가 되고 싶어 책을 쓴 게 아니었기 때문이죠. 그냥 제가 알고 싶고 알리고 싶은 내용을 쓴 것뿐이었어요.”

그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다. 지인과 밥을 먹을 때, 카페를 갈 때 등 일상 대화에서 그는 늘 질문한다. 임 작가의 책은 주변인들과의 대화로 만들어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구와 같이 밥을 먹으면서 물어봐요. ‘우리 때는 있을 수 없는 일인데, 혼밥을 왜 할까?’ ‘휴대폰이 사라지면 어떨 거 같아?’ 이런 식이죠. 대화를 통해 의구심을 해결하는 편이에요.”

그가 책을 한 권 쓰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1년 남짓. 오직 글만 쓰는데 1년이다. 자료조사도 하고 전문가의 의견까지 구하려면 그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작가로서 성공만 경험한 것은 아니었다. 2011년 처음 출판된 ‘포스퀘어 스토리(소셜미디어를넘어 위치기반 플랫폼으로)’는 서점 진열대에서 발견할 수조차 없었다. 실패했다고 생각한 그는 다음 책을 계약할 출판사가 없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책이 일정 판매 부수를 넘기지 못하면 다음 책을 출판하고자 할 때 계약이 어려울 수 있어요. 책을 다 써놓고 출판을 하지 못해 다른 이야기를 전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까 봐 불안했어요.”



▲임홍택 작가는 '전국빨간차연합회'의 회장을 맡고 있다. [사진 출처 : 전국빨간차연합회]



책을 쓰기 시작하면서 그의 삶은 바빠졌다. 매일 창작이라는 고통에 시달린 그는 탈모, 면역력 저하, 폐렴을 진단받기도 했다. 오랜 직장생활 끝에 임 작가는 프리랜서로 전향했지만,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 그는 현재 작가, ‘URBAN LABS’의 문서수발실 실장, ‘전국빨간차연합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글쓰기를 미루지 않기 위해 출판사와의 미팅을 미리 잡아 기한을 계획하곤 한다.



▲임홍택 작가가 '글로벌인재포럼 2019'에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출처 : 글로벌인재포럼]



작가로서 유명해진 그는 출강도 겸하고 있다. 처음 강연 자리를 제안받았을 당시에는 고민했지만, 자신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줄 기회라는 생각에 선뜻 나섰다. 임 작가는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내 이야기가 타인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어요.”

그는 여전히 주변을 관찰하며 선한 영향을 독자에게 남기고자 글을 쓴다. 아직도 자신의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무작정 펜을 들고 본다. 자리에 앉아 생각만 하던 과거의 모습과 대비되는 발전이다.

“과거에는 고민이 많아 벼락치기로 글을 쓴 적이 많았어요. 이제는 완성에 가까워지기 위해 생각이 많아도 무작정 글을 쓰기 시작하죠. 그래서대학생들에게 어떤 일을 하더라도 멈추지 않고움직이면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희망이 없어 가만히 앉아 있는다고 세상이 기다려주지 않을 테니 말이에요.”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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