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청년이 후회하지 않을 선택은? (한성대신문, 575호)

    • 입력 2022-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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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2-03-06 22:52

청년의 정치 무관심을 걱정하던 시절을 뒤로하고 청년 정치 참여율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재작년 12월 3일 발표한 ‘대통령선거(이하 대선) 투표율 분석’에 따르면 20대 전반과 후반의 대선 투표율은 2007년에서 2017년까지 각각 51.1%에서 77.1%, 42.9%에서 74.9%로 높아졌다.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청년층을 공략하고자 청년을 위한 공약이 여럿 나오고 있다. 그러나 청년 공약에 청년의 반응은 엇갈림과 동시에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지난 26일 대선 후보자들의 청년 공약을 규탄하기 위해 ‘2022 대선 비상선언: 주먹이 운다’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청년들은 이날 ‘공약에 청년에 대한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청년 관련 공약을 비판했다. 과연 이번 대선 후보자들의 청년 공약은 청년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을까?

구멍 숭숭 뚫린 청년의 지갑

극심해진 취업난을 비롯한 여러 경제적 어려움으로 청년들은 생활고에 여전히 허덕이는 중이다. 서울연구소가 지난해 9월 29일 발표한 「청년의 다차원적 빈곤 변화: 2010년과 2019년 청년층 빈곤 비교」에 따르면 경제적 빈곤을 겪는 청년의 비율은 20대가 2010년 56.8%에서 2019년 64.5%까지, 같은 기간 30대의 경우 66%에서 72.3%로 상승했다.

청년의 경제적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자 대선 후보자들은 ‘청년 기본소득’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재명 후보는 만 19세부터 29세까지 연간 100만 원의 지원금을 주는 ‘청년 기본소득’, 1,000만 원 이내의 금액을 장기간 대출해주는 기본대출과 1,000만 원 이내의 저축을 지원하는 기본저축을 포함한 ‘청년 기본금융’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의 경우 6개월에서 최대 8개월간 구직활동 지원 및 월 50만 원을 지급하는 ‘취약 청년 대상 청년도약보장금’과 더불어 청년의 기초자금 형성을 위한 ‘청년 도약 계좌’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심상정 후보는 20세가 된 청년에게 3천만 원의 기초 자산을 지원하고, 수혜자를 제외한 21~29세의 청년에게는 20대가 끝날 때까지 매년 30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기본소득 공약은 국가가 청년의 학업과 진로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장점 덕에 세간의 주목을 받는다. 김민성(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사무국장은 “현재 청년들은 일자리부터 소득까지 여러 부분에서 도움이 필요하다. 설령 빈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더라도 청년들이 생활에 대한 지원과 자산 형성을 위한 도움을 받는다면 미래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현금성 공약이 능사는 아니라며 공약을 실현시키고 사회 구조를 바꾸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비판 역시 존재한다. 김은주(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는 “지속 가능한 사회 변화를 위해서는 공약이 제도화되고 정책 집행을 위한 청년 예산이 확보돼야 한다. 그 과정에서 청년의 의사결정 기회 역시 주어져야 한다”고 전했다.

취업을 향한 가시밭길

청년이 취업을 향해 걷는 길은 순탄치만은 않은 상황이며, 어렵게 얻은 일자리조차 안정적이지 못한 경우가 빈번하다. 통계청의 ‘고용보조지표’에 의하면 재작년 7월을 기준으로 청년 확장실업률이 2016년 21.7%에서 2020년 25.6%로 증가했다. 김유빈(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일자리의 양적 확충 외에도 질적인 문제가 상존하고 있다. 청년층의 일자리 문제가 지속될 시 소득 외 주거, 여가, 결혼, 양육 등 생애 전반에 불안정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선 후보자들은 공통적으로 ‘일자리 제공’과 ‘일자리 전후의 지원’을 약속했다. 이 후보는 청년 일자리 및 교육 기회, 공정채용제도의 확대를 공약으로 삼았다. 윤 후보는 공정한 정규직 전환 및 취업을 위한 노조의 고용세습 차단을 이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심 후보는 청년에게 일자리 30만 개를 보장하는 ‘청년 특별트랙’과 비정규직 계약 종료 시 계약종료수당과 보상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는 ‘평등수당’ 등을 계획했다.

그동안의 일자리 공약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며 20대 대선 후보자들의 책임은 더욱 막중해졌다. 박용철(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일자리 문제는 정치, 경제, 사회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있으며, 당장에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렵다. 고용정보의 제공과 노동 공급자 위주의 교육, 일자리 제공이 이뤄진다면 일자리 문제 해결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일자리 관련 공약에 대해 세부성이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김 동향분석실장은 “대선 후보자들의 일자리 공약은 명확한 세부 내용이 없는 상태다. 일자리 창출 외 교육에 관한 기존 정책들도 다수 존재하지만, 실효를 발효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다 자세한 전달 체계에 대한 공약도 필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잡히지 않는 내 집 마련의 꿈

치솟는 집값으로 청년은 ‘내 집 마련’은커녕 월세조차 부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청년의 현실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2018년 5월 2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밝힌 「청년층 빈곤 및 주거실태와 정책과제」에 의하면 최저주거기준 미달과 임대료 과부담을 경험한 청년단독가구는 2006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17.1%에서 46.8%까지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은형(대학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택 문제는 청년뿐만 아니라 전 세대의 문제다. 지원 혜택의 개편과 공급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해 후보자들은 ‘주택 공급’과 ‘주거비 지원’을 공통 공약으로 꼽았다. 이 후보는 여러 종류의 청년 맞춤형 주택 공급과 월세 공제 확대를 내세웠다. 윤 후보는 저금리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대출의 확대 등 대출의 지원과 청년 원가 주택 30만호 공급, 주거급여 지급대상자와 급여 수준의 현실화를 설명했다. 심 후보는 전세와 월세의 무이자 대출과 청년 주거급여 적용 기준의 확대를 말했다.

주택 공약의 수혜 범위가 확대될 시 많은 청년의 주거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기대가 뒤따른다. 임미화(전주대학교 부동산국토정보학과) 교수는 “청년 주택 정책은 현재에도 많이 시행되고 있다. 추가되는 정책과 더불어 청년 주택 정책의 수혜 범위가 넓어지면 주거 이동이 활발한 청년 계층이 자기개발에 따라 새로운 주거지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청년을 대상으로 주택 및 혜택의 범위를 넓히는 공약은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 책임연구원은 “대선 후보자들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모든 청년에게 혜택을 주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주거 문제는 청년뿐만 아니라 전 세대의 문제인 만큼 상대적으로 취약한 청년에게 혜택을 집중시킨 후 대상을 점차 넓혀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외에도 대선 후보들은 ▲대학 입시제도 ▲청년의 정치 참여 ▲장병 지원 강화 등 다양한 분야의 청년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청년을 위한 공약이 청년의 실질적인 목소리를 담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뒤따른다. 김 교수는 “청년은 과거와 달리 불공평한 출발선에 서게 되는 경우가 있다. 청년의 권리 보장은 당연하지만 후보자들이 청년을 표를 위한 수단으로 인식하면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청년의 문제를 진정성 있게 다루며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김 사무국장은 “청년들의 삶 속 고민에 대한 이해가 정책에 묻어나지 않고 단발성 정책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년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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