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뽐을 한껏, 기록 한 컷 (한성대신문, 579호)

    • 입력 2022-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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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2-06-22 18:01

피사체와 어울리는 다양한 색을 배경으로 한 ‘증명사진’, 열심히 운동한 결과물을 뽐내는 ‘바디프로필’, 친구들과 함께 일상의 모습을 담은 ‘네 컷 사진’, 대체할 수 없는 아날로그 감성의 ‘필름사진’. 요즘 인스타그램 피드나 카카오톡 프로필을 둘러보면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들이다. 많은 청년이 다양한 사진의 각기 다른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누구나 사진을 찍는 것이 일상이 됨으로써, 사진 문화가 새 국면을 맞은 것이다.

이와 같은 유행의 원인을 청년 세대에 내재한 특성에서 찾는 견해가 있다. 현 청년층이 유행을 받아들이는 데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유행이 더 빠르게 퍼져 나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단순한 이유만으로 유행하는 것일까. 청년층을 중심으로 사진 찍기 문화가 재편된 이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SNS 세상에 뽐내는 나

MZ세대가 향유하는 사진 유형이 세분화되는 것은 이들이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에 능하다는 특성에 기인한다. 다른 세대에 비해 SNS로 서로를 처음 마주하는 빈도가 비교적 잦기 때문이다.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은 자신의 특성을 시각적으로 빠르고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소통 방법으로, SNS에 게시하는 사진들이 대표적인 예시가 될 수 있다. 김찬석(청주대학교 광고홍보문화콘텐츠전공) 교수는 “자기 존중감이 높은 현 청년 세대는 사진을 자신의 가치를 도드라지게 하는 수단으로 인식해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사진 외에도 ‘숏폼(Short Form)’과 같은 콘텐츠가 청년층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이 사진과 짧은 영상이 주를 이루는 인스타그램에서 유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인스타그램 업로드를 위해 사진을 촬영하는 청년층도 적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상명대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전호식 학생은 “개인 소장이 목적이기도 하지만, 주로 인스타그램 업로드를 위해 사진 찍기에 열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상덕(경남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청년층은 SNS와 함께 자란 세대로 현실 생활보다 디지털 생활에 익숙한 디지털 원주민”이라며 “인스타그램 등의 SNS가 사진 찍기 유행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물리적 실체로서 상대와 마주하지 않는다는 SNS의 특징이, 청년 세대가 스스로를 연출할 수 있는 ‘사진’이라는 매체에 열광하게 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만나지 않는 사람들이기에 자신이 원하는 모습만을 드러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상덕 교수는 “SNS에서는 현실에서 보이는 모습보다 더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들고 외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찍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날로그 감성으로 기록하는 나

통상적으로 사진은 ‘기록’과 ‘기억’에 의의를 두며 간직된다. 현 시대에서 사진이 가지는 기록의 의미는 ‘사이버 상의 영구 보존’이다. 이를 두고 현 세대가 SNS 게시글을 적극적으로 포스팅하는 것을 설명하는 전문가들도 존재한다. 김용진(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일기를 쓰는 등 전통적인 형태의 기록에 비해 생산의 측면에서 편리해졌고, (청년들은)사이버 상에서의 영구 보존을 곧 삶의 영속성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기록의 의미를 두고 사진을 찍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진이 간직하는 추억과 기억, 그리고 그 증거인 기록이라 함은 아무래도 실물 사진보다는 못하다. 일회용 필름카메라의 열풍이 젊은 세대에 불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이를 두고 빠르게 변하는 사회 속에서 ‘아날로그 감성’을 찾는 현 청년층이 실물 사진에 매력을 느낀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날로그 감성이란 이전 세대의 것들에 흥미를 느끼는 차원을 넘어서 그것들을 새로운 형태로 표현하는 것을 일컫는다. 실제로 50년 동안 현상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용정(태양카메라) 대표는 “젊은 손님들이 필름카메라의 오래된 느낌이 오묘함을 자아낸다고 하며 찾아온다”고 전했다. 김용진 교수는 “부모 세대의 전유물이었던 필름카메라나 실물 사진이 현 청년 세대에게는 새로운 것으로 다가와 흥미를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옛것을 경험해보는 것이 앞선 세대와의 새로운 소통 방식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실제 생활에서 사진을 찍는 과정 일체가 자신을 가꾸는 행위로 인식된다는 견해도 있다. 청년층이 전문가에게 헤어 스타일링과 메이크업을 받고 의상과 배경색을 고르는 등 사진을 찍기 위한 준비 과정을 자신을 위한 투자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바디프로필을 찍기 위해 하는 운동도 이에 포함된다. 바디프로필을 전문으로 촬영하는 이시우(라이크미 스튜디오) 대표는 “자신의 가치를 드높이기 위해 몸을 가꾸는 데에 집중하는 청년층이 주로 손님으로 찾아온다”고 전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서용구(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구세대의 자아실현 방식이 승진 등의 사회적 성공을 거두는 것이었다면 현세대는 알 수 없는 미래 때문에 그 방식이 변화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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