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돈에 낚인 청년, 스포츠도박의 먹잇감 (한성대신문, 581호)

    • 입력 2022-09-19 00:00
    • |
    • 수정 2022-09-19 00:00

청년의 불법도박 장벽 낮아

스포츠와 청년 전반에 피해

합법적 오락으로 작용돼야

오늘날에 이르러 스포츠는 국경과 시간을 넘어 누구나 접할 수 있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는 매체와 스포츠 산업 발전의 산물임은 분명하지만, 어두운 측면도 존재한다. ‘불법 스포츠 도박’(이하 불법도박)을 통해 적게는 몇 만 원부터 많게는 몇백만 원까지, 인생을 거는 청년들 역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도박은 스포츠 경기의 승패 혹은 스코어 등을 맞춰 돈을 따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물론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합법 ‘스포츠토토’가 존재하지만, 최근에 들어서는 도리어 높은 배당률을 위시로 한 불법도박이 각광받고 있어 청년 사회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불법도박은 최근 몇 년간 시장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 이는 합법으로 진행되는 사업의 규모를 넘어섰다는 부분에서 주목할 만하다. 2019년 9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밝힌 「국내 불법도박 시장 규모」에 따르면, 당해 합법 사행산업 시장 규모가 22.6조원인 반면 불법도박의 시장 규모는 전자의 4배에 육박하는 81.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합법보다 비교적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이 불법도박 시장의 성장에 작용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김상겸(한국스포츠엔터테인먼트법학회) 회장은 “경기 결과에 작용하는 변수가 많아 합법도박에서 단순한 예측으로 승패를 맞추는 것은 쉽지 않다”며 지적했다. 이어 이진석(국민체육진흥공단 투표권건전팀) 과장은 “불법도박은 별도의 인증이 필요하지 않아 간편하며 무엇보다 금전적 이익을 크게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자극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불법도박이 합법 스포츠토토에 비해 수요가 증가하는 것은 단순히 결과를 맞추기 쉽다는 이유가 아니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이 제공한 「합법스포츠도박 vs 불법스포츠도박」 자료에 따르면, 불법도박은 ▲대상 경기 ▲배팅 유형 ▲구매 시간 ▲환급 시간 ▲환급률 ▲구매상한액 ▲조합 경기 수 등에서 더 큰 자율성이 보장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임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과 게임의 조합, 배당 등에 제한이 있는 합법 사업과 달리, 불법도박은 더 큰 금액을 고배당으로 배팅해 한 번에 많은 금액을 벌 수 있다는 말이다. 배당은 경기에 배팅한 돈을 얼마나 불릴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수치로, 경기의 조합에 따라 2배부터 몇십 배까지 다양한 배당이 존재한다. 김 회장은 “더 자유롭고 선택지가 많은 불법도박은 배팅에 자율성이 주어진다는 점에서 큰 유혹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박근우(경남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 센터장은 “배당률과 환급률이 합법 사업에 비해 높다는 점은 청년을 솔깃하게 만드는 수치”라며 “제한 없는 배팅금액에 넘어가 도박에 빠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도박은 누구보다도 청년에게 큰 위험으로 다가온다. 2019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서 공개한 「2018년 사행산업 관련 통계」에 따르면, 도박문제 전문 상담 전화 ‘헬프라인’의 이용자 연령대 중 20대와 30대의 청년층이 68%를 차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청년층이 불법도박에 유달리 노출된 상황의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손쉬운 접근성을 지목했다. 이찬모(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홍보사업팀) 선임은 “스마트폰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쉽게 불법도박을 접할 수 있다”며 “적은 자본과 노력만으로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가능성 역시 최근 투기 열풍에 힘입어 청년이 도박에 빠지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합법 여부와 상관없이 청년은 더 ‘쉽게’ 더 ‘많이’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며, 불법도박의 시스템이 이에 부합한 것일 뿐이라는 설명이 잇따른다. 실제로 청년이 불법도박에서 ‘적중’에 성공한다면 하루 만에 앉은 자리에서 몇백만 원까지도 얻을 수 있다. 박 센터장은 “한 번에 큰 금액을 벌 수 있다는 점은 청년에게 큰 자극으로 다가온다”며 “이는 되려 상당한 손해를 보거나 점차 중독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과장은 “금전적 이득을 취할 수 있지만 별도의 제약이나 인증이 필요 없어 간단하게 큰 금액을 취할 수 있다는 점이 도박 노출의 원인”이라고 전했다.

불법도박이 지니는 가장 큰 문제점은 중독성에 있다. 2020년 7월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밝힌 「도박 중독 전화상담 서비스 실적」에 따르면, 2015년 2,013건에 달했던 도박 관련 상담 건수는 2020년 9,687건까지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도박 시장의 성장과 함께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중독 사례는 도박을 통한 수익 실현 여부와 무관하다고 입을 모은다. 돈을 버는 경우에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잃는 경우에는 자산을 복구하기 위해 불법도박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말이다. 이 선임은 “불법도박에 빠진 대부분의 사람은 초반에 ‘BIG-WIN(적은 돈으로 큰돈을 딴 경험)’을 겪는다”며 “초반의 성공적인 경험은 오랜 기간 유지되기 때문에 도박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센터장은 “한 번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다면 강렬한 자극에 뇌가 익숙해져 중독을 벗어나기 어렵다”며 “도박으로 잃은 돈을 도박으로 만회하고자 하는 보상심리 역시 영향을 준다”고 꼬집었다.

불법도박은 본인을 넘어 스포츠 문화 전반에 역시 피해를 끼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4년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스포츠4대악신고센터'에 접수된 비리유형 총 269건의 신고 중 32건이 '승부조작·편파판정'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체 사례 중 두 번째로 많이 집계된 수치다. 이처럼 불법도박은 무엇보다 승부조작 등으로 스포츠 정신이 훼손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된다. 김 회장은 “불법도박으로 인해 스포츠 경기가 조작될 경우 선수들이 더 이상 좋은 경기력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며 “전체적인 경기의 수준이 하향되는 것은 물론, 국민들의 스포츠에 대한 불신 역시 생길 수 있어 문화적으로 큰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불법도박의 근절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관련자 처벌 강화를 위한 법 제·개정이다. 현재 불법도박 운영자에 대한 법률은 『국민체육진흥법』 제26조를 제1항을 통해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과 수탁사업자가 아닌 자가 체육진흥투표권 또는 이와 비슷한 것을 발행하여 결과를 적중시킨 자에게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에 대한 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이용자의 경우 『국민체육진흥법』 제48조를 통해 ‘제26조 제1항의 금지행위를 이용하여 도박을 한 자’라는 내용이 명시되고 있는데, 이때 이용자와 운영자 모두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에 대해 그 위험성에 비해 처벌 강도가 미약하다는 점과 함께 날이 갈수록 다변화하는 불법도박에 비해 법이 이를 충실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 과장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한다는 특성상 일부 불법도박은 처벌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함께 최대 처벌과 함께 접속차단 조치를 취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준휘(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불법 사이트에서 발생하는 도박에 관해서는 철저한 처벌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도박을 돈벌이 수단으로 보는 관점 역시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김 회장은 “불법도박이 성행하며 일확천금의 꿈을 꾸는 청년이 많아지고 있다”며 “정부 측에서 합법 산업에 대한 홍보를 더 적극적으로 시행해 스포츠토토가 건전한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하다”고 충언했다. 이어 이 선임은 “유혹에 넘어가 불법도박을 시작하는 것은 인생을 곤경에 빠트리는 지름길이므로 시작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며 “그럼에도 중독돼 도움이 필요하다면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에서 주 1회, 총 12회의 상담 지원 역시 이뤄지고 있으니 본인이 포기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email protected]

댓글 [ 0 ]
댓글 서비스는 로그인 이후 사용가능합니다.
댓글등록
취소
  • 최신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