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청년> 대학 아닌 대학? 전문대에 다닌다는 것은··· (한성대신문, 584호)

    • 입력 2022-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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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2-12-19 13:09

<편집자주>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이라는 ‘청춘’. 안타깝지만 모든 청년이 그 말의 의미대로 젊음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특히 사회에서 등한시되고 있는 소외 청년들은 더욱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소외된 청년의 문제를 과연 개인의 문제, 비행(非行)으로만 다뤄야 할까. 어쩌면 우리가 알지 못했지만 이제라도 조명해야 할 모두의 문제일 수 있다. 소외 청년들이 날아다닐 수 있는, 비행(飛行)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사회 속 소외된 청년들이 ‘비상’하기 위한 발판을 알아보자.

김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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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적인 직업교육에 중점을 둔 고등교육기관을 ‘전문대학(이하 전문대)’이라 정의한다. 『고등교육법』 제47조에 따르면, 전문대는 ‘사회 각 분야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과 이론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재능을 연마하여 국가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전문직업인을 양성함을 목적’으로 삼는다. 남성희(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은 “전문대 교육의 기본방향은 지역사회 그리고 산업과 긴밀하게 연계된 산학협력을 통한 인재 양성”이라며, “재직자들의 재교육을 통한 직무역량을 제고시키고, 실업자와 경력 단절자 등 성인 학습자에 대한 고등직업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등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의 역할도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전문대 이전에는 경제성장을 위한 숙련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1964년 설립된 실업고등전문학교, 1970년 전문학교와 정부 수립 직후부터 설치된 초급대학 등이 존재했다. 이후 정부가 직업교육의 전문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이들 모두를 전문대로 일원화하면서 1979년 현재의 전문대 체제가 수립됐다. 한때는 ‘중견직업인’ 양성을 목적으로 하기도 했으나, 1990년대 들어 산업구조가 변화함에 따라 현재의 교육 목적으로 변화해 인력을 키워내고 있다. 성오현(한국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 회장은 “전문대는 급변하는 산업 흐름과 직업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다양한 산업 분야의 신규 인력을 양성 및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대에서 이뤄지는 ‘직업교육’은 직업인으로서 해당 직업이 요구하는 지식과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구성된다. 쉽게 말하면 직업 현장에서 별도의 추가 교육 없이 맡은 직무를 다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다. 이를 위해 이론보다는 현장과 연결된 실습에 중점을 둔다는 특성이 있으며, 학생들은 이른바 ‘4년제 대학’으로 불리는 일반대학(이하 일반대)보다 짧은 수업연한을 통해 전공지식을 쌓는다. 공병호(오산대학교 아동보육과) 교수는 “전문대는 현장 즉응적인 기술 및 실무 부분을 중점적으로 배운다”며 “익힌 지식을 바탕으로 많은 학생이 취업의 길로 들어선다”고 설명했다.

전문대 졸업자는 비교적 빠르게 취업할 수 있고 추가적인 교육 이수 선택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진다. 먼저 학생들은 ‘취업’이라는 전문대의 목적에 맞게 관련 교육을 마치고 빠르게 입직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일반대 졸업 후 전문대에 다시 입학하는 ‘유턴입학’ 지원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유턴입학 지원자는 2013년 4,800명에서 2021년 14,215명으로 증가했다. 혹은 심화교육을 위해 ‘전공심화과정’과 ‘전문기술석사과정’을 통한 ‘학사학위’ 및 ‘전문기술석사학위’를 취득할 수도 있다. 박동열(한국직업능력연구원 평생직업교육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은 “일반대의 석사학위 및 박사학위 과정처럼 전문대에서도 전공심화과정과 전문기술석사과정을 운영 중이다. 학위 취득 과정은 논문 대신 특허 등 기술적인 학습 부분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전문대의 강점에도 불구하고 신입생 충원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2년 교육기본통계 주요 내용」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9년까지 96% 이상을 유지하던 전문대의 신입생 충원율은 2022년 87.0%로 감소했다. 특히 전문대 간 지역 격차도 발생해 지방 전문대는 더 큰 신입생 미달률을 보이기도 했다. 학령 인구의 감소에 맞물려 지역 간 격차까지 심화되면서 고등교육기관 중 전문대가 신입생 충원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공 교수는 “대부분 학생이 동기 유발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이때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일반대가 전문대보다 선택의 순위 우위에 있어, 전문대는 일반대 다음으로 신입생이 충원된다”고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학령 인구 감소와 더불어 전문대와 직업교육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전문대의 위기를 키우고 있다고 전언했다. 개인의 실제 능력보다는 학벌을 더 중요시하는 사회의 인식이 밑바탕이 돼 전문대가 일반대의 하위대학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성 회장은 “현재 입시 과정에서 부모들은 자녀가 전문대에 입학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일반대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문대는 법에 명시돼 있듯이 일반대의 하위 개념이 아니라 설립 목적이 다른 전문직업인을 양성하는 고등직업교육대학”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전문대와 일반대의 경계가 옅어졌다는 견해도 우세하다. 『고등교육법』 제28조에 따르면, 대학은 ‘심오한 학술이론과 그 응용방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학문 연구가 중심이 돼야 하는 일반대마저 사실상 취업을 위한 발판으로 여겨지면서, 같은 목적의 전문대보다 비교우위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전문대와 일반대가 서로 중복된 학과를 개설한다는 점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고등직업교육연구소의 「인사이드리포트 2호」에 따르면, 2021년 114개 일반대학(원)의 520개 학과가 전문대에서 최초 개설된 학과로 드러났다. 공 교수는 “학문 연구의 많은 부분이 대학원으로 이양되면서 일반대에서도 학부 과정에서는 직업교육을 한다. 일반대가 전문대의 기능을 많은 부분 흡수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대와 일반대가 각각의 설립 목적을 상실하고 동질화돼 가는 상황에서 일반대를 우선하는 선입견이 작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상황이 어려워지는 일반대도 발생하고 전문대는 더욱더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다”고 덧붙였다.

현재 전문대 관계자들은 일반대와 재정지원의 불균형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고등직업교육연구소의 「2021년 전문대학 재정지원 현황분석」에 따르면, 대학의 연구개발과 인프라 지원에 쓰이는 일반지원사업비의 경우 2020년 기술·일반·전문대 사업비의 9.7% 수준인 약 5,707억 원만 전문대에 배정됐다. 즉 전체 중 90%의 사업비가 일반대에 편중된 것이다. 기술대학 등을 제외한 전체 대학 재정·재학생 중 전문대가 20%가량을 차지하는 것에 비해 지원이 미흡하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성 회장은 “학령 인구가 줄어듦에 따라 신입생이 감소하고 10여 년간 등록금 동결 등으로 인해 전문대는 심각한 재정난에 직면해 있다”며, “전문대생이 차지하는 비율에 비해 정부의 지원 규모가 부족하다. 전문대에게 향하는 재정지원은 심한 불균형이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재정 여건의 악화는 학생들의 교육의 질과 직결돼 많은 우려를 사고 있다. 우수한 교원을 임용하기 위해 투자할 돈이 부족해지고 이는 전문대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의 「2022년 간추린 교육통계」에 따르면, 전문대의 전임교원 1인당 재학생수는 33.3명으로 일반대의 22.6명보다 높았다. 또한 「2022년 8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에서도 2021년 교육 및 일반대 학생의 1인당 교육비는 약 1,708만 원이었으나, 전문대는 약 1,118만 원으로 적은 수치였다. 이정표(한양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는 “재정지원이 부족해 교육의 질이 저하되면 저급 인력이 생산된다. 저급 인력이 노동시장에 나가면 그들이 가지는 생산성이 낮아지고 사회·경제적 차별이 심화되는 것은 물론 전문대 진학을 기피하는 악순환이 된다”고 역설했다. 공 교수는 “등록금을 대신하는 국가장학금은 인건비로 대부분 흡수되는데 등록금은 동결돼 있다. 전문대의 원래 설립 목적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국가의 재정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전문대의 수업연한이 고정되면서 다양한 교육에 대한 유연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대의 수업연한은 관련 법률에 따라 간호학과를 제외하면, 학제가 2~3년으로 고정돼 있다. 이는 실제 산업구조에 맞는 학사 형태가 아닌 학교에 의한 수업연한이라는 점에서 비판받고 있다. 이 교수는 “전문직업인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에서 요구하는 인력의 유형에 따라 학과가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수업연한의 유연화를 들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대를 향한 사회적 낙인 또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전문대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인식은 전문대 학생들의 발목을 잡고, 이는 전문대로부터의 이탈로 이어지는 큰 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취업 시장에서도 초급대학 졸업의 준말인 ‘초대졸’로 통용된다. 심지어 전공심화과정을 통해 학사학위를 취득하더라도 이를 증명하지 못하기도 한다. 전공심화과정에 대한 이해가 없어 모든 전문대 졸업자를 일률적으로 ‘전문학사학위’ 취득자로 보는 것이다. 이 교수는 “직업교육에 대한 부정적 인식 구조가 여전히 남아있다”며, “전문대에 대한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전문대 재학생들이 일반대로 다시 진학하고자 중도탈락하는 경우가 하는 경우가 많다”고 술회했다.

전문가들은 전문대에 대한 재정지원이 확대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는 자연스럽게 교육 여건의 개선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남 회장은 “4차 산업혁명 및 저출산, 고령화 시대의 산업 및 직업 구조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정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리상섭(전문대학평생직업교육협회) 자문위원은 “전문대도 고등교육 내에서 상당히 중요한 축이기에 정부 지원이 더 확대돼야 한다. 대학이 전체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규모가 큰 일반대의 목소리가 더 반영되고 있는 부분도 있다”며, “전문대가 살려면 지방 정부와 같이 가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이 수업연한의 다양화가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고정된 수업연한으로 변화무쌍한 사회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과거 수업연한 다양화를 추진한 적이 있으나 일반대의 반대로 무산됐다. 남 회장은 “수업연한 다양화는 그동안 꾸준히 논의됐던 과제다. 핵심은 2·3년제로 운영되는 수업연한을 1년 미만 단기과정부터 4년까지 다양화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성 회장은 “수업연한의 획일적 통일은 억지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기술 또는 자격증의 품질인증 차원에서 일정한 기준 충족을 요구할 수 있지만, 무엇을 얼마 동안 교육과정으로 운영할 것인가는 학습자와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직업교육의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가칭)직업교육 기본법’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는 직업교육에 대한 기본법으로, 5년 주기의 기본계획 수립과 함께 고등교육기관 간의 역할을 분리하고 전문대의 재정을 확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교육기본법』에 따라, 유아교육은 『유아교육법』, 학교교육은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은 『고등교육법』이 따로 제정돼 있다. 그러나 현재 『교육기본법』 제21조, 직업교육에 해당하는 기본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직업교육 기본법을 제정해 헌법에 보장된 교육 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단지 전문대의 부흥뿐이 아니라 직업교육을 학습할 수 있는 권리인 직업교육권을 보장받기 위해서 직업교육 기본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대는 직업교육이라는 역할을 위해 힘써왔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성 회장은 “집을 짓는데 ‘대들보’도 필요하지만, ‘서까래’도 필요하다. 전문대가 없다면 중소·중견기업은 경영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졸업생의 80% 이상이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해 99%가 중소기업인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국가 경제발전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리 자문위원은 “일반대와 전문대는 경쟁이 아닌 공생의 관계에 놓여 있다”며, “산업구조에 따라 전문대의 교육 수준을 요구하는 직업이 있고, 일반대를 넘어 석사와 박사학위를 요구하는 직업이 있다. 전문대는 서구의 전문대인 커뮤니티 칼리지(Community College)처럼 사회에 꼭 필요한 고등교육기관”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전문대를 향한 사회의 차별적 시선도 사라져야 함이 강조된다. 성 회장은 “전문대 학생들이 사회적으로 실패한 이들이 절대 아니다”라며, “유럽에서는 중학생 때부터 직업학교를 선택하고 기업에 현장 실습을 나간다. 학업 능력 대신 개인의 관심사나 다른 능력을 알아보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교수는 “정책 수립 과정에서도 전문대에 대한 인지가 부족해 늘 일반대 중심의 정책 사업과 지원이 이뤄지면서 전문대는 차별받고 있다”며, “전문대에 들어오는 학생들의 행복한 삶 그리고 사회적으로 존중받고 그들의 역량이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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