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외국어 조기교육, 득(得)보다 실(失)? 실보다 득? (한성대신문, 518호)

    • 입력 2016-11-07 10:27

어린아이의 언어습득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한국사회에 불고 있는 외국어 조기교육열풍이 이러한 언어습득능력을 이용한 대표적인 교육방법이다. 그렇다면 왜 어린아이의 언어습득능력은 성인보다 월등하게 뛰어난 걸까?
대략 2~3세 무렵에 인간의 뇌에서는 언어습득기제(Language acquisition device)’라고 불리는 기제가 활성화된다. 이 기제는 자신이 노출된 환경에서 주어지는 언어자극에 맞추어 해당 언어의 보편적인 문법을 추출해내는데, 이를 통해 인간은 본능적으로 언어를 습득하고 별다른 교육을 받지 않아도 모국어의 문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
가령 동사가 목적어보다 먼저 나오는 영어는 SVO 문법의 언어고, 목적어가 먼저 나오는 한국어는 SOV 문법이다. 이 경우 동사인 V가 매개변항이 되는데, 이러한 차이에 따라서 조사나 부사와 같은 다른 문법들을 본능적으로 추출해내는 것이다. 이 이론을 본성론이라고 하는데, 말그대로 언어를 인간의 본성으로 보는 이론이다.

2~3세의 아이는 언어습득기제를 통해 언러를 습득한다
외국어 조기교육은 이렇게 어린아이의 언어습득기제가 활성화되고 있을 때, 외국어 자극을 줌으로써 언어를 학습하는 것이 아닌 본능적으로 체득하는 것을 노리는 교육방법이다. 하지만 고창수(응용인문학부 국어국문전공)교수는 이런 방식의 외국어 교육에 대해서 오히려 역효과만 날 공산이 크다고 답변했다.
원래 인간의 언어습득은 당시 노출된 여러 가지 복합적인 환경을 통해 주어지는데, 너무 이른 시기의 인위적인 언어자극은 이러한 언어학습 환경에 혼란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이 인위적인 언어자극을 학습한 사람이 부모의 기대에 따라 습득한 것처럼 행동하는 경우, 후에 유사자폐증에 가까운 질환에 처할 위험성도 있다.
만약 정말 아이의 언어능력을 위한다면 차라리 꾸준히 언어자극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 시기의 언어자극에 따라서 겉보기엔 엇비슷한 언어능력을 구사할지라도, 2~3세 때 이미 3배까지 언어능력 차이가 발생하게 되기 때문이다.
보통 부유한 가정의 자녀는 언어자극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고, 부모의 교육이나 어휘에 따라서 높은 수준의 언어능력을 보인다. 그에 비해 빈곤한 가정의 자녀는 상대적으로 맞벌이로 인한 언어자극의 부재 등으로 인해 언어능력이 뒤떨어진다.
최근 학계에서는 인지주의라는 이론이 저변을 넓히고 있다. ‘인간은 백지 상태로 태어나고 언어는 학습되는 것이다라는 초기 경험론을 계승한 인지주의는 대부분의 맥락에서 본성론과 뜻을 같이하나, ‘언어가 태어난 순간부터 존재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이로 대립하고 있다. 고 교수는 이를 스마트폰과 앱의 개념이다라고 설명했다. 인간이라는 스마트폰에서 언어라는 앱이 출고 당시부터 존재하느냐, 아니면 따로 출고 후에 따로 설치가 되느냐는 차이다.
이러한 언어이론은 언어학뿐만이 아닌 교육계와 심리학을 아우르는 학문에서 연구되고 있다. 이 이론을 이해하는 것은 아이들의 언어발달에 좋은 방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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