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의 자산 형성을 돕고자 도입된 적금 상품인 ‘청년도약계좌’가 운영에 직격탄을 맞았다. 작년 6월 출시된 청년도약계좌의 중도 해지율*이 11%를 넘어가며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이어진다. 김현정(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년도약계좌 중도 해지율은 2024년 4월부터 8월까지 7.8%에서 11.2%까지 상승했으며, 시행 1년 2개월 만에 약 16만 명이 중도 해지했다. 이석기(동의대학교 재무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청년도약계좌 적금에 납입하는 청년이 많다”며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청년도약계좌에 필요한 저축액을 마련해야하는 청년들이 있다. 이들은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 청년도약계를 중도에 해지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청년도약계좌는 청년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자 마련된 금융상품이다. 만 19세부터 34세 청년을 대상으로 정해진 개인 소득과 가구소득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면 가입이 가능하다. 5년 간 매달 40만 원 이상 70만 원 이하의 금액을 자유롭게 납입하면 은행 금리와 정부의 기여금을 합한 이자가 붙는 형태다. 개인 소득별로 기여금 이자의 비율이 정해진다. 가입자가 정해진 한도 내에서 납부한 저축액만큼 기여금 이자가 해당 저축액에 적용된다. 따라서 가입자는 자신이 납부한 저축액에 정해진 이자가 붙는 형식으로 정부의 기여금을 받을 수 있다. 저축액에 부여되는 이자율에 따라 가입자는 한 달에 최소 2만 1천 원에서 최대 2만 4천 원까지 기여금 형태로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에서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기여금 이자가 적용되는 저축액의 한도를 확장해 가입자가 받는 기여금을 최대 3만 3천 원까지 높일 예정이다. 엄윤성(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는 “청년도약계좌는 저축을 통한 청년층의 자산 형성에 도움을 준다”며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보장적 성격의 제도”라고 설명했다.
안정적인 청년층의 경제활동을 도모하겠다는 정부의 야심찬 계획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에게 주어지는 기여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청년도약계좌를 통해 청년들이 얻는 이익은 크게 은행의 금리와 정부의 기여금이다. 하지만 현재 기여금은 한 달에 최대 2만 4천 원까지가 한계다. 이는 5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저축하는 것에 비해 액수가 적다고 지적된다. 타 세대보다 비교적 불확실한 경제활동을 하는 청년들은 지속적으로 저축을 하기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이덕수(한림대학교 금융재무학과) 교수는 “5년 동안 저축을 유지해야 하는 어려움과 기여금의 액수가 적다는 단점에 비해 많은 청년이 가입한 것”이라고 전했다.
각 은행별로 받는 우대 금리의 조건 기준이 청년에게 까다롭다는 문제도 존재한다. 청년도약계좌를 가입한 은행 카드사의 실적을 일정 부분 이상 채워야 하는 등 각 은행별로 우대 금리 기준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A 은행은 급여 해당 은행의 입출식 계좌로 월 50만 원 이상 급여 이체를 하고 월 10만 원 이상 은행사의 카드를 결제한 실적을 채워야만 1%의 우대 금리가 가입자에게 제공된다. 때문에 청년도약계좌에 적금을 넣는 것뿐 아니라 은행의 우대 금리를 받기 위해 또 다른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는 점이 청년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의견이다. 서진형(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우대 금리의 요건을 너무 어렵게 함으로써 청년들이 실질적인 우대 금리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희망고문에 불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년도약계좌의 예산액 대부분이 사업에 활용되지 못하고 이월된다. 지난해 청년도약계좌의 예산은 3,678억 100만 원이었지만 3,032억 2,000만 원의 예산이 이월됐다. 이월된 금액은 서민금융진흥원이 관리하며 추후 청년도약계좌 사업에 활용될 예정이다. 청년도약계좌의 사업액은 정부의 기여금 지원과 중도 해지 시 발생하는 가입자의 이자 소득을 지원한다. 서 교수는 “정부에서 예측한 가입자 수만큼 청년들이 청년도약계좌에 가입하지 않아 예산을 다 사용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기여금이 부족한 문제는 청년도약계좌 사업의 구체화 과정에서 정부의 기여금에 대한 액수가 줄어든 점에서 기인한다. 청년도약계좌 사업 계획이 진행된 초기에는 정부의 기여금이 현재보다 높게 책정됐다. 정부는 국정과제를 통해 정부 기여금으로 매달 10만 원에서 40만 원의 기여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각 부서마다 입장 및 의견이 상이해 초기 계획대로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다. 이덕수 교수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당초보다 기여금의 액수가 줄어들었다”며 “기여금 액수가 기존과 다른 부분은 이해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결과”라고 덧붙였다.
은행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미비해 은행에서는 자율적으로 우대 금리 조건을 설정했다. 청년도약계좌로 장기적인 청년 고객을 유치하고자 함이 은행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은행은 청년도약계좌를 통해 청년에게 지속적인 금리를 제공해야 하기에 은행의 수익성에 도움이 되는 급여 이체나 카드 사용 등을 청년들에게 요구할 수밖에 없다는 전문가의 의견이다. 이덕수 교수는 “청년도약계좌도 금융상품이기에 고객과 은행이 양방향으로 이익을 얻어야 한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고객을 유치한다는 이점이 있기에 우대 금리 조건은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에서 초기 가입자 수를 예측하는 데 실패한 것이 과한 예산 이월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금융위원회는 애당초 청년도약계좌 예상 가입자 수를 306만 명으로 측정했다. 하지만 청년도약계좌 가입자 수는 2024년 8월 기준 143만 8,000여 명에 그쳤다. 청년들은 청년도약계좌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며 가입을 하지 않았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제기된다. 이아영(한국보건사회연구원 노동과복지연구센터) 센터장은 “청년도약계좌로 얻는 이익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 청년들의 수요가 크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정부 기여금의 액수를 높여 더 많은 청년 가입을 유도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사업에 활용되지 못하고 이월되는 예산액을 정부 기여금으로 돌린다면 청년들에게 가는 혜택을 확대할 수 있다. 김지환(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이미 불용되는 예산이 많기에 정부의 기여금에 대한 예산을 증대시키는 등 예산 활용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은행의 우대 금리 조건을 정부에서 일정 부분 한정시켜야 한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제기된다. 우대 금리 조건을 완화하도록 규정하며 청년이 은행을 통해 받는 금리를 한정하기 위해 은행에 협력을 구해야 한다. 정부의 기여금을 높여 은행의 우대 금리 조건을 완화한 대신 낮아진 우대 금리를 보충해야 한다는 견해다. 이석기 교수는 “은행에서 제시한 우대 금리 조건을 급여 이체만으로 한정시킬 수 있도록 제한해야 한다”며 “대신 정부의 기여금을 대폭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예산의 과도한 이월을 막고자 더 많은 청년의 청년도약계좌 가입을 유도하는 데에도 해당 예산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청년도약계좌에 가입한 청년들에게 혜택을 지급해 가입을 유도하는 것이다. 성실하게 납입을 유지하는 청년들에게 개인신용 등급 평가 시 5~10점의 추가 점수를 부여하는 등 청년도약계좌에 가입한 청년들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이다. 서 교수는 “정부의 지원이 더욱 확대돼 청년들이 금융상품을 이용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청년도약계좌를 중도 해지하지 않고도 청년들이 목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현재 청년도약계좌 사업에서 시행 중인 예·적금 담보부대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방안도 제시된다. 청년도약계좌를 담보로 대출을 받으면 금리는 가산된다. 때문에 경제적 타격을 입거나 급하게 적금을 해지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청년도약계좌를 담보로 삼은 대출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덕수 교수는 “담보부대출에 관해 청년들은 잘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며 “청년도약계좌에 대한 정부의 홍보가 확대돼 청년들에게 목돈 마련 등 해지가 불가피한 상황이 온다면 담보부대출을 잘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들의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청년도약계좌의 제도적 개선이 이뤄지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청년들의 미래를 위해 도입된 청년도약계좌가 그 목적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덕수 교수는 “법과 제도는 그 목적에 부합하는가에 대한 타당성을 필수로 갖춰야 한다”며 “기여금이 축소되는 등 타당성 면에서 청년도약계좌는 보완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중도 해지율 : 적금 가입자 중 정해진 기간을 다 채우지 않고 중간에 적금을 해지하는 이들의 비율
황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