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트럼프의 당선, 그리고 '신고립주의' (한성대신문, 519호)

    • 입력 2016-11-28 15:54

최근 국제정세의 핵심 단어는 단연 신고립주의이다. 신고립주의는 오바마 정부 시절부터 대두되었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신고립주의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트럼프는 연설에서 미국을 위한 정치, 미국을 위한 외교를 하겠다고 말했다. 대선 당시 방위부담금을 100%로 지불하지 않으면 주한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공약과 멕시코 장벽을 세워 미국인의 일자리를 보장하겠다는 등의 공약은 트럼프가 가진 신고립주의적인 성향을 보여준다. 이처럼 국제사회에서 신고립주의는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신고립주의는 과연 무엇일까.
 
신고립주의의 배경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미국의 외교정책을 설명하는 입장은 크게 고립주의와 개입주의에 기반을 둔 채, 시대적인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 상황은 미국이 국제경찰로서의 역할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개입주의적 입장, 경제 상황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높은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경제외교를 해야 한다는 고립주의적 입장으로 나뉜다. 트럼프의 당선은 고립주의적 입장에 동의하는 국민이 많아진 현상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신고립주의는 기존의 고립주의의 변형된 모습이다. 따라서 신고립주의를 이해하기 위해선 고립주의의 개념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고립주의는 미국 역사의 초창기 시절부터 등장했다. 탈 냉전기 이후 과거와는 차별적인 의미로서 고립주의의 개념이 대두되었다. 유럽으로부터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자는 국가이기주의의 차원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그동안 미국을 지배해온 개념은 고립주의와 반대되는 개입주의였다. 역사적으로 제1차 세계대전은 미국을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으로 성장시켰고 제2차 세계대전은 세계 최고의 군사대국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미국 자본주의의 특성상 미국은 자유주의무역의 확산이 필요했다. 이에 미국이 국제 경찰의 역할로서 세계문제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그러나 개입주의가 발생시킨 월남전의 실패와 미국 경제적 패권의 하락, 냉전의 종식 등이 일어나면서 이전의 고립주의를 변형한 신고립주의가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신고립주의를 지탱하는 논리는 자기억제적 논리와 자국중심적 논리가 있다. 전자는 미국이 계속해서 국제문제에 관여하는 것은 법의 한계를 비롯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후자는 미국이 국제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했던 제2차 세계대전 전후의 상황과 현재는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더 이상 미국이 많은 비용을 투자해 국제 경찰의 역할을 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반미감정을 자극한다는 논리를 펼친다.
    

앞으로 신고립주의는
학자들은 현 정세의 흐름에서 신고립주의는 적어도 트럼프가 집권하는 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트럼프의 공약은 미국 외교정책의 ‘Moneyball America'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Moneyball America'란 국제문제에 미국이 선별적으로 개입하되, 이익을 우선하는 미국의 외교정책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미국으로 향하는 수출시장의 문이 좁아질 것을 우려한다.
반면 이와 상반되는 견해를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박 교수는 트럼프가 미국 제일주의를 내세우고 있지만 남중국해 문제와 중동 및 시리아 문제 등에 대해 신고립주의적 경향을 내비치기엔 무리가 있다. 미국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수정을 시도하겠지만, 전 세계에 뻗어있는 국가적 이익을 철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미국이 세계의 패권국가로서 미치고 있는 영향력이 커, 각종 국제문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신고립주의를 지속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춘근 박사는 자유경제원 공개강의를 통해 트럼프가 대선에서 내세운 공약들은 실현 불가능한 허황된 공약임에 불과하다며 수출시장의 축소에 대한 우려를 일축시켰다. 당선 직후 트럼프가 자신의 공약을 수정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이러한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렇듯 신고립주의는 기존의 고립주의와 달리 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미국의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다른 국가의 힘이 커질수록 미국이 군사외교를 경제외교로 이용하는 현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미국이 국제경찰의 역할로서 세계안보에 힘써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에 만연한 신고립주의는 앞으로의 미국을 더욱 대변하는 이념이 될 것이다. 곧이어 범람하게 될 신고립주의에 대비하여 각자의 길을 모색해야할 것이다.

문지수 기자
[email protected]

댓글 [ 0 ]
댓글 서비스는 로그인 이후 사용가능합니다.
댓글등록
취소
  • 최신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