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년 만에 대면했다. 지난 4일 베이징에서 진행된 북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수출입 확대’와 ‘인적 자원 교류’ 등을 논의하며 관계 복원을 본격화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감축됐던 양국의 교류가 회복되는 가운데, 북러 관계 개선과 북중 외교 복원 움직임이 맞물리며 이전보다 긴밀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북중의 전략적 유대는 국제 질서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먼저 잦아들었던 북중 간 수출입 확대가 대두됐다. 2017년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 제재로 원자재 수입, 해외 금융 접근 등의 경제 활동이 크게 제약됐다. 이로 인해 양국의 물자 교역은 사실상 중단에 가까울 정도로 위축됐으나, 이번 합의를 통해 교역 회복의 길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길주(지정학연구센터) 센터장은 “이번 논의를 통해 북중 간 협력과 외교 관계가 공고해질 가능성이 크다”며 “북중은 서로를 활용해 경제적 차원의 전략 거래 공식을 작동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안보리의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양국이 교역을 긴밀히 하며 국제 제재를 무력화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여러 제약 속에서도 중국과의 교류 증진을 통해 체제 안정과 외교적 협상력을 확보하려 한다는 해석이다. 더불어 중국은 경제·무역을 활용해 북한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국제사회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모양새를 보였다. 공민석(제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국이 사실상 안보리의 제재 시스템을 무력화하고 있다”며 “북한이 경제 규모가 있는 중국과 거래할 경우 국제사회 제재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회담에서 북중 간 인적 교류 확대 방안도 거론됐다. 북한은 기존에 소규모로 파견하던 근로자 규모를 키우고, 중국은 북한을 관광지로 활용해 교류를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북한은 올해 상반기 개장을 앞둔 대규모 관광 시설에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김규범(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북한은 관광으로 인해 외화로 이득을 볼 수 있으며, 중국은 북한 노동자를 저비용 인력으로 활용해 경제적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국 간 인적 교류 확대는 북중의 동북아시아 내 영향력 확보 수단으로 평가된다. 이는 양국이 정치적 발언권과 외교 전략적 우위를 강화하려는 데에서 비롯된다. 북한은 인적 교류를 통해 외교적 고립을 완화하고 협상력을 확보하려 하며, 중국은 동북 지역 개발과 국경 관리 차원에서 북한과의 외교적 우호 관계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공 교수는 “인적 교류가 증가함에 따라 동북아시아에서 양국의 입지가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번 회담에서 의례적으로 거론되던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처음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이는 중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했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역시 대북 제재 약화와 안보 환경에 대비해 중국과 경제·안보 분야를 아우르는 포괄적 협력을 통해 대응해야 한다는 견해가 존재하는 이유다. 김 객원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중국에게 한중 간 안보에 관한 방안을 설득하고 논의하려는 시도가 중요하다”며 “앞으로 예정된 한중 간 고위층 정상회담에서 중국과 협력 및 협상에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이번 회담은 북중 간 정치적 결속을 과시하는 동시에 외교 판도에서 우리나라와 미국을 겨냥한 전략적 만남으로 해석된다. 양국의 국가 기반을 다지며 결속 의지를 드러내는 데 집중했기 때문이다. 회담 직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중국의 영토·주권 수호를 지지한다고 발언하며 중국과의 결속력을 강조하기로 했다. 최영준(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우리나라는 북중 밀착이 대북 제재 회피와 안보 환경 불안정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 만큼 한미 공조를 유지하며 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통해 중국의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중 경제 협력 강화는 우리나라의 경제 및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중 협력 강화가 한반도 정세 변화로 비치기에 외국인 투자 감소, 환율 변동, 원자재 가격 불안정 등 시장 불확실성을 증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우리나라의 대중 교역 구조에도 영향을 미치며 경제·금융 불안이 심화될 수 있다. 반 센터장은 “안보 환경 불안정은 기업 투자에 불리한 환경을 조성한다”며 “북중 결속이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불안하게 다가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북중 정상회담은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물가 변동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도 전망된다. 경제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긴장은 곡물·에너지 가격 변동으로 이어져 식료품 가격 상승, 교통비·난방비 부담 증가로 직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 교수는 “동북아시아 지역이 불안정해짐에 따라 우리나라 장바구니 물가처럼 일상적으로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영향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임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