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학송> 마주 앉을 때 보이는 것들(한성대신문, 617호)

    • 입력 2025-12-08 00:01
    • |
    • 수정 2025-12-08 00:01

본교 교수노동조합 측이 대학평의원회(이하 평의원회) 인선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교원대표 선출을 대학본부가 주도하며 교원 간 자율적으로 논의하고 결정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학본부는 관련 규정에따라 절차적 이상은 없었다고 밝혔다.

평의원회는 학생의 권리, 학습 여건, 등록금 수준 등을 심의하는 데 출발점이 되는 기구다. 평의원회의 구성과 운영이 흔들리면, 그 여파는 학생사회로 곧바로 번진다. 이번 교원대표 선출 논란은, 이 중요한 기구가 과연 누구의 손에서 운영되고 있는지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이번 논란의 시발점은 교수회의 운영방식에 있다. 『학교법인 한성학원 정관』과 『한성대학교 학칙』은 교수회를 전임교원을 대표하는 기구로 규정하며, 평의원회 교원대표 역시 교수회 회의를 통해 선출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만큼 교수회의 독립성과 대표성은 평의원회의 구성에도 직결되는 핵심 요소다.

그런데 지난해 학칙 개정을 통해 총장의 자문기구였던 교수회가 전임교원 대표기구로 전환되면서도, 총장이 교수회의 장(長)을 겸하도록 한 조항이 포함돼 대표성 훼손 논란이 일었다. 전임교원 약 70%가 가입한 교수협의회는 해당 개정안을 보고 대학본부에 협의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협의 기회가 막힌 상황에서 교수회 회의까지 대학본부가 주도했다면, 교수조합이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대화를 비껴간 결정들은 종종 예상치 못한 소용돌이를 만들고, 한 번 흐트러진 흐름은 되돌아오기 어렵다.

본지의 취재 결과 대학본부는 이번 평의원회 인선 과정에서도 절차적 이상이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규정 준수 여부’가 아니다. 그동안 제기돼 온 교수사회의 우려에 대학본부가 어떻게 응답했는지, 마주 앉아 조정과 합의를 모색하는 과정이 실질적으로 존재했는지에 달려있다.

대학의 의사결정 구조가 특정 주체의 영향력 아래 놓일 때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바로 ‘공동체성’이다. 의사소통의 경로가 비틀리기 시작하는 순간, 대학은 더 이상 열린 교육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이해와 관점이 충돌하며 균형을 잃기 쉬운 구조로 바뀐다. 그 안에서 구성원의 의견은 논의의 주체가 아니라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취급될 위험마저 커지게 된다.

출발점은 언제나 대화여야 한다. 더이상 논의를 미루지 않고 대학본부가 대표기구와 마주 앉아 이견을 조율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단순한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이 어떻게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는 공동체인지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교본이기도 하다. 구성원의 목소리가 제자리를 찾고 그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배움이 되는 곳, 그 모습을 증명해 보일 때 비로소 우리는 그 이름을‘대학(大學)’이라 불러도 좋지 않을까.

이승희 편집국장

댓글 [ 0 ]
댓글 서비스는 로그인 이후 사용가능합니다.
댓글등록
취소
  • 최신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