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네트워크, 모든 것은 연결된다 (한성대신문, 513호)

    • 입력 2016-07-25 17:10
복잡계 네트워크(complex network) 이론과 현대사회

어느 집단 내에서 중요한 사람은 누구일까? 물론 집단 내의 구성원들 간에 맺고 있는 관계의 성격을 살펴봐야할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집단 내에서 소위 마당발로 불리는, 폭넓은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 중요한 위치를 가지게 된다. 그림1과 같이 인간을 점(node)으로, 그들 간의 연결을 선(link)으로 표현한 그래프를 통해 누가 '마당발인지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이처럼 인간관계도 하나의 네트워크(network)로 볼 수 있다.
1967년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자인 스탠리 밀그램은 좁은 세상 실험(small world experiment)’를 통해 미국에서는 평균적으로 6단계의 사람을 거치면 모든 사람과 안면을 틀 수 있음을 증명했다. 흔히 여섯 단계 분리라고 불리는 이 실험은 2004년에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에 의해서도 한국에서 동일하게 수행되었다. 한국의 경우 평균적으로 3.6(중위값)만 거치면 모든 사람과 만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실험은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네트워크의 의미를 인간관계에도 적용한 것이다. 인간관계 외에도 현실의 많은 것들은 주변의 구성요소들과 다양한 연결되어 복잡계(complex system)’를 이룬다.
많은 구성요소들이 끊임없이 서로 상호작용하며 변화를 만들어가는 복잡계1900년대 이후 새롭게 등장한 과학이론이다. 과거 과학자들은 현상들 속에서 어떠한 규칙이나 법칙을 찾아낼 수 있다고 믿거나, 세상이 확률에 따른 우연의 산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종래의 이론들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complex)’ 현상들이 나타났고, 복잡계는 물리학계의 중요한 이론으로 자리잡게 된다.
복잡계는 그 명칭만큼이나 설명하기가 매우 난해하다. 그러나 이러한 복잡계도 네트워크 이론을 통해서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네트워크는 점과 선으로 세상을 단순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 복잡계 현상들도 결국은 구성요소들(node)이 연결(link)되어 있는 네트워크이기 때문이었다. 네트워크는 그 형태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무작위 네트워크(random network)'(그림2)이고, 다른 하나는 척도없는 네트워크(scale-free network)‘(그림3)이다. 두 형태의 차이는 허브(hub)‘의 유무에서 나온다. 허브란 연결된 노드가 가장 많은 노드이다. 위 인간관계망에서의 마당발이 허브인 셈이고, 따라서 허브는 전체 네트워크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현실의 많은 네트워크들은 두 가지 중 어느 형태가 많을까? 정답은 척도없는 네트워크이다. 척도없는 네트워크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은 곧 허브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허브의 출현은 이전 보다 시스템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한편 네트워크의 견고성도 높이는 현상을 만든다. 허브만 건재하면 전체 시스템 자체가 고장날 확률은 적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은 물리학 이외의 다른 학문 분야에도 폭넓게 활용되었다. 백신연구도 그 예이다. 제약회사는 대상 바이러스의 신진대사 중에서 연결중요도가 높은 허브를 공격하도록 백신을 설계한다. 그래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게 연구 성공률이 높아졌다. 이처럼 백신연구 분야에서도 바이러스의 신진대사 구조나 백신의 화학적 구조를 일종의 복잡계 네트워크로 바라본 것이다.
비단 과학이나 공학의 영역에서만 복잡계 네트워크가 활용된 것은 아니다. 경영학의 여러 분야에서도 복잡계 네트워크가 활용되었다. 먼저 물류운송 부문에서도 'hub and spoke(허브와 바퀴살)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택배회사들이 대전이나 옥천 허브터미널을 둠으로써 엄청난 배송비 절감과 효율화를 이뤄냈다. 항공사들이 허브공항을 두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마케팅 부문에서도 허브가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이럴 마케팅 기법을 사용해 제품을 홍보하려면 허브를 통해 화제를 만드는 것이 가장 신속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꼽히고 있는 사물인터넷(IoT)’이나 빅데이터또한 활용예가 될 수 있다. 모든 사물들을 노드로 보고 이를 인터넷이라는 링크로 연결해 나가는 것으로 사물인터넷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또한 충분히 많은 양의 연관된 데이터를 모았을 때, 새로운 규칙이나 정보를 발견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복잡계 네트워크와 유사점이 있다.
이처럼 복잡계 네트워크는 다양한 학문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물론 복잡계 네트워크가 세상의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는 만능열쇠는 아니다. 그러나 이 이론이 세상을 이전과는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돕는 새로운 토대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자못 분명해 보인다

김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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