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학송> 긴 터널을 지나서 (한성대신문, 527호)

    • 입력 2017-10-16 00:00

장장 10일이나 이어진 추석연휴가 드디어 끝났다. “10일이나 쉬었는데, 좋지 않으냐?”라고 누가 물어본다면 물론 좋았다고 대답할 수 있겠지만, 실은 대학언론에게 있어서 이번 추석연휴는 그다지 유쾌하지만은 않은 시간이었음을 고백한다. 대학언론의 취재는 반드시까지는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취재원에게서 정보를 획득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에 따르면 10일이나 되는 연휴는 다른 말로 해서 취재원들의 연휴요, 기자에게 있어서는 취재의 올스톱을 의미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신문은 3주에 한 번씩 발행되므로 이번 10일의 휴식은 다시 말해 다른 때보다 취재 일정이 반 토막이 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굳이 연휴가 아니더라도 취재활동에는 언제나 애로사항이 꽃피기 마련이다. 조금 더 직관적으로 비유하자면, 취재는 아주 작은 촛불을 가지고 어둡고 긴 터널로 들어가서, 손으로 주변을 주섬주섬 더듬으며 출구를 찾아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터널을 지나다보면 가끔은 넘어지기도 하고, 길을 헤매이기도 한다. 이처럼 취재라는 것은 당장의 단편적인 정보는 존재하나, 그것으로 실체에 접근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착오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것도 상황에 따라 다른 것이, 취재원이라도 협조적으로 나온다면 이야기는 훨씬 쉬워진다. 허나 좋은 취재원을 만나는 것은 군대에서 좋은 선임을 만나는 것처럼 오직 천운에 달린 일이며, 그마저도 민감하거나 부정적인 문제를 취재할 때는 애초에 기대를 품지 않는 것이 심신건강에 좋다. 학내외를 취재하다보면 답변 거부나 지연, 떠넘기기는 양반이고, 기자에게 어린 학생이라고무례한 언행을 일삼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많지는 않지만 간혹 정말 악다구니를 퍼붓고 싶은 사람마저 있을 정도다.
이런 실정에 연휴까지 겹쳤으니, 이번 호의 취재는 우리 기자들에게 유달리도 어둡고 긴 터널이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급박한 일정에 쫓기듯이 취재를 진행했고, 실제로 보도면 같은 경우는 일정상 취재가 불가능한 아이템이 많았기 때문에 나름대로 타협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조금 위안을 얻자면 어쨌든 이번에도 기자들이 일심분란하게 그 긴 터널을 지나왔고, 썩 만족스럽지는 않아도 언론으로서 기본적인 결과물을 내놨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거쳐온 터널이 길었다고 해서, 이것이 터널의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성대신문>이 계속 발행되는 한, 터널의 끝은 곧 새로운 터널의 시작인 것이다. 또한, 내가 신문사를 나간다고 해도 그것이 터널의 끝은 아닐 것이다. 비단 기자만이 아니라, 사람들에게는 모두 제각기 벽을 더듬으면서까지 통과해야하는 깜깜한 터널이 있을테니까 말이다. 긴긴 연휴의 끝, <한성대신문>에게도 독자들에게도 어쩌면 낯설기까지 한 이번 휴식이 새로운 터널을 지나가는 원동력이 되기를 빌어본다.

이주형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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