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자의 정치사전> ‘자율이 안 되면 규제’, 논란 속의 김영란법 (한성대신문, 515호)

    • 입력 2016-08-30 19:44

※ 김영란법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공직자·사립교원·언론인이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어도 본인과 배우자가 1100만원 이상의 금품을 수수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도록하는 것을 주요골자로 하는 법안이다.
직무관련성이 있을 경우 식사는 13만원, 선물은 15만원을 넘어서는 대접을 받을 수 없으며, 만약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를 물게 된다.

김영란법은 대법관을 지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주도한 법안으로 그 대상은 공직자뿐만 아니라 언론인, 사립학교 교원, 사학재단 이사진들까지 모두 포함한다. 입법초기에는 실행될 시 적용대상이 4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적용대상이 광범위하고, 공직자가 아닌 민간인을 제제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기본권의 과잉침해라는 논란이 있어 총 4건의 헌법소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법안에 제기된 헌법소원은 지난 727일에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최종적으로 928일 시행이 확정되었다. 공무원을 넘어 정치·사회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의 부패가 법으로 완전히 규제되는 부패척결의 효과를 헌재가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김영란법이 한국사회의 부정부패를 일소할 목적으로 입법된 법안인 만큼 실행될 때의 파급력도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강남 일대의 고급 한정식집은 물론, 고급 선물세트로 이름을 날리던 영광굴비, 횡성 한우, 인삼, 산삼, 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치 시장이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점쳐진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김영란법이 명절 선물 등 소비재·유통업에 미칠 피해액이 최대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김영란법 시행령()에 대한 검토 의견에서 선물 상한액을 5만원이라 가정할 시, 선물 시장 규모가 최대 7373억원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의 입장을 표명했다. 88일에 국회 앞에서 이홍길 한국농축산연합회 상임대표는 음식물 매출이 최대 42천억원에 이르는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사회일각에서 사회에 미칠 파급력을 무시하고 무작정 시행부터 하고 본다는 강행논란이 불거지자, 국회에서도 농축산업계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농축산물은 예외로 하는 방법을 고민 중에 있다. 그러나 당장 국회 내에서도 이에 대한 반발이 일고 있다. 농축산물이나 원예를 예외 물품으로 규정하면 직무관련자가 고급 한우세트나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난을 보내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기 때문에, 김영란법 자체가 유명무실해지는 상황에 처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농수산물에 대한 피해대책으로 정부지원을 통한 연착륙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런 상황 탓에 여당은 김영란법 피해산업대책위의 설립을 검토하는 등 각계를 조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법을 두고 정의당 노회찬 대표가 담배를 끊는 것처럼 괴로울 것이라고 말한 바 있듯이 법이 정착하기까지 많은 혼란이 예상된다. 그러나 그 혼란을 지나 우리 사회가 금연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국민들의 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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