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좀 지칠 때가 있었다. 기분 전환으로 뭘 할까, 하다가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를 보았다. 아무 생각하기 싫어, 아무개로 살래 잠시. 이 부분이 와 닿았다. 원고청탁을 받았을 때 자유 주제(아무거나)로 쓸 수 있다고 들었고, 뭘 쓸까 하다 아무노래가 생각났다. 아무노래, 아무런 생각, 아무렇지도 않은 동작의 편안함에 아무렴 어때, 하고 다시...
그날의 하루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일단, 1교시에 수업이 있어서 일찍 일어났다. 공강 시간엔 수업과제를 대충 해결했다. 모든 수업이 끝나고 나서는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다. 관심이 있는 업종이어서 하는 것은 아니고 다들 하기도 하고 자꾸만 돈이 필요한 곳이 생겨서, 일단 한 푼이라도 벌어야했다. 일을 마치고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집으로...
3월 28일, 주일 예배를 하루 앞둔 성북구의 사랑제일교회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나란히 걸려있는 3개의 현수막에는 집회를 중단하라는 서울시의 명령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집단감염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나타나 있다. 그러나 이를 비웃듯, 해당 교회는 종교의 자유가 탄압될 수 없다며 결국 예배를...
성북구 돈암동에 위치한 돈암시장. 평소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코로나바이러스-19(이하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겨 정적만이 감돌고 있다. 팔리지 않은 물건은 하염없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고, 방역업체 직원만이 손님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정부와 시장이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주 3회의 방역을 진행하고 있지만...
작년 9월. 꿈 같이 기다려왔던 전역의 날이 왔다. 머리카락이 잘렸던 순간부터 간절하게 기다려온 그 날. 하지만 직접 마주한 그 날은 생각한 만큼 달지 않았고, 지금도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나가면 뭐하지?, 뭐 먹고 살지? 군생활 도중에 가장 배부른 소리라고 생각했던 말이었다. 곧 사회로 돌아갈 선임들은 습관처럼 그렇게 말했고 아직...
나는 한 가지 일을 오래하면 크게 싫증을 느낀다. 한성대학교에서 예대 학생들과 10년 이상 디자인을 하다 보니 어김없이 답답함이 찾아왔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싶은 욕구가 솟을 무렵, 학교당국으로부터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새로운 융합전공을 만들길 권장하는 대학본부의 정책에 힘입어, 마음이 맞는 공대 교수님들과 현재의 IT융합공학부를...
한국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신천지교회 교인인 31번 확진자가 발생한 2월 18일을 기점으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속출하면서 이 감염증과의 사투는 그야말로 재난이 됐다. 전례 없는 감염증으로 대학가는 직격타를 맞았다. 교육부가 4주 이내의 개강연기와 온라인 대체 강의 실시를 각...
몇 년 전, 사소한 장난을 일삼는 친구가 있었다. 남의 물건을 함부로 망가뜨리거나, 말장난을 빙자한 서슴없는 욕설이 그 예시였다. 이는 명백히 잘못된 행동이었지만 유난떠는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힐까 두려워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웃으며 넘기던 장난은 서서히 심한 장난으로 발전했고, 속앓이 또한 점점 커졌다. 그러다 평소라면 쉽게 넘어갈...
지난 10월, 우리는 또 한 명의 연예인을 떠나보냈다. 그는 오랜 기간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그였기에 그 충격은 배가 됐다. 연예인이 악성 댓글로 목숨을 끊은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과거 많은 연예인들이 악성 댓글로 우울증을 겪거나, 극단적인 경우 목숨을 끊었다. 이들이...
이듬해의 학생 대표를 선출하는 총선거가 한 해의 끝자락을 알렸다. 필자는 학보사 기자로서 임하는 마지막 행사인 만큼 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 중에서도 필자의 눈길을 끈 것은 소통을 강조한 총학생회 후보의 공약이었다. 2년의 시간 동안 기자의 자리에서 학내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건사고들을 접했다. 작게는 학과 단위에서 일어나는...
2년 후에 40세가 되는 여자 배우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우연히 있었다. 배우가 되기까지 살아온 인생을 두서없이 얘기하는 자리였다. 어릴 때 생긴 심장수술 자국 때문에 육사 입학시험에 실격 당한 얘기부터 이화여대 영문과를 다니며 해외 경험 없는 소수로서 절망하기도 하고, 방송 리포터가 잠깐 되기도 하다가, 청와대 최초의 여성 경호원이...